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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다가 웃었던 날

물소리~~^ 2023. 5. 17. 11:52

5월은 기념일이 참 많은 달이다.

그중, 해마다 나에게 의미 있는 날로 다가오는 날은 스승의 날이다.

요양병원에 계신 어머니 통장을 내가 관리하고 있기에

어제 오랜만에 통장 정리를 하다가 마음이 덜컥 내려앉은 내역을 보았다.

 

아버지 제자분이 지난 12일에 또 십만 원을 입금하신 것이다.

이제 그만하셔도 된다고 우리 의사를 충분히 밝혔음에도

그분은 한 해를 거르지 않고 이렇게 보내시는 것이다.

 

그 분과 아버지와의 인연은

아버지께서 교감 승진 후 처음 발령받으신 곳에서부터다

그 당시는 승진 초임 근무지는 도시와는 아주 먼 오지 근무지가 대부분이었기에

생활의 어려움도 많았던 곳이다.

나는 그곳에서 생후 6개월부터 6살까지 지냈던 곳이기도 하다.

 

아버지께서는 초임지 근무를 하시면서

학교 교육을 받지 못한 동네 청년 3명을 공부시키신 것이다

토요일, 일요일이면 늘 우리집(관사)으로 와서 아버지께 배우면서 교육과정을 거쳤고

검정고시를 치르게 하였는데 그중 한 명만 모든 검정고시에 합격했고

공무원 시험에도 도전 합격하여 퇴직 때까지 국가 공무원으로 지내신 분이

지금까지 스승의 날이면 이렇게 성의를 보여 주시고 계신 것이다.

 

올해로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21년 째,

정년퇴직 후, 6년 만에 돌아가신 것이다.

하지만 그분은 여전히 이제 어머니 통장으로 보내고 계신다.

어머니가 정정하실 때

그분께 아버지도 안 계시고 하니 이제 그만하셔도 된다고 강하게 말씀드리기도 했다.

 

이제 어머니가 요양병원으로 가신 지 7월이면 딱 2년이 되는 시기이다

그분은 처음 소식을 알고서는 어머니 치료비 보태라고 100만 원을 입금하셨고

우리 자녀들 모두 간곡하게 말씀드렸어도

지금까지 이렇게 5월 스승의 날 즈음이 되면 입금을 해 주고 계신 것이다.

 

생전의 우리 아버지는 자식들에게 다정함 보다는 데면데면하셨다

아버지와 같은 학교에 다니는 자식들이 몹시 부담스러우셨는지

우리에게 돌아오는 그 어떤 혜택도 없도록 단속을 하셨다

공부 잘하여 받는 상조차 받지 않게 해 달라고 담임선생에게 부탁하실 정도였으니~~

 

그런 아버지이셨기에

이 분의 선행을 만날 때마다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이 커지면서 울컥해지는 마음이다.

며칠후면 아버지 기일~ 아버지 만나 뵙고  말씀드려야겠다.

 

저녁식사 식탁에 앉아 통장을 바라보며 남편과 이야기를 나누는데

큰 아들에게서 카톡이 온다.

이런저런 이유들을 의식해서인지 카톡 꾸미기에 전혀 무심한 아들의 카톡 프로필이

새롭게 바뀌었음을 알리는 표시가 떴기에 무어지? 하고 열어보니

어쩜 스승의 날에 아이들이 칠판에 선생님에 대한 인사말을 적은 것을 사진으로 찍었나 보다.

한참을 바라보노라니 흐뭇하기도 하면서 웃음이 나온다.

 

스승의 날 행사를 간소화하는 한 방법이지 싶으니

조금 씁쓸하기도 했지만

아이들은 이렇게 재치 있게 나름의 마음을 표현한 것이리라

아들에게 이 사진 좀 보내줄래? 했더니

금방 보내 주었다.

 

정말 울다가 웃은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