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주어진 모든 것을 사랑으로!!

단상(短想)

장마철의 편린...

물소리~~^ 2023. 7. 25. 22:45

 

해마다 찾아오는 장마, 그리고 물난리다
그에 따르는 이유는 언제나
‘몇십 년 만의 집중호우’  ‘하늘에 구멍이라도 난 듯’이라는 수식어다
올해는 ‘극한 호우’라는 새로운 말이 첨가되었다.
 
하지만 자연현상은 예측 불가능한 것인 만큼
아무리 과학이 발달하여 비구름이 지나가는 길을 알고 있어도
느닷없이 찾아오는 자연을 맞이할 준비는 할 수 없는 것이 우리 인간이지 싶다.
 
보이지 않는 그 무엇을 바라볼 수 있는
심미안을 지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연일 내리는 비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산책길의 고운 소나무 한 그루가 뿌리째 뽑히면서 철책을 넘어 호수로 넘어져 있었다.

 
소나무는 날마다
제 모습을 호수에 비춰보며 단정하게 매무새를 여몄을 것이다.
호수는 소나무를 위해
제 몸을 더욱 깨끗하고 맑게 단장을 했을 것이다
이제 더 이상
서로를 바라볼 수 없다.
무언가를 선택했다는 것은
잘 지키고 보존해 주며 서로의 가치를 지켜나가는 일일 텐데
그 선택은 무너져 버렸다.
 
옆을 지날 때마다 내 마음이 둥둥 허허롭다
나도 무엇인가를 선택의 손에서 놓아 버렸던가.
 

 
▲출입통제선이 해제 되었지만 호수의 물이 산책길까지 넘친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 세상에~~ 흙탕물에 잠겨있었던 연들의 모습에 내 마음이 쿵! 무너져 버렸다.

 
애련설(愛蓮說)
주돈이(주렴계) / 중국 송나라
 
내가 홀로 연꽃을 사랑하노니
진흙탕에서 자라나지만 더러움에 물들지 않고
맑은 물에 깨끗이 씻어 요염하지 않으며
가운데는 비고 바깥은 곧으며
넝쿨이 뻗어나가지도 않고 가지가 벌어지지도 않으면서
향기는 멀리 퍼져나갈수록 더욱 맑고
꼿꼿하고 맑게 자라
멀리서 바라볼 수는 있지만 가까이 두고 즐길 수는 없다.
연꽃은 꽃 중의 군자라 하겠다.

 
 
▲건너편 산책길을 무사히 걸을 수 있을까~~

 

▲ 물빛다리를 사이에 두고 양편의 하늘은 잔뜩 검은 구름들이 웅크리고 있는데

 

▲산책길과 거의 수평을 이루고 있는 호수 물에는 하늘의 맑음이 고여 있었다.

 

▲ 너무 많은 비에 떨고 있는 전설의 세 바위를 미국능소화가 위로를 해 주고 있는 것만 같다.

 

▲ 닭의장풀

 

▲ 왕원추리

 

▲ 계요등

 

▲에어컨을 새로 설치하기 위해 베란다화분들을 한쪽으로 옮기다가 꽃기린 화분을 그만 놓쳐버렸다. 화분이 깨지고~

 
에어컨의 수명은 얼마나 될까
연일 비가 내리는 날 들 중, 어느 날 집의 에어컨이 갑자기 멈췄다.
AS를 신청했지만 때가 때인지라 순서가 엄청 밀렸단다.
그에 오래된 에어컨이어서 부품을 구하는데 시간이 걸린다 하여
일주일을 기다렸다.
그나마 내리는 비 때문에 더위는 조금 참을 만했지만
습기는 거둘 수 없으니 불쾌지수는 높기만 하다.
기약 없는 부품을 기다리다가 그냥 새 제품을 구입했다.
 
갑자기 해가 쨍한 날
이제는 폭염이라고 뉴스가 바빠진 날 새 에어컨이 들어왔다.
실외기를 설치해야 해서
베란다의 화분들을 옮기다가 화분 하나를 깨뜨렸다.
선인장과 꽃기린을 접목한 화분으로
처음에는 잘 자라다가 언제부터인가 흰 점이 가지에 번지기 시작하여
약 처리도 해주곤 했지만 그때뿐이어서 이참에 없애기로 했다.
흰 점이 다른 화분에 옮겨질 것 같아서였다.
주인의 마음이 언제부터 멀어지고 있다는 것을 눈치로라도 알았을까.
 
손에서 미끄러져 나가떨어진 화분의 영혼에게 참으로 미안했던 날이다.

 
▲ 이 와중에 산세베리아가 꽃대를 쑤욱 올리고 꽃을 피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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