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주어진 모든 것을 사랑으로!!

감상문

들풀의 지혜를...

물소리~~^ 2022. 12. 16. 13:04

 

 

▲ 네덜란드작가의 설치 작품 : 전구마다에 민들레 갓털 하나하나를 붙여 민들레 처럼 보였다 / 신문 사진 인용

 

 

   엊그제 신문의 문화면에

   네덜란드의 한 작가의 설치작품을 전시하는 소개와 함께

   그의 작품 한 점을 지면에 실어 설명해주는 기사를 보았다.

   그 기사를 읽으며 내 눈을 번뜩 뜨이게 한 내용이 있었으니

 

   지난봄 암스테르담 전역에서 민들레 1만 5000송이를 채취해 자연 건조한 뒤,

   갓털 하나하나를 핀셋으로 떼

   1만 5000개의 둥근 LED 전구에 다시 붙여낸 설치작품이다.라는 내용이었다.

 

   그 내용 중 내 눈을 번뜩 뜨이게 한 것은 ‘갓털’이라는 단어였다.

 

   1980년대 강변가요제 장려상을 받은 ‘민들레 홀씨 되어’라는 노래는

   서정적인 선율과 가사의 순수함으로 우리의 사랑을 크게 받으며 유행했던 곡이다.

   나 역시도 참 좋아하고 즐겨 불렀던 노래이기도 하였다.

   그런데 이 노래로 민들레의 씨앗을 홀씨로 바꾸어 버렸고,

   그 비슷한 모든 것이 홀씨로 인식되어버리면서 뜻있는 분들의 우려를 낳기도 하였으니

   대중적인 힘은 보이지 않는 힘이지만

   그 힘의 크기가 얼마나 큰 것이지를 노래 한 곡으로 증명해 주었다.

 

   홀씨의 사전적 의미는

   “식물의 무성 생식 세포. 주로 단세포로 단독으로 발아하여 새로운 개체를 형성한다.

   민꽃식물인 양치식물, 이끼류, 곰팡이류 등에서 볼 수 있다.”이다.

 

   즉 홀씨는 꽃이 피지 않는 식물의 포자를 일컫는 말이며

   무성생식이란 암컷과 수컷의 교배 없이 이루어지는 생식법이란 뜻이니

   벌 나비 등의 힘으로 이루어지는 수정 없이 새로운 개체를 만들어 낸다는 뜻이다.

 

   이 이치를 대입하면 홀씨는,

   꽃이 피지 않는 식물이 스스로 번식하는 법을 일컬으며

   그 종류로는 고사리 같은 양치류 식물, 이끼류 식물, 조류(藻類),

   또는 버섯이나 곰팡이류 등이 포함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하니 민들레는 홀씨가 아닐 뿐만 아니라,

   다른 식물들의 꽃이 진 뒤 하얀 솜털처럼 피어있는 것들은 식물들의 홀씨가 아닌 것이다.

   우리가 홀씨라 부르는 하얀 솜털 같은 것은

   관모(冠毛 :꽃받침이 변해서 씨방의 맨 끝에 붙은 솜털 같은 것) 라 하고

   冠毛를 우리말로 번역하여 ‘갓털’이라고 하는 것이다.

 

   이는 씨앗을 멀리멀리 퍼트리기 위한 식물의 지극한 본성으로 관모를 만들어

   씨를 실어 날려 보내 종족을 번식하는 그들만의 지혜인 것이다.

 

 

▲ 민들레 씨앗, 갓털

 

   그냥 '민들레 씨앗'이라고 하든지,

   조금 더 어렵게 '민들레 갓털 '이라고 하면 될 것 같은데

   노래 하나가 들풀의 이치를 바꾸어 놓은 것이니 조금은 안타깝다.

   한편, 그렇다고 노래의 제목을 ‘민들레 갓털 되어’ 했다면

   우리가 그렇게나 좋아했던 노래로 유명했을까? 하는 생각도 드니

   어쩌면 이런 나의 안타까움은 쓸데없고, 터무니없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기사를 올린 기자는 그 뜻을 파악하고 정확한 명칭을 사용했음이 분명하니

   난 그만 반가움이 앞섰던 것이다.

 

   작가의 설치작품을 설명한 내용은

   "작품 민들레 전구는

   날아간 꽃씨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는 점에서 미래는 연약하다.

   기약할 수 없는 결과를 위해 꽃을 띄우는 식물의 얼굴은 그러나 찬란하다.

   어둠 속에서 ‘연약한 미래’가 빛나고 있다."이었으니

   참으로 깊은 뜻이다

 

   민들레 피는 봄날이 되면 꽃을 다시 바라보는 마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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