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그곳을 찾아가게 된 것은 순전한 우연이었다.
2월에 이집트 여행을 다녀온 후,
나들이다운 나들이를 못 해보고 일상을 살았다.
기껏해야 생활근거지 주변으로 운동 삼아 다니는 시간이었을 뿐!
남편이 갑자기 콧등에 여름 바람이라도 쏘이자며 제안한 곳은
코레일 투어 협곡열차 여행이었다. 물론 주말 당일치기다.
지난 7월 1일 일정으로 인터넷 예약을 진행하려 하니 예약 불가란다.
왜? 전화해 보니 손님이 적어 그날 계획은 취소가 되었다고 하지 않는가.
코레일 측에서는 기차 운행은 계속되는 까닭에 개인적으로 타고 다녀올 수 있다고 알려주지만
우리가 가기에는 너무 멀고 왕복을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어 다음 기회로 미루었다.
협곡열차를 타고 자동차로는 갈 수 없는
깊은 골짜기에 하늘 세 평, 땅 세 평을 차지하고 있는 간이역을 다녀오고 싶었는데...
한 번 작정한 마음을 포기하기엔 아쉬움이 컸다.
섬을 좋아하는 사람인지라 협곡열차 대신 남해안 지도를 펴 놓고
우리가 가보지 않은 섬 연화도를 찾아낸다.
7월 첫날 토요일 아침 9시 30분 출발 배를 예약하고
집에서 6시에 출발,
어제까지만 해도 비가 많이 내려 걱정했는데 오늘은 멀쩡하다
다만 고속도로 곳곳에 안개가 깊게 내려앉아 있었다.
우리의 삶도 자연현상과 같다는 걸 매번 느끼지만 결과는 늘 비교되지 않는 것이다.
통영에 도착하여 배를 타고 1시간여 지나 연화도에 도착했다.
연화도는 蓮花를 의미한다. 하지만 내 눈으로는
바다에 떠 있는 연꽃 한 송이라는 말과 섬 모양은 닮지 않았다.
다만 통영 앞바다에는 미륵, 육지, 두미, 세존 등 불교식 이름을 가진 섬들이 많다.
그 중 연화도는 불교인의 수행자취가 가득한 곳으로 이야기가 전해오고 있으니
어쩌면 통영 앞바다 전체가 한 송이 연꽃 모습일지도 모르겠다.
선착장에서 배를 내린 우리는 곧바로 마을길로 들어섰다.
오늘은 산을 오르지 않고 연화도 섬을 돌아 걷기로 하였다
제일 처음 만난 곳은 초등학교다
넓은 잔디 운동장이 깔끔히 단장되어 있어 퍽 아늑한 분위기로 우리의 눈길을 끌어갔다
하지만 이곳 역시 현재 학생 수는 2명이고 유치원생이 2명이 있다 한다..
점점 사라져 가는 학교들에 아쉬움이 가득 밀려온다.
차츰 걸어 오르니 아니~ 길 곳곳에 우람한 수국들이 무게 있는 품위를 풍기고 있잖은가!
세상에~ 이곳이 수국으로 유명한 섬이라고 한다.
진정 몰랐다.
탐스런 수국은 사찰 연화사를 중심으로 더욱 많이 피고 있었다
내일(2일)까지 축제라 한다.
요즈음 수국 축제가 한창인데도
한 번 찾아가지 못하고 지냈는데
이렇게 맑은 꽃빛을 만나다니!!
마음이 가볍게 둥둥 떠오른다.
연화사 지나
한참을 걸어 오르다가
보덕암 오르는 이정표를 만났다
보덕암까지는 못 간다 하여도
조금 높이 올랐다
바다 풍경을 바라보고 싶었던 것이다.
아, 멀리서 바라보는 보덕암은 가파른 비탈면에 서 있었다.
내가 서있는 이곳은 아마도 연화봉 정상에서 내려오는 길목쯤 될까
쪼금 높은 곳에서 바다를 바라보노라니 용머리풍경이 보인다.
저 풍경이 더 큰 바다를 향해 물결을 헤치고 나아가는 용의 모습이라니~~
섬의 끝에서 살짝 뒤튼 모습이 영락없는 용의 몸통이다
이 풍경이 아마도 이곳 연화도의 랜드마크이지 싶다.
살짝 올라간 오름에서 내려와 동두마을 쪽으로 계속 걷는데
줄곧 바위벼랑과 바다를 끼고도는 코스이니 절로 감탄사가 나온다.
해안 벼랑에 삐죽삐죽 솟은 바위들에 이름들을 붙여놓고 바라보면 더욱 재미있을 것 같다
동해안 어디쯤의 촛대바위를 연상케 하는 뾰족한 바위도 있다.
암봉들을 바라보며 걷는 길에서 동두마을로 내려서기 전 암봉 사이에 놓인 출렁다리에 올랐다
출렁다리를 지나 너른 바위에 올라서면
용머리의 바위들을 건너는 느낌으로 용머리를 지난다
감히 용머리를 밟다니!!
그곳에 서니 작은 포구마을인 동두마을이 다 보인다.
가두리양식장도 보인다.
바위틈에 자라는 바위채송화도 원추리도, 땅찔레도
모두 그리움을 삭이고 있는 모습이니 더 예쁘게 보인다.
이제 진정 길이 끝나는 섬 끝이다.
왔던 길을 되돌아 선착장으로 걸어가는데 내 눈은 자꾸만 연화봉 정상으로 향한다.
되돌아가는 배 시간이 오후 1시 30분이니
선착장까지 가서 해물파전 한 그릇 먹으면 딱 맞을 시간이다.
섬에 오면 괜히 느려보고 싶다.
좀 더 늦은 배를 타고 나올 걸,
여유로운 시간을 가지고 왔더라면 좋았을 걸~~ 하는 아쉬움이 언제나 남는다.
여유로운 시간 속에서 섬을 걸으며 풍성한 사유를 누리고 싶다.
숨겨진 역사를 돌아보고 싶다.
이제 연꽃이 필 시기이니
이곳 연화도의 향기를 간직하여 우리 동네 연지에 풀어주어야겠다..
피나무란 이름이 ‘껍질을 쓰는 나무’란 뜻에서 유래 되었다고 한다
피나무 껍질의 섬유는 질기고 길어서 밧줄 등 농사용 도구에서 어망에 이르기까지
대단히 귀중하게 이용 되었으며 열매는 염주 만드는 재료로 사용했다.
피나무의 가장 독특한 모습은
초여름에 꽃이 피고 나면 바로 달리는 열매인데
긴 주걱 모양의 포 가운데에 열매가 달려있다.
주걱 모양의 포는 헬리콥터 역할을 하여
열매가 떨어질 때 멀리 날아가서
씨앗이 발아토록 한다니 참으로 지혜롭다 (박상진 저 /궁궐의 우리 나무 참조)
나는 오늘 연화도에 와서 또 한 번의 식물들의 지혜로움을 만났다.
돌아오는 배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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