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아침
일어나자마자 베란다 창문을 열고 밖을 바라보았다.
비 온다는 예보가 있었는데…
비는 주차된 차들의 밑바닥은 적시지도 못한 적은 양이었나 보다
에구~ 오려거든 흠뻑 좀 내리지… 차만 지저분해지고 말았다.
그에 자꾸 안개가 내려오고 있으니
모처럼 휴일다운 휴일의 시간을 가져 볼까 했던 마음에
안개처럼 아쉬움이 차오른다.
그래 안개는 조금 있으면 걷히겠지.
남편은 오늘도 서울행이다.
차분한 마음으로 나 하고 싶은 일 하자며 작정하고 나니
제일 먼저 커다란 빨간 양파망이 눈에 들어온다.
안개가 걷힐 때까지 양파 껍질이나 벗기자고 작정한다.
장아찌 담으려고 구입해 놓고 손도 대지 못하고 있었다.
60개를 벗기고 나니 안개는 걷히는데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앞으로 이만큼보다 조금 더 많이 남은 양파는 시간 나는 대로 해야겠다.
봄비
번영로
나직하고 그윽하게 부르는 소리 있어
나아가 보니, 나아가 보니
졸음 잔뜩 실은 듯한 젖빛 구름만이
무척이나 기쁜 듯이, 한없이 게으르게
푸른 하늘 위를 거닌다.
- 이하 생략 -
얼른 산행 차림을 하고 뒷산으로 향했다.
뒷산에서 공원 산으로 넘어갈 작정이다.
오솔길에 들어서니 봄비 내리는 숲 속의 기운이 정말 좋다.
내가 즐겨 외우는 번영로 시인의 봄비를 가만히 읊조려 보려는데
어쩌나~~ 처음 구절만 생각이 난다. ^^
빗줄기가 가늘었다.
우산을 쓰기에는 거추장스러웠고 안 쓰면 옷이 젖을 것 같으니
이 비는 가랑비일까 이슬비일까 혼자 투덜거리는데
4월이 얼른 내 옆으로 다가오더니 ‘있으라고 이슬비예요’ 한다
그러자 뒤에 서 있는 5월이 ‘아니에요, 가라고 가랑비예요’ 한다.
아하 4월과 5월이 자리다툼을 하고 있구나
우리 그냥 사이좋게 지내보면 어떨까.
나는 두음법칙을 따라 가리비 로 하려고 하니 이 비는 가리비야~ 하하
너희들도 오늘 니랑 같이 사이좋게 지내렴.
너무 아름다워 잔인했던 달 4월을 보내며
늦게나마 봄꽃을 만나려 하니 너무 좋아 발걸음이 절로 가볍다.
연초록물이 뚝뚝 흘러내릴 듯싶은 나무들을 곁에 끼고 오솔길을 걷는 이 행복함~~
내 몸이 금세 연둣빛으로 물들어 버렸다.
나무들은 연초록 잎을 앞세워 이제 흰 꽃을 피워내고 있다.
팥배나무, 덜꿩나무들이 선두를 지키려고 이미 꽃을 피우고 있는가 하면
성질 급한 가지들은 부지런을 떨며 꽃을 아물고 있기도 했다.
조금 있으면 새하얀 찔레꽃들이 피어나며 향기로 이 산을 채우겠지.
산에서 들에서 자라는 들꽃은
누구의 손길도 도움도 받지 않고
또 누가 보아주지 않아도 꽃 피우기를 거두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비 내리는 산자락에서 보여주는 이 고운 모습을 어쩌란 말인가.
나의 희망이다.
나무들은 봄을 알리며 꼬물꼬물 연두 잎들을 피우더니
어느새 팔랑팔랑 연초록 잎으로 자라면서
빈병에 물 채우듯 시나브로 온 숲을 연초록빛으로 채우고 있다.
조금 있으면 너울너울 초록빛 잎으로 자랄 것이니
이 계절은 진정 경이로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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