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토속문화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누비안 마을
필레신전 관람을 마치고 우리는 드디어 크루즈에 체크인했다.
크루즈 여러 척이 가로로 나란히 정박해 있는 곳에서
4번째의 우리 크루즈 호텔을 찾아가기 위해
다른 크루즈 3곳의 로비를 지나야 하는 이상하고 재밌는 크루즈 호텔이다.
3일 만의 호텔방을 만나니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다.
배정받은 방으로 들어서서 커튼을 젖히는 순간, 아 우리는 나일강 위에 떠 있는 것이다.
내가 탄 크루즈는 서서히 북으로 이동을 할 것이고, 이 방에서 3일을 묵으며 들락날락하며
아스완에서의 남은 일정을 마칠 것이라 생각하니 지금까지의 고생이 눈 녹듯 사라진다.
캐리어를 내려놓고 남편과 나는 창가에 하염없이 앉아서 쉬었다.
4시 무렵이면 누비안 마을을 탐방하는 선택관광 일정이 있기 때문이다.
누비안인들은 흑인계통으로 이집트사람들에게는 경계의 대상이었다고 한다.
하여 쿠탕카멘도 파라오 시절 의자 아래에 누비안족들을 그려 놓고 발로 누르곤 했다는 설명을 들었다.
그 후 누비안들은 이집트에 종속되어 지금까지 살아오고 있으며
그들이 살고 있는 누비안 마을은 흑인 토속 마을로 관광지가 되어 인기 명소가 되었다고 한다.
누비안 마을을 찾아가기 위해 작은 배에 앉아 바라보는 나일강 물빛은
검은빛이 감돌고 있었는데도 아주 맑은 물이었다.
멀리 크고 작은 펠루카들이 물 위에 떠 있으니 참으로 멋져 보인다.
일종의 돛이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반원형으로 펼쳐진 돛의 모습이 그냥 멋져 보였다.
펠루카는 나일강에서 살아가는 이집트인들의 운송수단이었는데
요즈음에는 여행자들을 실어 나르기도 하고 나일강을 유람하고 싶은 관광객들을 태우기도 한다고 한다.
나일강에 들어서면서부터는 나일강변에서 자라는 갈대들의 무성함에 줄곧 마음을 빼앗겼다.
물론 저 갈대와 파피루스는 다른 품종이지만 파피루스 위에 갈대 펜으로 기록을 했다는 사실에
무성하고 탐스럽게 자라는 저 갈대들이 예사롭지 않게 보이는 것이다.
석양에 더욱 품위를 자아내는 나일강의 풍경이 한없이 정겹다.
누비안 마을이 보이기 시작한다
이 역시 아스완댐 건설로 수몰되면서 지금의 자리로 옮겼다고 한다
배가 선착장에 닿자 내 눈에 들어오는 나무 한 그루가 있었다.
일행들은 고운 모래에서 양말을 벗고 놀이에 열중하는데
나는 저 나무가 몹시도 궁금하여 모래밭에 발이 푹푹 빠지면서도 나무 가까이 올라갔다
사막에서 자라는 나무! 이름을 불러주지 못했지만 노란 꽃을 달고 서 있는 나무가 나는 놀이보다 더 좋았다.
누비안 마을에 들어서자 향이 가득했고 색색의 화려한 물건들이 가득했다.
히비스커스 차가 이곳에서 생산되는데 클레오파트라도 자신의 美를 위해 즐겨 마신 차라고 하는데
내 입에는 썩 받아들이지 않는 맛이다. 미를 위해 노력하는 일이 어찌 달달함만 있을까
그곳의 한 어린이는 살아있는 악어를 들고 다니기도 하는데 악어를 섬기는 풍습이 있었다고 하니
실제 우리가 방문 예정으로 되어있는 콤옴보 신전은 악어 신을 모신 신전이라고 했다.
누비안 마을에는 낙타가 많았다
관광객들을 태우고 마을을 한 바퀴 도는 것인데 우리 일행 누구도 낙타를 타지 않았다
몇 년 전의 메르스 전염병의 원인이
낙타라는 이유 때문에 가까이하기에는 조금 두려움이 있었던 까닭이기도 했지만
그런데 내 눈에는 낙타들이 너무 불쌍했다
다리를 완전히 접고 앉은 모습부터 사람을 태우고 힘겹게 일어나는 모습을 차마 쳐다볼 수 없었다.
누비안 마을에서의 일정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모래언덕을 붉게 물들이는 석양이 더없이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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