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주어진 모든 것을 사랑으로!!

마음따라 발길따라

머나먼 나라 이집트(3) : 아스완행 열차

물소리~~^ 2023. 3. 3. 00:05

 

아스완행 열차 이동은 '이집트여행의 꽃'이라고 하였다.

 

▲ 우리의 여행일정 : 빨간선이 열차타고 이동하는 경로

 

우리는 첫날 일정으로 올드 카이로의 피난교회, 고고학박물관, 칸엔 칼릴리 시장을 돌아보는 일정을 마치고 카이로역으로 향했다. 아스완으로 가기 위한 대장정을 위해서였다. 우리 가이드는 이집트 여행의 꽃이라며 진지하게? 말을 한다.

 

카이로에는 역이 두 곳에 있다고 했다.

한 곳은 람세스 2세의 큰 동상이 있는 람세스역이고 다른 하나는 피라미드 가까이 있는 가자지역의 기차역이다. 우리는 가자 지역의 기차역으로 갔다. 이집트 정부 방침에 따라 개인들은 람세스역을 이용하고 단체는 가자역을 이용한다고 한다. 우리는 단체이니 가자역에서 기차를 기다렸다.

 

▲ 오후 7시 경의 카이로 역

 

우리 가이드는 기다리면서 생수를 여유 있게 준비하라고 한다. 매점에서 1리터 3개를 샀다.

기차는 시간을 잘 지키지 않으므로 미리 가서 기다리는 것이 기차 타는데 유리하다고 한다. 기차역에서 추위에 몸을 웅크리면서 지루한 기다림 끝에 8시 20분경에 기차에 올랐다. 1시간 이상 기다리면서 일행들과 친해진 시간이었다. 기차의 이름은 거창하게 슬리핑 트레인! 잠을 자면서 가는 기차란다. 카이로에서 아스완까지 12시간을 달린다고 하니 불편함보다는 어떤 알 수 없는 낭만이 슬며시 차오르기도 한다.

 

여행 전, 기차의 환경이 열악하니 몇몇 준비물 안내를 해 주는 여행 후기를 읽었었다. 기차에서 내리면 우리는 또 바로 일정을 따라야 하기에 까딱 마음 놓으면 비행기에서의 차림으로 3일 동안 지내야 할 판이다. 하여 나는 따로 작은 가방에 클렌징티슈와 텀블러, 윗옷 하나씩, 컵라면 두 개, 일회용 세면도구 등을 챙겼다.

 

▲ 열차복도

 

▲ 객실 내부 ▼

 

기차에 오르는 순간, 놀라움과 함께 웃음이 나왔다. 좁은 복도를 끼고 2인 1실, 한 캐빈?씩 배정받았는데…… 지금 생각해도 웃음이 나온다. 옴짝달싹할 정도의 넓이였다. 그래도 침대는 이층인데 2층을 어떻게 오를지도 모르겠고 캐리어를 놓을 공간도 부족했다. 실내는 어둑했고 전기코드도 없으니 충전도 할 수 없다. 그럼에도 둥근 뚜껑이 있는 세면대? 가? 있었고 거울이 있었다. 밖을 볼 수 있는 창이 있었다. 둥개둥개하고 있는데 역무원이 지나다가 들어와서는 바닥 어디에서 사다리를 꺼내어 받쳐준다. 남편은 크게 웃으면서 이층으로 올라간다. 12시간이나 달리는 기차여서인지 조금 있으니 저녁 식사라며 빵 종류가 나왔다. 이걸 어디에 놓고 먹지? 둘레둘레 찾아보니 작은 판이 세워져 있기에 들어 벽면 구멍에 끼우니 식판이 되었다. 청결하지 못해 그냥 다시 제자리에 두었다.

 

 

그래도 세수는 할 수 있을까? 세면대 수도를 돌려 봤지만 물이 나오지 않는다. 아! 생수를 여유 있게 준비하라는 말이 이제야 이해된다. 화장실은 기차 칸이 연결된 곳에 좌우 하나씩 있는 공동 화장실이다. 화장실에 가 보았다. 화장지도 있고 일회용 변기 커버도 비치되어 있는 나름 괜찮아 보였는데 아뿔싸!! 이곳에도 물이 나오지 않는 것이다. 하니 생수병을 들고 가서 볼일을 보고 물을 부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면 그대로 철로로 쏟아진다고 하니~~

 

 

▲ 사막의 아침 노을

모든 것이 어설프다. 하지만 잠을 자야 한다. 비행기에서 자는 둥 마는 둥 했기에 이 기차에서라도 잠을 자야 하는데 추웠다. 할 수 없이 큰 캐리어를 열고 핫팩을 꺼내어 붙이고 자니 따듯해진다. 얼마쯤 잤을까. 누군가가 각 방문을 두드리며 누군가를 부르고 다닌다. 아마도 잠깐 나왔다가 자기 방 호수를 기억하지 못했나 보다. 그 난리에 잠이 깼다. 시간을 보니 이곳 시간으로 한밤중 1시가 조금 지났으니 겨우 두 시간 정도 잤나 보다. 하여 아까 열었던 캐리어를 정리하려고 몸을 조금 움직이노라니 기차가 어찌나 덜컹거리는지 멀미가 난다. 기차는 제법 빠르게 달리고 있었다.  멀미를 가라앉게 하려고 움직임을 멈추고 그대로 앉아 창밖 까만 풍경을 응시하노라니 차츰 날이 밝아온다.

 

▲ 복도에 나와서 바라 본 풍경, 나일강따 달리는 열차에서 ▼

 

 

▲ 일출

아! 사막의 일출을 만났다.

나일강을 따라 펼쳐진 들판에서는 사탕수수와 바나나가 싱싱하게 자라고 있었다. 부지런한 사람들이 마차를 타고 어디론가 가고 있다. 이집트의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복도로 나와 기차와 나란히 달리는 나일강에 내 몸과 마음을 띠워본다.

 

저 나일강은 기원전 5천 년부터 현재까지 약 7천 년의 장구한 이집트의 역사를 알고 있을까. 이제 이 기차가 조금 정겨워진다. 일찍 일어난 덕에 역무원에게 부탁하여 텀블러에 따뜻한 물을 채울 수 있었다. 1달러 주었다. 조금 후 아침 식사가 또 나왔는데 빵은 가방에 챙겨두고 컵라면을 먹으려고 따뜻한 물을 요구하니 가져다준다. 남편은 2달러를 준비하고 있다가 얼른 준다. 컵라면 두 개의 물값이라지만 그냥 더 챙겨주고 싶은 마음이었나 보다. 아스완에 도착하니 우리의 가방을 챙겨 내려주며 손을 흔드는 모습에 괜히 마음이 찡해 왔다.

 

 

 

 

▲ 아스완도착 : 우리가 탔던 열차(오른쪽)의 남루함

 

▲아스완에서 만난 우리 일행을 태울 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