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탄 비행기는 좌석이 만석이어서인지 정시보다 5분 빠르게 이륙했다. 아무리 만석이라지만 5분이나 빠르게 움직이는 비행기에 의아심이 일어난 까닭은 우리 비행기가 터키 비행기였기 때문이다. 급하게 전달해야 하는 그 무엇이라도 있는 것일까…
사실 훨씬 전에 예약한 비행기였지만 지금 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터키 비행기를 타고 이스탄불을 경유해야 하는 비행 여정에 내내 마음이 답답해 온다. 여행사에 문의해 보니 예약된 비행기는 그대로 운행될 예정이라고 했다. 내 마음의 짐을 덜어내기 위해 터키를 위한 모금에 기부금을 보탰다.
비행기는 생각보다 깔끔하고 쾌적했다. 좌석 사이의 넓이도 그리 불편하지 않으니 11시간 30분의 비행에 큰 불편이 없었다. 우리는 공항에서 저녁 7시 무렵에 저녁 식사를 하고 모임에 합류했으니 식사 걱정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스탄불과 서울까지의 시차는 6시간으로 비행기를 타고 1시간이 지나니 저녁 식사라고 기내식이 나온다. 아마도 터키식 시간으로 식사 시간을 맞춘듯싶었다. 그런데 기내식이 한식이었다. 비빔밥과 불고기가 기내식으로 채택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었는데 실제 받아보니 자랑스럽다. 아쉽게도 기내식을 다 먹지 못했다.
긴 비행시간을 잠으로 채우면 좋겠는데 낯선 마음은 정신을 더욱 또렷하게 한다. 등받이 화면으로 영화 한 편을 보고 자다 깨다 보니 다시 아침 기내식이 나온다. 이스탄불이 가까워 오는지 비행기가 하강하고 있다. 창가 좌석에 앉아 열심히 잠을 자던 아가씨가 마침 잠을 깨고 창문을 올리니 이스탄불 야경이 보인다.
아, 4년 전에 이곳을 왔었지… 하는 감회에 젖어 본다. 비행기는 조심스럽게 하강하더니 아주 부드럽게 착륙한다.
경유하는 이스탄불 공항에서 우리는 입국 절차를 밟고 곧바로 이집트 카이로로 가는 비행기를 타는 출국 심사를 받는 까닭으로 이스탄불 공항 내에서의 동선만으로도 시간이 촉박하여 뛰다시피 걸어야 했다.
카이로로 향하는 비행기 역시 터키 비행기였는데 3시간여를 비행하는 비행기여서인지 작은 비행기였다. 카이로시간으로 아침 9시 조금 넘어 도착했다. 우리와 7시간의 시차가 있었다. 비행기에서 바라본 카이로의 첫인상은 어딘가 모르게 초라하다는 느낌이었다. 우리를 마중 나온 버스를 타고 우리는 14시간의 비행에 구겨질 대로 구겨진 차림으로 첫 일정을 시작했다.
첫 방문지를 찾아가는 도중의 이집트 풍경은 참으로 낯설음이었다. 집들은 흙벽돌로 지은 낡은 집이거나 모두가 짓다 만 집들이었는데 이는 공사 중 건물에는 세금을 부과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가이드의 설명이다. 지금 이집트는 IMF 중이란다. 우리의 첫 방문지를 찾아가기 위해 도로를 달리는데 정말 놀라운 것은 아프리카라고 믿기 어려울 만큼 차들은 많은데 도로에는 차선이 없었다. 차선만이 아니라 신호등 하나 없는 거리였다. 이곳 카이로는 이집트의 수도인데 어찌 이리도 질서가 없을까. 달리면서 끼어들고 빠져나가는 차들! 그 차들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지나는 사람들! 그에 시내버스라 하는 차들은 아예 뒷문을 열어 놓고 달리면서 아무 데서나 사람들을 타고 내리게 하는 것이다. 그렇게 미로 속을 달리며 찾아간 곳은 올드카이로라 불리는 예수 피난교회였다.
나는 이집트라는 라는 나라가 기독교와 깊은 관계가 있는 줄을 몰랐다. 이곳에 오기 전 잠깐 이집트에 관한 책을 읽으며 모세의 출애굽기, 아기예수의 피난 등 의 사실을 알고 참으로 놀라운 마음이었다. 물론 정통 기독교의 종파인 콥트교라는 설명을 들었지만 이런 연유로 성지순례의 처음코스로 알려진 곳이라는 새로운 사실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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