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떠미는 것도 아니고, 쫓기는 것도 아닌데
진도항 출발 8시 배를 타기 위해
우리는 그렇게 새벽 4시에 진도여객터미널을 향해 출발했다. (11월 12일)
섬을 좋아하는 남편 덕에 섬 여행을 자주 하는 편이다.
멀고 먼 섬이라고 느끼고 있는 추자도를
당일로 다녀올 수 있는 배편이 새롭게 취항했다는 소식을 듣고
지난 10월에 다녀오려고 예약까지 했지만, 선박 사정으로 취소가 되었던 차
다시 운행이 재개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우리는 다시 도전을 한 것이다.
차를 가지고 들어가기로 하니 준비물이 간단했다.
새벽길을 3시간여 달려 7시 20분경에 진도항에 도착.
세월호 사고로 널리 알려진 팽목항 옆에 새롭게 진도항을 건설하고 있었다
새벽 기운마저 묵직하게 느껴지는 장소~
추자도를 거쳐 제주까지 가는 항로인 만큼 많은 사람이 승선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마도 제주 렌트카 비용이 비싸니 아예 이렇게 자동차를 싣고 제주까지 가는 경우인가 보다.
우리는 추자도에서 먼저 내리기 때문에 제일 마지막으로 차를 싣고 승선하였다.
배의 속도가 42노트라 굉장히 빠르다.
아침 해가 거칠 것 없는 바다를 마음껏 누리는 듯
반짝이는 윤슬이 마치 햇살의 환희처럼 아른거린다.
아름다운 풍경이전에
저 넓은 바다에 길을 내며, 살아가는 삶들이 얽혀 있을 것이다
그러면 다시 아름답다 하겠다. 아름다움이란 변치 않는 조화로움이 아닐까.
50분쯤 바다 위를 달렸을까.
파리바게뜨에서 사온 커피 한 잔을 채 마시지도 못했는데
배는 추자항에 들어왔다고 기적을 빠앙~ 울린다.
거리상으로 보면 추자도는 제주의 시작점이겠다.
추자항에서 많은 사람들이 또 배를 탄다. 제주를 가는 사람들이다.
조그마한 섬 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크고 터미널도 깔끔했다.
오늘은 웬일로 남편이 나와 함께 걸어보겠다고 한다.
멀리 보이는 산등성을 가리키며 저곳도? 하니 그렇단다.
그래 시간은 좀 더 걸리겠지만 함께 천천히 걸으며 섬을 음미해도 좋을 것이리라
여행자 안내 겸 쉼터 앞에 치를 주차하고 쉼터에서 간단히 설명을 듣고 출발했다.
약 3시간이면 상추자도를 한 바퀴 돌 수 있을 것이라 이야기해 주었지만
우리는 천천히 걷기로 했다. 오전 10시다
제주도에 속한 추자도인 만큼 이곳은 제주 올레길 18-1코스가 추자항에서 시작된다.
여행자쉼터에서 조금 오르면 제일먼저 만나는 곳
추자초등하교를 우회하면 바로 최영장군의 사당이 있다.
‘황금을 보기를 돌같이 하라’ 하신 최영 장군?이 어떻게 이곳 추자도까지...
최영 장군은 고려 공민왕 시기에 탐라의 난을 진압하기위해 탐라로 가는 도중
심한 풍랑을 만나 추자도에서 잠시 머물면서
이곳 어민들에게 어망을 만들고 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준 은혜를 생각하여
사당을 짓고 모시게 되었다고 한다.
사당을 지나 봉골레산으로 향했다.
갑자기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어쩌나~ 우산을 차에 두고 왔는데.... 나는 모자를 썼기에 그냥 맞을 만 했고,
남편은 후드 점퍼의 모자를 꺼내어 썼다. 그냥 가기로 했다.
우리의 배짱에 하늘도 양보했는지 조금 더 걸으니 빗방울이 멈췄다. 다행이다.
동산 같은 봉골레산 정상에 오르니
나바론 하늘길도 보이고 바다 위에 떠있는 크고 작은 섬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산을 내려와 후포 해변에 도착, 다시 해변길을 따라
나바론길을 찾아 나서는 길가에 잔잔히 피어있는 꽃들에 마음이 평화롭다.
드디어 나바론하늘길 올라가는 데크 계단길을 만났다.
남편을 앞세우고 천천히 오르는데 자꾸만 앞산의 절벽과 정자가 눈에 들어온다.
어쩜 저곳이 나바론절벽인가?
우리가 길을 잘못 들었나? 하는 의구심이 생긴다.
남편을 불러 아무래도 저곳인 것 같은데
저 길로 가야 하는 것 아닐까 하니 남편은 안 가겠다고 나보고 가라 한다..
호기심을 버리지 못하고 남편에게 천천히 올라가라 하고
되돌아 내려와 앞 절벽의 정자를 향해서 갔다.
용이 승천하면서 신비한 모습을 보이는 것 같다고 하여 용둠벙이라 한다는데
설마 용이 이 비좁은 곳에서 지냈을까? 하는 생각이었지만
낸들 어찌 알까 그 시절의 이야기들을..
하여 더 궁금하고 신비한 장소로 거듭나고 있는 것이다.
그곳은 그곳 나름대로 풍경을 품고 있었다.
해국을 만나고 이상스레 생긴 물고인 해변을 만나 사진을 찍기도 하였다
중간쯤 올라도 사람들이 없다. 아닌가? 하는 의구심에 내려오는 두 사람에게 물어보니
나바론은 앞서 걸었던 그곳이 맞고 이곳은 용둠벙을 전망하기 위한 곳이라고 하지 않는가
하여 바라보니 진정 나바론 절벽의 정면이 다 보이는 것이다.
나는 순간 혼동으로 이곳으로 왔지만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곳으로 오지 않았으면 용둠벙도 만나지 못했을 뿐 아니라
나바론 하늘길의 전체를 볼 수 없었을 것이로다!!
얼른 뛰다시피 다시 하늘길 오르는 계단 앞에 다다라 빠른 걸음으로 오르기 시작했다
이쪽저쪽 걷느라 땀이 엄청 쏟아지니 겉옷을 벗고
바람이 어찌나 불어오는지 모자를 벗어 들었다. 바람 때문에 아찔함이 더해진다.
풍경을 감상하느라 발걸음이 자꾸만 멈춰진다.
절벽 능선의 바닷 쪽 경사면을 타고 걷는 나바론 하늘길은
추자도의 모두를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망망대해의 아름다움을 원 없이 바라볼 수 있었다.
진정 하늘길이 맞다.
먼저 올라간 남편이 정자에 앉아있다고 전화를 걸어온다.
절벽에 세워진 참굴비의 조형물에 웃음이 나온다.
관제탑을 지나고 등대산에 닿았다
남편은 조금 지친 듯 의자를 만나면 앉기를 거부하지 않는다
그러면서 이만큼 오르락내리락한 자신이 대견하단다.
그럼요~~ 맞장구를 치며 등대산 전망대에 올랐지만
해무인지 안개인지 자꾸 시야를 가린다.
한라산 정상도 보인다는데...
등대산에서 내려오니 영흥리라는 마을에 이른다. 아직도 상추자도이다.
하추자도에는 식당이 없다고 아까 여행자 쉼터에서 알려주었다
이제 해안도로를 따라 걸으며 다시 추자항 근처까지 걸었다.
오후 1시 반, 근 3시간 반을 걸었다
추자항 근처에서 굴비정식으로 점심을 맛나게 먹고
차에서 조금 쉬고 하추자도에 다녀오자고 했는데
새벽 4시에 나오느라 충분한 잠을 자지 못한 데다
고단함 끝에 점심을 맛있게 먹고 나니 피곤함이 밀려왔던가?
우리는 그대로 차에서 잠이 들고 말았다.
갑자기 두두둑 빗방울 소리에 깜짝 놀라 눈을 뜨니 오후 3시가 넘어 있었다.
다시 나갈 배 시간이 오후 6시 40분인데
시간이 애매하여 터미널에 문의하니
차 승선도 있고 하니 5시 30분까지 와서 대기하라고 한다.
어찌할까 하다가 하추자도는 그냥 차로 돌면서
내가 가고 싶었던 곳 눈물의 십자가만 다녀오자고 했다
비는 내렸다 그치기도 하고 하늘도 맑았다 흐렸다 한다.
하추자도에도 봐야 할 명소가 한두 군데가 아니었으니
남편은 언제 또 기회 되면 다시 와서 하추자도를 돌아보자고 한다.
추자도는 그렇게 나에게 숙제를 또 남겨 주나 보다..
추자도의 아름다움을 한 번에 다 볼 수 없다는 변명으로 숙제를 받아 들었다.
진도에서 1시간 넘게 달린 후, 서해안고속도로 목포IC 에 들어서니 비가 엄청 쏟아지고 있다.
집에 돌아오니 밤 11시 30분!
아들들은 걱정이 되어 그 시간까지 우리 전화만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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