小雪 지난 11월의 요즈음 날씨는 봄인 듯 착각하게 만든다.
하지만 아직은 따뜻한 기운이 남아 있는 이 시기를 小春이라고도 한다니
그리 틀린 날씨는 아니라고 위안 삼으며 이상 기후를 받아들이는 마음이다
그럼에도 나무들은 나뭇잎을 떨어트리고 헐벗고 있으니
사람들은 나무들에게 옷을 입혔다.
올해 갑자기 여기저기서 나무에 털옷을 입히더니
급기야 우리 동네 호수변 나무에도 알록달록 털옷을 입혀 놓았다.
자연에 디자인이라니…
사람들의 정성을 생각하면 참 고마운 일인데
오가며 바라보는 나는 저 모습이
나무들에게 좋은 현상일까 하는 생각을 하곤 한다.
원래는 겨울이 시작되면 나무줄기에 볏짚을 엮어 둘러매어주었다
이는 나무들을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나무에서 살고 있는 병충해들을 잡기 위한 것으로 알고 있다
해충들도 추운 겨울을 나무 위에서 살아가기 어려우니
날씨가 추워지면 땅속에서 월동을 하기 위해 땅으로 내려간다.
그런데 내려가다 볏짚을 만나면
따뜻한 온기 어린 볏짚이 땅속인 줄 알고 지낸다는 것이다.
겨우내 얼었던 땅이 녹기 시작하는 이른 봄 해토머리가 되면
사람들은 그 볏짚을 벗겨 소각하여 병충해 방지를 하는 것이다
그런데 볏짚 해충 집들이 사라지고
갑자기 털로 만든 덮개들이 나무줄기를 둘러싸고 있다.
과연 그 방법이 볏짚보다 나을까?
봄이 되면 저 털옷들은 어떻게 처리할까? 재활용을 할까?
아니면 소각할까
재활용하는 방법에는 무언가 찜찜하고
소각한다면 그 공해가 적지 않을 것이라는 나만의 생각에 머무는 것이다.
털옷을 입은 나무들은
초가삼간에 살다 갑자기 아파트에라도 사는 어색한 느낌일 것이니
나는 저 알록달록한 모습보다 볏짚으로 엮어 만든 해충 집이 훨씬 더 좋은데
이 또한 사라지는 풍경이 되는 것 같아 못내 아쉽기만 하다.
11월 25일 저녁 산책 시간에 찍은 사진 모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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