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산길이 환해진다.
오늘따라 유난히 맑은 가을 햇살이
나무들 잎 사이를 뚫고 들어오는 듯싶으니
말간 빛으로 나를 맞이하는 저 잎들에 진정 내 눈이 부시다.
스며드는 빛의 아름다움~에 빠져
내 걸음은 자꾸만 느려지고 있다.
피아골삼거리는 해발 1,384m 인데
그곳에서 나의 목적지인 직전마을까지는 한 번도 어긋남이 없는 내리막 길이었다.
또한 길은 어쩌다 데크 길을 만날 뿐 온통 자갈길이니
길을 골라 디뎌야 했고
나무의 아름다움에 빠져 사진을 찍어야 했고
어딘가에 앉아서 쉬며 풍경을 바라보고 싶은데 앉을만한 자리를 좀처럼 만나지 못하겠다.
뒤 따라 오는 사람들은 그저 휙휙 지나며 나를 앞지르고 있으니..
아, 드디어 작은 쉼터를 만났다
어찌나 반가운지..
가만히 앉아서 빛으로 둘러싸인 풍경을 바라본다
나무와 하늘밖에 보이지 않는 숲속~
따뜻한 한 잔의 차와 한 조각의 빵으로도 행복해진다.
오늘 중 가장 멋지고 싶은 시간~ 이런 겉멋도 나 혼자는 절대 꾸밀 수 없는
주위의 붉고 노란빛의 나뭇잎과 파아란 가을 하늘과의 교감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닐까.
피아골계곡은 지리산 제 2봉인 반야봉의 중턱에서 발원한
맑고 풍부한 물이 임걸령의 밀림지대를 누비며
피아골 삼거리, 연곡사 등을 지나 섬진강으로 빠지는 약 20km 에 달하는 계곡이다.
폭포, 담소, 심연이 계속되는 계곡미가 뛰어나며
특히 피아골 단풍은 지리산 10경 중 하나로 손꼽힌다.
피아골을 중심으로 연곡사, 평사리 등은
역사적, 문학적으로도 중요한 곳인 만큼 품은 이야기들도 많은 터
소설가 조정래는 그의 장편소설 태백산맥에서
역사적으로 비극적 현장이었던 피아골 단풍을
먼 옛날부터 그 골짜기에서
수없이 죽어간 사람들의 원혼이 그렇게 피어나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피아골 아래의 첫 마을인 직전마을이라는 지명의 유래는
연곡사에 수백 명이 승려가 머물며 수행하던 시절 식량이 부족하게 되자
척박한 토양에서도 잘 자라는 오곡 중 하나인 피(기장)를 많이 심어
피밭골이라 불리던 것이 점차 변화되어 피아골로 불리게 되었고
이곳 마을을 기장 직(稷), 밭 전(田)을 써서 직전(稷田)이라고 부르고 있다.
직전마을에 약속한 2시보다 한 시간 늦게 도착했다
남편은 나를 보았는지 차 비상등을 키며 위치를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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