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주어진 모든 것을 사랑으로!!

마음따라 발길따라

나를 맞이한 곰배령의 환영사는 바람, 비, 안개였다.

물소리~~^ 2022. 10. 9. 10:09

 

▲ 아침 일찍 숙소에서 바라본 건너편 풍경 : 알고보니 보이는 저 집이 우리의 아침식사 장소였다

 

   습관처럼 5시 조금 지나 일어나 밖으로 나오니

   서늘한 기운이 확 끼쳐 오면서 몸을 움츠리게 한다

   안개가 자욱했는데 하늘이 이상하게 내려앉아있었으니 지난밤에 비라도 내렸는가?

   마음은 온통 곰배령의 기대에 차 있으니 구부정한 날씨를 절대 부정하고 싶은 것이다.

   숙소 앞 계곡 물소리에 넘 기분이 좋아 계곡 앞에 한참을 쪼그리고 앉아 있는데

   아니! 빗방울이 한 두 방울씩 떨어지는 것이 아닌가!

   어쩌나!! 오늘 곰배령에 꼭 가야 하는데~~

 
 

▲ 야속하게 비가 내린다 : 조심조심 다리를 건너는 우리 숙소 일행

 

▲ 다리를 건너 다시 바라본 우리 숙소

 

   우리는 9시 곰배령 첫 방문 예약자들이기에 모두들 서둘렀다

   숙소 앞 계곡의 작은 다리를 조심조심 건너 바로 앞의

   나무꾼과 선녀라는 식당에서 다른 숙소 팀과 합류하여 황탯국으로 식사를 했다.

 

▲ 간 밤에 비가 많이 내렸나 보다. 개미취가 흠뻑 젖은 무거운 몸짓으로 우리를 반긴다.

 

   

   식사를 마치고 탐방 시작점인 점봉산산림생태관리센터를 향해

   1시간여를 또 달리는데 빗방울이 굵어지고 있다

   주차장에 도착했지만

   산악회 진행요원들이 우의를 구입하느라 한참 시간이 지체되었다.

   각자의 신분증을 제시하고 예약자를 확인한 뒤 탐방증을 받아야 입산이 가능하다

 

▲ 탐방시작점 생태관리센터 ▼

 

   우리는 하얗고, 노란 우의를 입고 비를 맞으며 그냥 출발했다

   나는 늘 배낭에 우의를 준비해 가지고 다니기에 내 빨간 우의를 입었다

   곰배령(1,164m)까지는 5.1km, 우리는 왕복 10.2km를 걸어야 한다.

   정상은 점봉산(1,426m)이지만

   2026년까지 출입제한으로 묶여 있기에 지금은 곰배령이 정상인 것이다.

   빗줄기는 더 이상 거세어지지는 않았지만 우의를 벗을 만큼의 적은 양도 아니었다.

 

 

 

 

 

   숲길을 들어서니 아! 정말 좋다

   빗속의 숲길을 걷는 행운이 나에게 주어진 것이다.

   초입의 등산로는 정말로 순하다.

   아마도 이곳에서 자라는 식물들을 잘 살펴보라는 뜻인 것 같다.

   이 숲길에는 우리 한반도에서 자생하는 식물의 20%가 분포되고,  854종이 자란다고 하니

   탐방객들의 발걸음을 제한하고 있음은 당연한 일이지 않은가.

 

 

 

 

 

 

 

 

   왼쪽으로 계곡을 끼고 걷는 숲 길가의 다양한 수목들은 이제 막 단풍이 들기 시작하였다

   정말 예쁘다. 자라는 모습들도 다양하다.

   나무들은 서로 부딪히지 않기 위해 몸을 비틀기도 하였고

   계곡을 사이에 두고 서로서로 손 인사를 나누는 듯 가지를 길게 뻗기도 하였다.

 

 

   어제의 비일까?

   점봉산 정상에서 발원하여 곰배령을 지나 강선마을을 지나는

   강선 계곡의 힘찬 물줄기는 작은 폭포를 연이어 만들며 흐르고 있다.

 

 

 

   단풍이 들기 시작한 나무와 계곡을 힘차게 흘러내리는 물줄기를 바라보며 걷다가

   처음 만난 꽃이 투구꽃이었다.

   꽃은 어느새 열매를 맺고 있었다.

   비에 젖은 모습이 마냥 안쓰럽기조차 한데

   맑은 빛으로 내 눈과 맞춤해주니 얼마나 예쁘던지

   사진을 찍느라 동무하며 걷던 일행을 놓쳤다.

   일부러 천천히 걸었다

 

▲ ㅅ자 모양의 집과 v자 모양의 화단?이 아주 멋지게 어울린다.

 

▲ 저 집의 화단가에서 자라는 꽃들도 비에 푹 젖어 있었다.

 

▲ 강선마을

 

▲ 다리 건너 왼쪽 작은 건물에서 근무하는 사람에게 앞서 받은 탐방증을 제시하여야 한다.

 

   탐방객의 증표를 확인하는 지점을 지나서부터는 계곡이 오른쪽으로 따라 내려간다.

   비 내리는 숲길에 내 마음이 서서히 녹아내린다.

 

   길에는 언제나 새로움이 가득하다

   더구나 강원도 깊은 산의 오래된 숲길은 오늘 나에게 새로운 길이지 않은가.

   길 따라 걷는다는 건 끊임없이 새것을 만나고 배우는 것이다.

   오늘 나는 여기까지 오는 동안 높은 곳에서 살아가는 꽃을 만난다는 희망이 가득했지만

   이 길은 어찌 꽃만 있을까

   꽃 한 송이 피는 게 그저가 아니듯 이 숲길도 그냥 그렇게 나 있는 길이 아닌 것이다.

 

▲ 투구꽃

 

▲ 궁궁이

 

▲ 산박하? 오리방풀? : 두 꽃은 잎을 봐야 구분이 확실한데 잎이 보이지 않아요~~ㅠㅠ

 

 

▲ 멸가치 : 아주 작은 꽃을 피우는데 이 역시 꽃이 지고 열매를 맺고 있었다.

 

▲ 이제 2.1km 남았다

 

▲ 관중
▲ 고사리 이끼 등 양치식물이 많은 숲은 원시림의 산증인

 

 

 

▲ 등산로를 가로 지르는 작은 물줄기

 

▲ 점점 안개가 짙어지고 있었다.

 

 

▲ 마지막 깔딱고개 : 이곳만 지나면 곰배령 정상인데.....

 

▲ 계단 틈에서 만난 천남성 열매

 

 

▲ 아니! 아니! 갑자기 불어오는 바람과 안개빗줄기에 정신이 하나도 없다

 

   곰배령 정상에 오르자마자 불어 닥치는 바람에 정신이 없었다.

   벗겨질 것 같은 비옷을 여미고 자꾸 벗어지는 모자를 누르고,

   장갑이 푹 젖어 있으니 사진 찍기 위해 폰을 쥐고 있는 손이 너무 시리다.

 

▲ 5만여평의 야생화 단지, 천상의 화원인데~~~

 

   곰이 배를 드러내고 벌렁 누워있는 모습과 같다고 해서 곰배령이라 부른다는데

   그렇게 누워있던 곰이 벌떡 일어났나 보다

   천상의 화원은 이제 꽃이 지고 열매를 맺기 시작하고 있는데

   갑자기 많은 여인들이 빗속을 걸어 찾아 오르고 있으니

   곰은 우리를 맞이할 걱정이 많았나 보다

   세찬 바람을 불러 먼지를 날려 보내고,

   비를 불러 깨끗이 씻겨주고, 안개를 불러 풍경을 지우고 있었으니!!

 

▲ 투구꽃은 투구를 쓰고 있어서인지? 빗속이지만 그래도 가끔 만날 수 있었다.

 

▲ 참취

 

 

   세상에~~ 가을꽃을 보려고 왔는데 화원의 꽃들은 지난 태풍 폭우에 폭삭 망가져 있었다.

   늦은 꽃이 조금씩 비 맞은 모습의 자태를 보이고 있었지만

   엄청난 바람과 흩날리는 빗줄기에 정말 사진 찍을 엄두를 내지 못했다.

   맑은 날이면 저 꽃밭 속에서 빼꼼히 피어있는 꽃 만나는 기쁨이 말할 수 없이 컸겠지만

   그냥 데크길을 따라 한 바퀴 돌아보고 내려와야 했다.

   아쉬웠지만 꽃 대신 숲의 기운을 원없이 마시며 되돌아 걸었다

 

 

▲ 구절초

 

   그래도 정상석 앞에서는 인증샷을 하려고~~ 모이고 있다

   여기까지 올라온 인원은 절반이 되지 못했다

   오를수록 떨어지는 기온에 중간에서 되돌아 내려간 회원들이 제법 있었음을

   나중에 주차장에 도착해서 알게 되었다.

 

 

 

   우리나라에서 천상의 화원이란 불리는 곳은  두 군데이다.

   설악산국립공원 점봉산 곰배령과, 태백산 국립공원에 속한 금대봉과 대덕산이다.

   봄부터 가을까지 야생화가 흐드러지게 피고 지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늘 나는 곰배령을 찾아 꽃 대신 원시림을 찾아왔다는 말로 바꿔야 할 것 같다

   야생화의 한창 시기가 지났기도 했지만

   곰배령의 곰이 지나친 환영식을 해 주었기 때문이다.

 

   비 내리는 날에 숲에서

   비에 촉촉하게 젖은 숲의 나뭇잎들이 얼마나 생생한지,

   비 오는 날 숲의 냄새로 빚어지는 숲의 정취가 얼마나 좋은지를

   숲의 나무와 계곡의 물소리가 들려주는 교향곡의 음률에 얼마나 감동하였는지를

   이 높은 산에서 느낄 수 있었으니 꽃에 대신하며 마음을 힐링하며 걸었다.

 

   솔직히 곰배령의 야생화에만 초점을 맞춘 행보였다.

   하지만 꽃을 만나지 못한 허전함을 숲이 마음껏 채워주었다

   내리는 비가 내 몸을 옴짝 못하게 묶으며 숲길을 안내해 준 하루였다.

 

   곰배령의 곰은 이제 다시 누워있겠지~

   꽃이 만발하는 시기, 늦어도 9월 중순까지는 와야 한다며

   나를 다시 초청해주는 능청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