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주어진 모든 것을 사랑으로!!

단상(短想)

매실청을 담그며...

물소리~~^ 2021. 6. 27. 11:00

 

   매실청을 담았다.

   해마다 5, 6월이 되면 양파, 마늘, 매실을 구입하여

   장아찌, 저장, 청을 담그곤 하느라 나로서는 참 바쁜 시기이기도 하다

   그래도 하나씩 해 둘 때마다 그냥 마음이 든든해진다.

 

   올해도 지리산에서 재배하는 황매실을 5kg씩 두 자루를 구입하였다.

   받아보니 알이 튼실하고 싱싱해서 좋았다

   포장을 뜯는 순간

   훅! 올라오는 단내가 어찌나 맛있게 느껴지는지 씻는 것도 아까웠다.

 

   오후 5시 쯤 도착한 매실을 살살 씻으며 이물질을 제거하고

   물기를 닦아 채반에 하룻밤을 재우고 아침에 일어나 보니

   밤사이에 매실이 노랗게 익었다.

   퇴근 시간까지 놓아두어서는 안 되겠기에

   이른 아침 모든 일을 제치고 바로 설탕에 재웠다.

 

   담근 날과, 100일 되는 날의 명찰을 달아 뒤 베란다 한쪽에 놓아두니

   내 자리가 이곳이야 하면서 의기양양하게 버티면서 나를 바라본다.

 

   오래 전, 매실청을 처음 담글 때

   설탕을 조금만 넣어야지 하는 마음으로

   매실과 설탕을 1:1이 아닌, 1: 0.7 정도의 비율로 설탕을 넣었는데

   한참을 지나니 표면에 곰팡이가 피는 것이다.

 

   설탕을 충분히 넣어야 한다는 주의를 들었다.

   내 생각으로는

   설탕은 그리 좋은 것이 아닌데… 하는 마음이 더 많았던 것이다.

 

   그런데 물 한 방울 없이 설탕과 매실만을 넣는데도

   100일이 지나면 아주 흡족한 청이 나오는 까닭은

   매실의 미생물이 설탕을 먹고 발효하는 까닭이라고 했다

 

   매실과 설탕을 섞어 놓으면

   매실 속 미생물이 설탕을 먹으면서 유기화학반응을 일으키는데

   이 때, 설탕의 다당이 단당으로 변하면서 원래의 설탕 성분이 사라진다는 진리!

 

   미생물들이 먹고 밷어 내는 설탕물이 매실속으로 들어갔다 나오면서

   매실의 진액을 끌고 나오는 까닭으로

   우리는 매실의 효능이 담긴 물(청)을 마시게 되는 것이라니

   미생물을 매개체로하여 아주 과학적인 결과를 도출해 내는 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의 발효로 인한 추출물 중 하나로

   세계에서 가장 비싼 루왁커피가 있다.

   인도네시아의 사향고양이가 커피 열매를 먹은 후

   과육은 소화하고 딱딱한 씨앗을 배설하는데

   그 배설된 씨앗은 사향고양이 몸속에서 삭혀져 발효된 상태의 것으로

   이 씨앗을 수거하여 최고급의 커피를 만들고 있다.

 

   이와 같은 이치로 베트남의 위즐커피가 있는데

   이는 족제비의 배설물에서 수거한 커피 씨앗으로 만드는 커피다.

 

   19년도에 모로코 여행을 하면서

   차창 밖으로 모로코에서만 자란다는 아르간 나무위에서

   염소가 아르간 열매를 따 먹는 풍경을 만났었다.

   가이드의 설명은

   저렇게 아르간 열매를 먹고 배설하는 아르간 열매로

   아주 훌륭한 오일을 만든다고 한다.

   그곳에서 아르간 오일을 구입해 와서 근 일 년 동안 사용하기도 했다.

  

   이 모든 경우들은

   미생물이 제 몸 안에 있는 모든 생물은

   발효를 통해 살아간다는 이치를 보여주는 현상이니

   매실도, 사향고양이도, 족제비도, 염소도 몸속에 미생물과 공존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사람도 장에 많은 미생물이 있다는 걸 누누이 강조하면서

   장 건강의 으뜸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아가에게 좋은 모유는

   엄마가 섭취한 음식물이 분해 발효되며 생성된 좋은 미생물을

   아가에게 전해 주어 아가의 면역력을 키워주는 최고의 경우다

 

 

 

   매실과 설탕을 섞어

   뚜껑을 꽁꽁 닫아 둔지 2일이 지났을 뿐인데

   어느새 설탕이 촉촉하게 젖어 있다.

   좁은 통안에 갇혀있느라 얼마나 갑갑할까 하며 바라보는 내 시선이 잘 못 되었다고 알려 준다

   이들은 서로 한 공간에서 소통하면서

   먹이를 주고 먹히고 먹으면서

   서로의 장점들을 나누고 있잖은가!

   좁은공간에서 어쩌면 서로의 모습을 더욱 잘 바라보며 소통하고 있을 것만 같다.

 

   우리는 지금 게속되는 코로나라는 펜데믹에 갇혀 있다.

   지인들과의 만남도 없을뿐더러

   어쩌다 가끔 관람하는 연주회나 전시회도 볼 수 없는 상황이다.

   통안에 갇혀있는 매실과 설탕을 바라보며

   펜데믹에 갇혀있는 지금의 상황에서 나를, 또 가족을, 집안 일을

   다시 바라볼 수 있는 기회로 삼았으면 좋겠다는 믿음이 전해온다.

 

   어찌 나쁜 바이러스만 전염성이 있을까

   우리에게 유익한 미생물도 좋은 음식으로 희망을 전염시켜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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