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 늦게까지 마늘을 까느라 고단했던지 오늘 아침 평소보다 조금 늦게 일어났다.
몸을 질질 끌며 거실에 나가 그대로 쇼파에 털썩 앉아버렸다.
맞은편 TV 에서는 뉴스가 진행되고 있었고
정확히 기억이 나진 않지만 한 여자 아나운서가
오늘의 이슈톡? 이라는 주제로
갑자기 나타난 범고래를 피하려는 바다사자 무리들이
가까이서 정어리 잡이 하는 배 위로 뛰어 오르는 모습을 포착한 장면이었다.
이에 아나운서는 바다사자들이 배 위로 오르려고 야단법석이라는 표현을 한다.
잠이 확 달아난다.
범고래에 잡히지 않으려고, 살아남으려고 필사적으로 날뛰는
바다사자들에게 야단법석이라는 표현이 과연 맞는 말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야단법석의 사전적 의미는
“여러 사람이 몹시 떠들썩하고 소란스럽게 법석을 떠는 상태” 이다.
하지만 원래는 야외에 세운 단에서
불법을 펴는 경건한 의식의 자리인 ‘야단법석(野壇法席)’이란 불교 용어에서 유래했다.
우리나라에서 야단법석을 처음 하게 된 스님은 원효 대사이다.
스님이 어느 산내 암자에 계실 때
스님의 명성을 듣고 주위의
여러 절 스님들과 마을 주민들이 많이 모여 들면서
제자 되기를 원하자 이들을 위해 뒷산에 단을 쌓고 법석을 마련하여
‘화엄경’을 강설한 것이 첫 야단법석 이였다.
원효 스님이 가는 곳마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어 시끌벅적하였으니
그때마다 야단법석을 마련하고 법회를 열었다.
이런 연유로 야단법석은 소란스러움의 대명사로 바뀌게 되었다.
원효 스님은 갔어도 야단법석은 지금도 전국 사찰에서 종종 마련하고 있다.
야외에 단을 세우고 법당 안의 부처님의 모습을 그린 괘불을 걸어 놓고 법회를 하고 있으니
오래된 괘불은 국보로 지정되어 있는 귀한 그림이기도 하다
하니 야단법석은
시끌벅적함을 고요하게 잠재우는 그 어느 힘인지도 모르겠다.
지금은 전 세계가 코로나로 정말 야단법석이다
이리 뛰고 저리 뛰는 야단법석의 한 가운데에 서서
진정한 답을 찾아 코로나 사태를 잘 마무리하여
우리의 고요했던 평범한 일상을 어서 빨리 찾을 수 있기를 기원해 본다.
지금쯤 바다사자들도 야단법석 후의 고요함을 맞이하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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