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력 4월 보름날의 해질녘,
개기월식이 진행되는 날이라 하여
저녁식사 후, 서둘러 호숫가 산책을 나섰다.
호숫가의 노란 붓꽃은 시들어 가는데
노란 금계국은 낭창낭창한 몸매로 한창 멋을 부리고 있다.
하늘은 잿빛 구름으로 덮여있다.
보름달을 만나기는 틀렸다며 애써 포기하고 걷는데
서쪽하늘, 저기 우리 아파트 위 하늘이 붉게 물들어 가고 있다.
노을은 구름도 물들이고
호수 위 물결에도 어려 있다.
금세 사라질 저 아름다움을 갖고 싶으니
괜한 낭만감에 이리저리 사진을 찍어본다
어느 풍경은 형체 없는 상상을 안겨주지만
오늘의 풍경은
나를 초대하는 친구처럼 느껴진다.
나는 노을 풍경을 사진으로 담았지만
그 사진에는 내 마음이 담겨 있지 않으니
내 안 깊숙이 잠자고 있는 초라한 낭만을 꺼내어 끼적이고 있다.
찍고 끼적이는 친구들은
너무 친숙해서 보이지 않았던 새로움에 즐겁다
풍경을 바라보며 걷는 시간의 선물이다.
'사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늦은 만남 (0) | 2021.06.13 |
---|---|
신시도국립자연휴양림 (0) | 2021.05.29 |
작은꽃 앞에서 걸리버가 되었다. (0) | 2021.04.26 |
연초록의 세상이 나를 맞이했다. (0) | 2021.04.13 |
휴~~~ 집으로 돌아 왔다. (0) | 2021.04.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