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끔살이를 시작한 후, 두 번째 일요일이자 2월의 마지막 날이다.
휴일의 느긋함을 즐기고 싶은데
좁은 공간에서 부스럭대는 것이 여간 신경 쓰이는 것이 아니니
새벽에 눈을 뜨고부터는 무엇을 할지 조심스럽기만 하다.
그러다 문득 아, 3월이면 내가 새벽에 뒷산을 오르기 시작하는 달이 아니던가.
이곳에서는 공원산이 가까우니 공원산의 일부분만 택해
1시간 코스로 다녀오자 작정하고 나섰다.
우리 집에서는 뒷산 초입까지 5분이면 되는데
이곳에서 공원산 입구까지는 10분 정도 소요될 것이다.
6시 10분에 집을 나섰다.
기온이 많이 오른다고 했지만 이른 아침 기온은 쌀쌀하기 그지없다.
옷을 껴입고 오기를 잘 했다.
사위는 아직 어둠이 짙었으나 차츰 밝아지는 기운이 상큼하니 참 좋다.
서쪽 하늘에는 보름 하루 지난 둥근달이 구름의 호위를 받으며
여한 없이 빛을 발하고 있다.
나지막한 산 능선은
밝으면서 부드러운 달빛 아래 부드러운 곡선으로 이어져 있었다
맑은 기운에 발걸음이 가벼우니 내 몸도 가볍다.
동쪽 하늘이 차츰 붉은빛으로 물들기 시작하며 아침을 열고
새들도 하루를 맞이하기 위해 푸득거리며 짹짹거린다.
낯선 나를 경계라도 하는 걸까.
변화하는 계절의 느낌은 변함없이 내 마음을 설레게 한다
반대편에서 운동선수들로 짐작되는 4명이
마스크를 쓰고 일정한 속도로 좁은 오솔길을 뛰어오고 있다.
그들이 지나가도록 한쪽으로 비켜 주니 ‘감사합니다’ 하며 달려 지나간다,
5명 이상 집합 금지령을 따르고 있을 거란 생각에 미치자
지금 현재 주어진 환경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들에 서글픈 생각이 든다
몸을 움츠리며 시작했던 걷는 행위가
한 시간을 지나니 어느새 등줄기는 흐르는 땀으로 후줄근하게 젖었다.
당분간 친하게 지낼 수 있는 참 좋은 산길과
기분 좋은 만남의 시간을 가진 휴일 이른 아침이었다.
이사하면서 콩고 화분을 사무실로 옮겨 두었다.
올해만 세 번째 꽃송이를 올린 콩고가
이사 과정에 행여 꽃송이와 가지가 상하기라도 할까 봐서다.
그 꽃송이가 꽃을 피웠다.
직원이 신기하다며 자꾸 들여다보니 내가 그만 으쓱해진다.
어머니께 다녀오는 길~ 오후 5시가 넘었지만
행여 수목원은 아직 문을 닫지 않았을 거란 믿음으로 찾아갔다.
지금쯤 풍년화가 꽃을 피웠을 것이고
영춘화의 앙증맞은 모습을 볼 수 있을 거란 기대감으로…
하지만 수목원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아니 막아 놓았다. 코로나 때문에…
우리 집은 이제 배관 공사를 마치고 지난 26일에 미장 마감을 했다.
콘크리트 양생 기간을 5일을 두고 3월 3일까지는 모든 일이 중단된다.
4일에는 샤시와 창호 공사가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