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울산바위를 내려와 우리는 곧바로 영월로 향했다.
아니 영월이 목적지였지만
동강을 따라 내려가기 위해 1시간 30분을 달려 정선의 동강광하안내소를 먼저 찾아갔다
안내원의 친절한 설명을 듣고 동강을 따라 달리기 시작.
처음 대하는 강의 모습은 듬직함으로 다가온다.
길은 넓지 않으니 겨우 차가 왕복할 수 있는 길이지만
뜻 모를 정겨움이 물컹 솟구친다.
조금 달리다 보니 동강할미꽃 서식지를 알리는 안내판이 보인다.
지금 꽃은 볼 수 없지만 그래도 행여나 하고 차를 멈추고 내렸지만…
사진으로만 보았던 동강할미꽃을 만나려면 이곳으로 오면 되겠다고 혼자 뿌듯해 한다.
강을 따라 달리노라니 산등성의 찔레꽃 덤불이 불쑥불쑥 나타나니
내 입은 연신 '어머 저 찔레꽃 좀 봐~~' 하며 중얼거린다.
이렇게 많은 찔레꽃을 언제 또 다시 볼 수 있을까.
때죽나무 꽃들은 떼를 지어 피고 있나니~
우리가 달리는 길과 강과의 거리는 최소의 간격만 유지하고 있었다.
가드레일도 시늉만 해 놓은 듯,
아주 낮은 키로 서 있으니 동강에서 눈을 떼지 않고 달릴 수 있다.
산을 등지고 강을 바라보고 있는 작은 마을 집들의
납작 엎드린 모습이 더 없이 다정하다
밭에는 내 무릎 높이까지 자란 옥수수와
이제 막 꽃을 피우고 있는 감자가 나란히 정갈하게 자라고 있다.
강변에 붉은빛을 띤 바위에 시선을 모으는데 갑자기 아름드리나무가 보인다.
아, 이곳이 가수리마을 이구나
분교 앞에서 자라는 느티나무는 조용한 마을에 거인처럼 늠름하다.
동강 물줄기를 바라보며 분교를 수호하고 있는 것 같았다.
가수리(물이 아름다운 마을)에서 부터 동강이라 불린다.
사진 중앙부분 아래, 주걱모양의 땅이 나리소
전설처럼 동강 전체 구간 중에서 가장 급하게 뱀처럼 굽이 흐르는(蛇行) 구간
가수리에서 다시 조금 더 달려 내려오니 나리소전망대 표지판이 보인다.
지형의 특수성이 한 눈에 보인다.
물이 굽어 흐르면서 걸음을 한 박자 늦췄을까
물 따라 함께 온 모래들을 살짝 내려놓고(포인트 바 형성)
물은 천천히 굽이굽이 돌아가면서 나그네도 떨쳐 낸다.
물과 물을 이어주는 길이 없었다.
우리는 광하안내소에서 나리소까지 21km를 걷는듯 달려왔다
이제 동강과 잠시 이별을 하고 영월 시내로 들어가
내일 다시 동강 저기 어디에서 만나자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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