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바위는 설악산의 풍경을 대표하는 수직암릉으로 해발 873m에 위치한
둘레가 4km에 이르는 6개의 거대한 봉우리로 이루어져 있다.
설악산 대청봉에는 세 번을 올랐다.
아픔으로 인하여 2015년부터 긴 공백을 가지려고 그랬는지
2014년에는 5월과 10월 두 번을 다녀왔었다.
꼭 대청봉이 아니어도
설악산이 품은 계곡과 기이한 암석이 어우러져 빚어내는 풍경 속에 들어
걷는 것만으로도 나 스스로 자연의 일부가 되는 듯싶은 즐거움으로 행복해 하곤 했다.
동안 대청봉 외에도 설악산 곳곳의 코스를 거의 다 다녀왔다고 자부하면서도
정작 울산바위코스는 한 번도 다녀오지 못하고 있었는데 느닷없이
지난 토요일 울산바위에 다녀오자며 남편이 청한다.
새벽 4시 10분에 집을 출발하여 9시 20분 경
근 6년여 만에 설악동 탐방지원센터에 도착했다.
주차하고 입장하노라니 날씨는 정말 청명하고 좋은데
코로나예방을 위해 마스크를 꼭 써달라는 안내방송이 계속 들려오고 있다.
신흥사 지나 울산바위 코스를 밟기 시작한 시간은 10시 5분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푸르다.
계곡의 물은 풍족하지는 않았지만
물소리를 내며 흐르는 유연함은 그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몸짓이니
아! 좋다! 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내 몸이 이렇게 가벼웠던가.
사진의 현 위치에서 흔들바위가 있는 계조암까지의 거리는 2.8km 로 안내 되어 있었다.
이 길만큼은 등산이 아닌 산책로 같은 편안함이니
아이들과 함께 온 가족들을 자주 만났다.
울산바위까지 가는 동안 안양암, 내원암, 계조암 등 세곳의 암자가 있었다.
울창한 숲에 가리어 보이지 않던 울산바위가
어디쯤 까지 걸어가니 언뜻언뜻 보이기 시작한다.
장쾌한 모습이다.
드디어 계조암에 도착!
2.8km를 40분 만에 걸었으니 길의 편안함을 알려준다.
우람한 바위에 둘러싸인 암자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신라 진덕여왕 6년(서기652년) 자장율사가 건립하였는데
본래 이 암굴은 자장, 동산, 봉정 세조사가 수도하였으며
그 후 원효대사, 의상조사에게 계승하였다하여 계조암이라고 부르고 있다.
옹기종기 모여 있는 바위 중에서 제일 둥글게 보이는 목탁바위 밑 굴속에 암자가 있다. - 안내문 인용 -
연등이 많이 걸려 있으니 아, 오늘이 윤사월 초파일 이였던 것이다.
아기 부처님 목욕을 시켜 드리며 초파일 의식에 참여하고 나와서
흔들바위를 한 번 흔들어 보고 나는 곧장 울산바위를 향하여 올랐다.
남편은 여기까지만 오르고 내려가서 신흥사 경내를 돌아본다고 하였다.
설악산 흔들바위 추락 이야기는 해마다 만우절이면 등장하는 뜬소문의 단골이다.
조금 오르자마자 계단이 나타나고
울산바위 정상까지 계속 오르막 철제계단과 돌계단이 이어지고 있었으니
난이도가 장난이 아니다.
계조암에서 울산바위까지는 1km로 안내 되어있지만
난 오르면서 네 번을 쉬었고 시간은 1시간 10분이 소요 되었으니…
2.8km를 40분에 걸은 것과 비교하면 길의 어려움을 짐작할 수 있을까
절대 무리해서 올라갈 일은 아닌 것 같았다.
오르면서 만나는 설악산의 모습에 정말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이다
대청봉, 중청, 소청 그리고 공룡능선이 손에 잡힐 듯 가까이 보이기도 하니
금방이라도 다시 주능선을 타고 걷고 싶다.
울산바위는 조금 멀리서 보면 전체 모습이 들어오는데
오르면서 가까워질수록 부분적인 모습이 눈앞에 우람하게 다가왔다.
느닷없는 향기에 눈을 들어 돌아보니
개회나무가 아슬아슬하게 바위틈에서 꽃을 피웠다
얼마나 무서울까
무서움에 온몸을 사리느라 더욱 진한 향을 뿜어내고 있었다.
거대한 하마의 목을 타고
큰 물고기 한 마리가 올라가는 듯싶은데
옆에서 새 한 마리가 고개를 갸우뚱하며 바라본다.
어머나~~ 무서운 하마인데....
돌 틈에 작은 정원을 꾸며 놓았다
누구의 솜씨일까
아, 드디어 정상 전망대에 올랐다.
정말정말 궁금하고 와 보고 싶었던 곳이 아니었던가!
참으로 감개무량하다,
울산바위에 올라서니 속초 시내가 한 눈에 내려다보인다.
날씨가 좋아서 동해까지 바라볼 수 있었으니~
난생 처음 오른 울산바위가 나를 환영해 주는 듯싶었다.
또 다른 전망대로 건너가면서 잣나무를 보았다.
높고 높은 산인데도 나무 제일 높은 곳에 잣을 달고 있으니
잣나무에게 제일 높은 곳은 제 키의 꼭대기인가 보다
생전 처음으로 흔들바위도 밀어보고 울산바위도 만나 보았다
또다시 설악을 뒤로하고
이제 저 다리를 지나 우리는 곧장 영월로 달려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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