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전 산악회에서 1월 산행장소를 태백산으로 결정했다는 안내를 받자마자 참가신청을 했고, 어제 목요일인 9일 드디어 산행일이 되었다. 모든 것이 바쁘게 내 몸을 휘감고 있지만 절대 놓칠 수 없는 기회였으니~~
지금 까지 나는 태백산을 2008년, 2009년, 2012년 이렇게 세 번을 다녀왔다. 두 번은 정상까지 오르는 등산이었고 한 번은 눈꽃축제에 다녀온 경우였다. 그 후, 내 사정으로 산행을 못하고 지내는 동안 태백산은 2016년에 22번째의 국립공원으로 지정되면서 위상을 한층 높이고 있었던 것이다. 하니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후로는 처음 태백산에 오르게 되었다.
1,567m 높이의 태백산은 태백산맥의 주봉이며 우리나라 12대 명산의 하나로 꼽히며, 우리 민족의 시조 단군(檀君)의 아버지라고 전하는 환웅(桓雄)이 하늘에서 내려와 나라를 세운 산이라 하여 민족의 영산으로 추앙받아왔다
▲ 등산로 초입은 살짝 내린 눈이 쌓여 있었다.
새벽 5시에 산악회버스를 타고 5시간을 달려 유일사 주차장에 도착했다. 계획보다 1시간 여 늦은 11시부터 등산을 시작하게 되니 진행하시는 분들의 마음이 급하다. 화장실 이용시간도 되도록 빨리하라는 주문이 있으니 단체를 안전하게 이끌려면 어쩔 수 없는 상황이기도 하다. 하니 산악회를 따라 나서는 산행은 개인적인 산행을 할 때만큼의 여유가 없다.
▲ 오를수록 많아지는 눈
서둘러 배낭을 메고 산을 오르기 시작~~ 어제 오전까지 비가 내리다가 저녁에 잠깐 눈이 내렸다는 소식을 듣긴 했지만 초반에는 거의 눈을 만나지 못했고, 내린 비가 얼어 길이 미끄러웠다.
일본잎갈나무가 쭉쭉 뻗어 오른 숲길의 매서운 바람이 몸을 사리게 한다.
거친 숨을 내쉬며 일행 중간쯤에서 열심히 걸었다.
첫 번째 쉼 장소에서부터는 모두 아이젠을 착용하라고 한다.
차츰 눈길이 보이고 잎갈나무 위쪽에 희미한 눈꽃이 보이니
아, 정상에 오르면 장관을 이룬 풍경을 만나겠다는 설렘이 감돌면서도 숨은 더욱 거칠어진다.
정상을 1km 남기고서부터는 우리는 환호성을 지르기 시작하느라 자꾸만 걸음이 늦어진다. 파란 하늘은 왜 그리도 시리게 다가오는지. 구름은 어찌하여 저렇게 추운 모습인지. 나무들은 눈을 털어내지 않고 꼭 붙들고 있으면서 겨울옷으로 만들어 입고 있는지... 정말 환상적이다.
드디어 주목군락지에 도착!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을 산다는 주목들의 자태가 너무 아름답다.심재(心材 나무줄기의 중심부)의 색이 붉은색을 띠어 ‘붉은 나무’라는 뜻의 주목(朱
붉은 주목은 벽사(辟邪)의 의미를 지니고 있기도 하다.
▼ 주목군락지를 지나며
▲ 멀리 함백산이 보인다.
▲ 능선의 평전에서
어느 덧 오후 1시가 넘으니 천제단 못 미친 평전에 앉아 점심식사를 하자며 빙 둘러 앉았다. 밥을 먹기 위해 장갑을 벗으니 손이 시리다. 일행 중 한 명이 무엇을 위해 우리가 이렇게 눈 위에 앉아 밥을 먹고 있느냐며 우스개를 하는 목소리가 푸른 하늘만큼이나 경쾌하기 그지없다. 나는 뜨거운 물을 담은 보온병과 식힌 보리차 끓인 물을 배낭 양 주머니에 넣고 올랐는데 세상에나~~ 식힌 물이 얼어서 얼음들이 사그락사그락 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정말 추운 곳이었다. 1,567m 높이 겨울 산의 위력을 실감했다.
일행들이 많이 흩어져 버렸다. 책임자 한 분이 여기 저기 확인하느라 정신이 없으니 우리는 우리대로 여유를 부릴 수 없다. 후다닥 점심을 마치고 천체단에 도착하니 아, 정말 태백산이었다. 태백산이 오늘은 태백산이라는 이름값을 톡톡히 하고 있으니 정말 멋있다
▲ 하늘의 기운과 만나는 태백산 천제단
개천절인 10월 3일 태백산 정상 이곳 천제단에서 천제를 봉행한다.
▲ 태백산 정상 장군봉
1,567m 표시가 눈에 묻혔다.
▲ 천제단에서 천왕단을 향하여
▲ 참으로 아름다운 눈꽃~~
이 순간 이 모습으로 시간이 멈추어 줄 수 있을까....
▲ 원형 제단 모습의 천왕단
▲ 끼리끼리 단체사진을 찍고 바로 내려오기 시작하느라 개인별 사진을 찍지못했다.
▲ 하산을 시작하며
▲ 태백산 능선을 마지막으로 뒤돌아보았다
▲ 망경사 앞에서 기우는 햇살의 배웅을 받았다.
▲ 고도가 낮아질수록 계곡물의 수량은 많아지고 있다.
▲ 물소리가 태백산 바람을 맞으며 더욱 힘찬소리로 노래를 부른다.
어쩌나!! 11일부터 눈꽃축제장이 되어야하는 당골광장에는 포크레인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축제일에 맞춰 장식해 놓은 눈 조각과 얼음조각들이 이틀 동안 내린 비에 녹아내려 형체를 없애 버렸던 것이다. 급하게 눈을 어디선가 실어와 재작업에 들어간 듯싶은데 축제일을 맞출 수 없을 것 같다. 일하는 사람들의 표정에서도 그늘이 가득함을 느꼈으니 그 옆을 지나오기가 괜히 미안해졌다
▲ 이글루에 포크레인이 들어가 있다.
▲ 눈 조각품들이 모두 녹아내렸으니...
▲ 석탄박물관
태백산을 오르기 전 기대했던 마음
정상을 오르는 동안의 환희
다 내려와서 어려운 마음들 앞에서 송구했던 마음~
많은 것을 느낀 하루였다.
오후 4시에 태백산을 출발하여
집에 저녁 9시 20분에 도착하여
태백산의 눈꽃이 녹기 전?에 사진을 정리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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