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초록 그늘이 더없이 좋은 계절이 왔다.
출근길
일부러 굽이도는 산기슭을 따라 달리는데
마주 오는 차가 있으면 아주 천천히
서로 비켜가야 하는 좁은 길가 초록 그늘 아래
메꽃이 나란나란 피어 있다
메꽃을 보면 먼 옛날 생각에
괜히 가슴 한 구석이 시려오니 내려야 했다.
비상등을 깜박깜박 켜두고
살금살금 꽃으로 다가가니
서로 얼굴 맞대고
저희들끼리 놀고 있는 모습이 참 귀엽다
아.
늦은 입학식을 마친 1학년 아이들처럼 예쁘다.
몸으로 말을 걸어오는
메꽃들은 이처럼 끼리끼리 앉아서 노는데…
마스크로 얼굴 반을 가리고
친구와 나란히 걷지도 못하면서도
마냥 즐거워하는 천진한 모습에
뭉클 젖어오는 마음은 웬일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