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월 5일~
엊그제 새해가 되었다고 새해인사를 주고받았는데 어느새 5일이 훌쩍 지나가 버렸다.
시간이 참 무섭게 흐른다. 잡을 수 없는 시간의 속도 안에서 그저 내게 주어진 일을 하느라 새로운 시간과 눈 맞춤이라도 했을까. 월말, 연말 업무가 길게 줄서서 기다리고 있는 와중에 17일에는 사무실 이전을 하는 날이어서 새해를 맞이하는 기분보다는 새로운 곳으로 이사해야하는 마음의 조바심이 나를 동동거리게 한다.
그렇게 어제 토요일에도 오전은 일부 서류정리를 하고 오후는 새로운 사무실에 가서 광케이블 공사를 확인 하고 필요한 장비들의 설치 여부를 둘러보았다. 아직은 빈 공간인 사무실은 내 발자국 소리들을 울림으로 되돌려준다. 아직은 낯선 사람이라고 경계하는가 보다고 혼자 생각하면서 왔다 갔다 둘러보는데 울림이 자꾸 공허함으로 다가 온다. 그래도 일들이 계획대로 잘 진행되고 있어 마음이 가볍다. 모든 것을 차근차근해 나가자고 주문을 걸었던 마음이 효과가 있는 것 같으니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새해 무언가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고 싶은 마음이 불쑥 일어난다.
빠르게 흘러가버려 잡을 수 없는 시간들이 쌓인 곳을 만나고 싶다.
나보다도 훨씬 많은 시간과 연륜을 지닌 길들을 다니면서
오랜 세월을 지닌 것들의 정겨움과 새로움을 만나다보면
내가 나이 먹어가며 허물어져가고 있다는 두려움이 덜어지기도 한다.
자동차 내비에 임피역을 검색하니 이곳에서 25분이면 도착한단다.
괜히 좋아지는 기분으로 임피역을 찾아가노라니 스치는 창 밖 빈들의 풍경들이 하나같이 정겹다
임피역은 일제강점기 시절 1912년에 영업을 시작했지만
지금은 열차가 서지 않는,
사람들의 그리움을 자극하는 간이역이라는 이름으로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자리를 지키고 있다.
폐역이 되었지만 일제 강점기 농촌지역 간이역사의 전형적인 모습을 간직하고 있음이
철도사적 가치로 높게 평가되어 2010년 “폐선 철로·간이역” 관광 자원화 사업 대상지로 선정됐다.
지역 소식지로 간혹 들으면서도 찾아가보지 못했는데 문득 다녀오고픈 마음이 들었던 것이다.
▲ 오래된 간이역의 이름은
이렇게 삼각형 형태의 지붕아래 걸려있는 곳이 대부분이다.
▲ 역 대합실 안에는 그 시절 모습의 조형물들이 있어 웃음을 머금케 하였다
▲ 철로 위를 여전히 기차가 다니고 있지만
임피역은 정차하지 않고 지나간다.
▲ 역 주변에 아름드리 나무들이 많이 있었다는데
많이 베어지고 몇 그루만 남아 있었다.
▲ 기차 두 량에 역사를 담아 놓았다.
기차를 타고 역사 속으로~~
▲ 호남곡창지대인 이곳은 일본 수탈의 현장이기도 했다
이렇게 많은 쌀가마를 실어가고 농민들은 피죽을 먹게 하였으니...
▲ 이곳 임피는 채만식의 고향
옛날에 기차를 타면 나는 늘 내 좌석을 놓아두고 맨 뒤 칸을 한 번씩 다녀오곤 했다. 뒤 문으로 보이는 철로를 보기 위해서였다. 내 앞의 철로가 자꾸 멀어지면서 점점 좁아지다가 어느 시점에서는 길게 휘어지며 한 곳으로 모아지는 현상에서 왠지 모를 쓸쓸함을 느끼곤 했던 것 같았다. 그러다 언젠가부터는 철로를 부부사이에 비교하곤 했다.
평행으로 달리던 철길을 멀리 바라보면 한 곳에서 만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두 철로 사이에는 침목이 놓여 있어 절대 만날 수 없는 평행선인 것이다. 만약 철로가 좁아지거나 넓어진다면 기차는 탈선하고 마는 법~ 부부도 마찬가지다 사랑하는 마음들이 만나 결혼을 했지만 두 사람 사이에 믿음, 배려, 존중이라는 침목이 없다면 둘은 자주 부딪치거나 멀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어설픈 생각을 했었다. 과연 지금 나는 이런 어설펐던 생각들을 실천하고 있는지... 간이역을 찾아 결국은 나를 찾아보고 돌아보며 완성되지 못한 존재임을 확힌한 시간을 가졌나 보다
'마음따라 발길따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유의 길에서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이치를 배우다 (0) | 2020.03.26 |
---|---|
태백산 눈꽃을 만났다 (0) | 2020.01.10 |
완도의 섬 생일도 (0) | 2019.12.25 |
역사 따라 문화 따라 12 (스페인 성가족 성당) (0) | 2019.11.20 |
역사 따라 문화 따라 11 (스페인 바르셀로나) (0) | 2019.11.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