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방조제 공사로 인하여 군산 앞바다에 있던 섬 신시도는 차로 왕래할 수 있는 육지가 되었다. 그로인해 신시도에 있는 대각산은 금세 유명세를 타고 산객들에게 인기를 받는 산으로 부상한 것이다. 신시도 주차장에서 199봉을 올랐다가 월영재로 내려선 후 다시 월영봉을 오른 후, 몽돌해변으로 내려왔다 다시 올라야 하는 대각산은 산행코스가 어려울 것 같지만 각각의 산봉우리 높이가 200m 가 되지 않으니 별로 어렵지도 않다. 섬 산의 매력은 조금만 올라도 조망이 아주 좋다는 조건이 있는데 대각산을 오르기 위해 새만금방조제 및 무녀도, 선유도 등 고군산군도의 섬들을 한 눈에 내려다보며 등로를 따라 걷노라면 마치 바다 한 가운데를 걷는 듯싶은 기분이 든다
코로나때문에 거의 외출을 자제하노라니 답답함을 느끼는 것은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하여 토요일에도 월초 업무가 바쁘다는 핑계로 사무실에 피난처? 삼아 나오고 있었는데 어제는 그냥 대각산을 다녀와야겠다고 다짐을 했다. 동안 3차례 다녀오긴 했지만 산자고 자생지로 알려진 뒤로 꽃님들의 출사시기를 알고 있었지만 한 번도 맞추지 못했던 것이다. 지금이 딱 그 시기인 것이다.
날씨가 꾸무럭하더니 비가 한 두 방울씩 떨어졌지만 시원찮아 보여 그냥 차를 몰았다. 다행히 산행 시간 전에 그쳤다. 주차장에서 곧바로 월영재로 올라 월영봉으로 가면 조금 수월하겠지만 최고봉인 199봉을 거치기로 했다. 그쪽 등로에서의 조망이 최고인 것이다. 마스크를 할까 말까 하다가 조금 가벼운 면 마스크를 착용했다.
▲ 신시도 배수갑문
신시도 갑문 풍경은 언제보아도 신비롭다.
위에서 바라보면 바다위에 덜렁 세워진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 새만금방조제 끝은 부안 변산에 닿아있다.
▲ 낭아초 열매
등산로 주변에 무성하게 자라고 있으니
여름이 되기 전 정비를 한 번 해 주어야 할 것 같다.
▲ 얼키고 설킨 청미래덩굴
▲ 사스레피나무
▲ 최고봉 199m
▲ 섬 섬 섬 들....
오른쪽 뽀족한 산이 대각산
걸으면서 눈을 두리번거렸지만 산자고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벌써 꽃이 졌을까? 하는 불안함을 숨기며 월영재에 도착, 정자에서 조금 쉬었다가 월영봉으로 올랐다. 오르는 길가에 사스레피나무가 많이 보인다. 자잘한 꽃망울을 많이 달고 있는데 이 꽃의 향은 아주 고약하다. 하지만 나무의 쓰임새는 꽃다발의 초록받침용으로 쓰이는 등 아주 많다고 한다.
월영봉에는 최치원 선생의 이야기가 서려있다. 최치원 선생이 신시도에 머물면서 단을 쌓고 글을 읽는 소리가 중국에까지 들렸다는 전설이 전해지고 있는 곳이다. 또한 대각산(大覺山)은 최치원이 크게 깨달음을 얻었다는 데서 유래하였다고 한다. 월영대에 도착하니 남자 두 사람이 앉아서 쉬고 있다. 오늘 처음 만나는 사람이다. 때가 때인 만큼 사람이 보이지 않는 산길인 것이다. 지체하지 않고 바로 진행하여 육교를 건너려고 보니 멀리 또 두 사람이 걷고 있다. 나는 어느새 오늘 내가 만나는 사람이 몇인지를 세고 있었으니~~ 참 어처구니없는 현실이다.
▲ 육교를 건너 몽돌해변으로
저 앞에 파란색 등산복 차림의 두 사람이 걸어가고 있다.
▲ 대각산의 기이한 바위들
대각산 정상 이르는 길은 특이한 모양의 바위들이 늘어서 있는 조금은 험한 길이다. 칼날 같은 바위들이 그대로 길을 이루고 있는데 실제 우리 아파트 주민 한 분은 재작년에 이곳에서 넘어져서 발목골절로 장기간 병원에 입원했던 일이 있었다. 하니 조심조심하면서도 나는 산자고를 부르면서 길을 걸었다.
산자고야 산자고야 어디로 숨었니
네 모습이 보고 싶어 이곳에 왔는데
너를 만나지 못해 나는 많이 서운타
네 고운 모습으로 내 마음을 꽃피게 해 주렴
▲ 아! 드디어 산자고를 만났다.
몇 번을 반복하여 산자고를 부르며 힘들게 오르다 보니 아! 등로 왼쪽 벼랑에 산자고 한 무더기가 보이는 것이다. 얼마나 반가운지 비탈에 내려가 사진을 찍으려니 여기도요 저기도요 하면서 나를 부르는 것이 아닌가. 이렇게 꽃이 많은데도 꽃밭에는 나 혼자 뿐이다.
한 참을 머물다 다시 정상을 향해 오르면서 조망도 하고 꽃에 대한 갈증이 어느 정도 사라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또 한 무리의 꽃들을 만났다. 그곳에는 남녀 각 한 명씩 열심히 사진을 찍고 있었다. 이제 6명을 만났다. 언제 빗방울이 내렸냐는 듯 햇살이 따갑다. 보이는 꽃마다 다 예뻐 보이니 사진기를 눌러댔다. 전문가가 아니니 사진기술이 엉망이겠지만 나는 그래도 좋았다.
▲ 부러진 나무도 풍경을 이루고
▲ 소나무의 위태한 모습
▲ 꽃도 예쁘지만 산자고 잎의 유연함이 나로서는 더 멋지게 보인다.
▲ 잠시 숨을 돌리며
▲ 내가 지나온 길
▲ 대각산 정상에 이르는 암릉길
▲ 앞의 다리가 고군산대교, 오른쪽 붉은 아치다리가 선유대교
▲ 바우손들도 푸른 숨결을 올리고 있었다.
▲ 대각산 정상
정상에 닿았다. 안내 표지판에는 앞에 보이는 섬들의 이름이 적혀있다. 고군산군도는 군산에서 약 45km 떨어져 있는데 유인도 16개, 무인도 47개 등 총 63개 섬으로 이루어져 있단다. 그중 이곳 신시도와 저 연륙교를 지나 닿는 무녀도, 선유도, 장자도가 대표적이다. 사람들은 섬을 좋아한다. 나도 그렇다. 하여 틈나면 섬에를 자주 다녀오곤 하는 것이다. '섬을 걷다' 라는 어느 시인의 책도 구매하여 읽기도 했다. 왜 사람들은 섬을 좋아할까. 쉽게 갈 수 없는 고독한 섬이기 때문에? 사람마음 저변에 스며있는 고독감의 형체를 만나보기 위함일까?
▲ 새 한 마리가 나를 즐겁게 해주었다.
의자에 앉아 간식과 차를 마시면서 잠시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있노라니 새 한 마리가 내 곁에 날아 와 나뭇가지에 앉는다. 직박구리일까? 나를 바라보고 날아가지도 앉고 좌우 앞뒤로 돌려가며 앉아 나를 바라보는 것이다. 산자고의 친구일까? 내가 부르던 산자고의 화답을 대신 전해 주려는 것일까. 한참을 새의 움직임을 바라보며 놀다 새보다 내가 먼저 일어나 ‘잘 있어라’ 고 인사를 하고 걸음을 재촉했다.
▲ 노간주나무
꽃 사진 찍는다고 실제보다 근 한 시간 이상을 산에서 더 머물렀던 것 같다. 이제 하산을 하여 신시도로 내려서려는데 어쩜 또 산자고의 무리가 보이는 것이다.
지날 칠 수가 없었다. 또 한참을 눈 맞춤하고 걸어 내려오니 아뿔사 입구가 막혀있다. 등산로 정비기간이라고 막아 놓았는데 그럼 저쪽에서도 막아 놓았어야 내가 올라오지 않았을 것을… 이래서 사람들이 없었을까? 그렇다고 다시 올라 갈 수도 없고 철망 앞을 기웃기웃 거리다가 겨우 아슬아슬하게 통과하여 빠져 나왔다. 산자고에 좋았던 마음이 가로 놓인 철망에 놀란 마음으로 지워져 버렸다. 길가의 큰개불알꽃들이 이런 나를 보고 깔깔거리고 있었다.
▲ 큰개불알풀꽃
▲ 참마열매
봄 공기가 상쾌하다. 이제 다시 월영재를 넘어 주차장으로 가야 한다.
등에는 땀이 후줄근하게 젖어 있었다.
▲ 내가 걸었던 코스
처음과 끝이 맞닿아 있지 않은 까닭은
조금 오르다가 뒤늦게 하이킹 시작 버튼을 눌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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