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주어진 모든 것을 사랑으로!!

단상(短想)

친근한 듯 낯 설은 …

물소리~~^ 2020. 2. 10. 14:57







새해를 맞이하며 새로운 마음을 다짐하던 날이 엊그제만 같은데

2월도 벌써 중순으로 접어들었다.

달력 상 겨울도 이제 보름여밖에 남지 않은 날

뒷산 겨울 하늘은 아직도 기세등등하게 날카로운 푸르름을 품고 있었다.


낮은 봉우리에 올라 호흡을 크게 고르며 눈길을 돌리니

무성한 나뭇잎들에 가려져 늘 코앞의 길만 보여주던 작은 오솔길이

제 모습을 온전히 드러내며 다정함을 보내준다.

차갑고 어수선한 세상 속에서도 단정하게 나 있는

오롯한 길이 참으로 고즈넉하다. 정말 예쁜 길이다.


아무리 급해도 돌아가라며 나긋나긋한 부드러움으로 내 발길을 이끌던 저 길,

요즈음 세상에 저렇게 더딘 길이 있었다니저 길을 내가 걷고 있었다니

하지만 나는 세상 시간들에게

어느 땐 천천히 가라고도 하고

어느 땐 빨리 가라고도 하면서 늘 길을 재촉했다.

그렇지만 길은 나에게 바쁘다고 할인 해 주지도 않았고

여유 있다고 덤을 주지도 않았다

나로 하여금 부드러운 마음으로 온전한 길을 다 밟고서야

목적지에 도달 하게끔 늘 굽어있었다.

길은 사람으로 살지 않으면서도 사람의 길을 일러 주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주어진 길을, 자신이 성장하는 시간을

절대로 조급해 하지 않으며 살아가는 지구의 생물이 있으니 나무다

아무리 좋은 토양 속에 온갖 거름을 주며 갖은 정성을 들여도

나무는 자신이 필요한 시간을 절대 거스르지 않는 것이다.

그 인내심을 우리는 나무가 잘라져서야 볼 수 있다.


나무는 살아가면서 외양이 아닌

자신의 몸 속 깊은 곳에 시간의 지문을 남기고 있는 것이다.

자유롭게 움직일 수도 없는 몸이지만

나무는 땅 속과, 하늘을 향하는 몸짓만으로도

자신을 내면을 충실하게 쌓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는 나무의 물관부 체관부를 배웠던가

물기를 찾는 줄기의 방향과

햇빛을 향했던 방향을, 공간과 시간을 나이테의 모습으로 남겨두며

나 이렇게 살아왔노라고 당당하게 말하면서 톱질을 당하고 있었나 보다


오롯한 길도, 나이테도

내 마음 시간을 채워주며

내 마음의 연륜을 자꾸 더해주며 친근한 듯, 낯설게 들려오는 사물의 말들이

기우는 겨울날 일요일 오후를 가득 채워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