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주어진 모든 것을 사랑으로!!

단상(短想)

봄 꽃들에게서 희망을 보다

물소리~~^ 2020. 3. 2. 16:49






▲ 산자고



봄꽃들은 제 피어날 시기를 놓치지 아니하고 피어나고 있지만

봄을 봄처럼 즐길 수 없는 날들이 너무 길게 이어지고 있다.

 

주말이면 집에 다녀가는 아이들이 근 한 달 이상

각자의 위치에서 움직이지 못하고 있으니

아이들이 오면 유독 바쁜 시간을 보낸 날들에 비하면

나한테 주어진 시간은 너무 많이 넘쳐나는데도 나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큰 아이는 올해도 6학년을 맡았지만

새 교실에서 혼자 청소하고 정리했지만 정작 아이들을 만날 수 없단다.

또 본인이 어떻게 되면 아이들한테 영향이 크다는 이유로

칩거 아닌 칩거에 들어갔는데 오늘 금방 또 23일로 개학을 연기 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둘째는 회사 측에서 원거리 직원들의 출퇴근 거리를 줄이기 위해

전원 기숙사에 기거하게 하였다고 하면서 당분간 집에 오지 못할 것이라고 한다.

회사가 멈추게 되면 엄청 큰 손실이 올 것을 예상하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일요일마다 다녀오는 사우나에 5주 이상 가지 못하고 있다.

일주일에 한 번 사우나에서 몸을 풀며 혈액순환을 돕는 재미를 놓쳐버렸다

한 달에 한 번 가는 산악회도 2회째 취소한다는 메시지를 보내오고 있다.


일요일, 집안 청소만 열심히 하고도 시간이 남아

평소 눈길도 주지 않던 tv 영화를 바라보고 앉았지만 1시간을 못 넘기고 일어서 나왔다.

3월 첫 일요일이면 항상 우리 뒷산 산자고 꽃을 만나러 가는 날이었는데

올해는 첫날부터 일요일이어서 다음 주나 가야겠다고 했는데 그냥 나섰다.

엘리베이터에서도 아파트 광장에서도 만나는 사람마다

마스크를 하고 있으니 이제 마스크가 패션이 되었다

 

산길에는 사람 하나 없다

새들은 저희들끼리 산을 차지한 듯 무리지어 날아오르기도 하고

그러다가 일제히 나뭇가지위에 앉아서 재잘거리기도 한다.

저들은 얼마나 좋을까.

사람 세상은 암울하지만 울 뒷산에는

봄바람은 여전히 불어오고 봄꽃들은 여전히 피어나고 있었다.

 




산자고가 자라는 양지쪽을 찾아가니 아직 핀 것 같지 않아 실망하다가

번뜩 눈에 띄는 꽃! 산자고를 보았다

아직은 너무 여리디 연한 모습이 그만 마음이 찡해온다

그래! 우리에게 전해주는 희망의 메시지인 것이다.




▲ 동백

피워 올리려는 많은 꽃망울이 희망처럼 다가온다


근처의 내가 좋아하는 홑 동백꽃도 이제 마악 피기 시작했다.

밭고랑에서는 머위도 꽃을 피웠고



▲ 머위



▲ 생강나무



▲ 진달래

나처럼 의기소침해 하고 있을까~~


▲ 매화


다시 산길을 찾아 오르니 생강나무가 야무지게 꽃망울을 올리고 있다

매화나무도 한 두 송이는 꽃을 피웠지만 아직 피지 않은 꽃망울이 옹골지다.

저 꽃망울들이 환하게 펴질 때면 우리도 환하게 웃고 있겠지?

 


▲ 냉이


산을 내려올 즈음의 맨 땅위에는 냉이들이 무리지어 잔잔히 꽃을 올리고 있다

저렇게 작은 몸집들도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기 위해

아직은 찬바람을 무서워하지 않고 있다.

 

우리도 이제 꽃의 희망을 가지고 싶다

우리 인류 역사상 바이러스와의 전쟁이 어디 한 두 번인가

우리가 이겨내면 이겨낼수록

그들은 그만큼 더 진화적으로 나타나는 엄청난 개체수의 미생물이지만

승리는 늘 우리 편이라고, 아니 우리였다고 자부하면서

이 난국을 이겨내고 싶을 뿐이다.

 

그들과 직접 싸울 수 없는 나로서는

내 몸을 건강하게 하여 그들을 이겨내는 방법을 공존하며

서로 의지하며 이 난국을 지난다면 정말 좋겠다는 희망을 부여잡고 기원한다.

울 아들들아 잘 견뎌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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