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변산 마실길의 겨울나무
느닷없는 역병에 몸과 마음이 답답하다.
내 답답함을 슬그머니 끌어 내주는 우리 뒷산~
일요일 오후
여기도 가지마라, 거기도 가지마라고 울려대는 전화통을 들고 뒷산을 찾았다.
이를 어쩌면 좋아!
인적 없는 오솔길은 고요하기 그지없으니
아마도 사람들은 뒷산조차 막아내야 하는 곳으로 인식하고 있을까.
뒷산도 재선충 소나무를 베어 내는 작업으로 어수선하기는
산 아래 세상과 닮아 있었다.
그럼에도 나무들은 마스크도 하지 않고 함께 고통을 나누는 듯 다정하다.
겨울 숲은 겨울나무를 바라볼 수 있어 참 좋다
三冬을 견디려 스스로 잎을 털어내어 드러난 제 가지들을
서로서로 겯고 서있는 모습은 언제 보아도 든든하고 멋있다.
세세한 가지들을 선명히 보여주는 파란 하늘이 좋고
나무 가지위에 설핏 앉고 싶어 하는 낮달의 조심스런 매무새가 가녀리다.
그랬구나
지난 계절 동안 넘실대는 초록 잎만 바라보느라고
잎을 피워 올리려 갖은 노력을 한 몸통과 가지들을 바라보지 못했었구나.
이제야 눈을 들어 가지 펼친 나무들을 바라보지만
내 어찌 나무들이 전해주는 저 따스함을 제대로 표현할 수 있을까.
겨울 숲에 빈 몸으로 서 있는 나무들은
내 단출한 시선을 탓하지도 않고
내 마음 속 깊이 감추어진 정감을 끌어주는 마중물이 되어 주고 있었다.
▲ 웅포나루 겨울나무 ▼
▲ 내소사 겨울 느티나무 ▼
▼ 우리 뒷산의 겨울나무들 ▼
▲ 오리나무와 낮달
'단상(短想)' 카테고리의 다른 글
봄 꽃들에게서 희망을 보다 (0) | 2020.03.02 |
---|---|
친근한 듯 낯 설은 … (0) | 2020.02.10 |
입춘을 앞두고 피는 꽃 (0) | 2020.02.01 |
자연스러운 것이 아름다운 것을..... (0) | 2019.12.04 |
모과차를 담으며 (0) | 2019.11.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