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주어진 모든 것을 사랑으로!!

단상(短想)

모과차를 담으며

물소리~~^ 2019. 11. 29. 10:39






동생이 그다지 크지 않은 모과 3개를 건네주었다.

차 안에 두고 모과의 좋은 향을 음미해 보려고 하다가

요즈음 감기 끝에 잦은 기침이 있어 모과차를 담아 보기로 했다.


해마다 모과 철이 되면 차를 담그고 싶었지만

워낙 단단한 육질에 자르는데 힘이 들어 포기하곤 했는데

이참에는 채칼을 이용해 보기로 한 것이다.  





재료와 채칼을 준비하고 채칼의 볼을 발로 붙잡고 모과를 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힘이 들었지만 몇 번 왔다 갔다 하니 수월하게 채썰기가 되는 것이다. 씨 부분을 남겨놓고 세 개를 다 썰어 무게를 재어보니 800g이 조금 넘었다. 같은 분량의 설탕을 버무려 열탕 소독한 유리병에 담아내니 마음이 든든하다. 세 개의 분량이 가늠되지 않아 중간 크기의 병 두 개를 준비했는데 버무린 모과는 병 하나 분량밖에 되지 않았지만, 하나는 사무실에 가져다 두고 먹으려고 조금 나누어 담았다. 일주일 후부터는 끓여 마실 수 있다하니 금방이라도 기침이 멎을 것 같아 마음이 든든해진다.


사실 모과를 바라보는 시선은 제일 먼저 울퉁불퉁하니 못생긴 모습을 떠올리면서 '과물전 망신은 모과가 시킨다' 는 말을 하곤 하는데 이는 지나친 편견이 아닐까. 나는 모과나무의 수피가 나무들 중에서 제일 예쁘다고 믿는다. 또한 분홍빛 꽃 역시 얼마나 아름다운지 꽃이 필 때면 고개를 젖히고 나무의 꽃을 바라보곤 한다.


모과는 과당, 칼슘, 칼륨, 철분, 비타민C 가 많은 알카리성 식품으로 감기나 기관지염을 다스리는 한방약재라고 한다. 꽃도, 수피도, 열매도, 품은 영양가도 일품인데 그저 못생긴 모습만으로 과물전 망신을 시킨다고 함은 모과로서는 억울한 일일 것이다.


모과는 잘 익어 시고 떫을수록 향기가 짙고 단단하다. 그 모과를 한 입 베어 문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단단하다. 그 단단함은 어떤 과일과도 비교가 안 되고 있으니 어쩌면 손쉽게 다룰 수 없음을 트집 잡아 흉을 보는 것은 아닐까. 단단하고 향기 좋은 것이 모과의 특징일진대 우리가 힘으로 다룰 수 없다하여 다른 좋은 점까지 무시하면 안 될 것 같다. 모과가 지닌 좋은 점으로 바라보는 일은 우리의 편견을 고칠 수 있는 것이니 이 역시 사물을 보고 이치를 깨닫는 일이다.


▲ 채칼 볼을 발로 붙잡고 ~~^^


▲ 다 썰고 나니 요만큼


▲ 같은 분량의 설탕으로


▲ 버무려서


▲ 병에 담았다.




▲ 요즈음의 모과나무 수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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