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주어진 모든 것을 사랑으로!!

단상(短想)

꽃은 그저 웃고만 있다.

물소리~~^ 2019. 11. 26. 13:29







몇 달 전 남편이 화분 하나를 들고 왔다

선인장과 꽃기린을 접목시킨 화분으로 실제 꽃기린의 꽃보다 탐스런 꽃 몇 송이가 달려 있었다. 나는 접목시킨 부분의 인위적인 모습에 대뜸 뭘 이런 화분을 사 왔느냐면 퉁을 주었다. 마음이 내키지 않으니 분갈이도 해 주지 않고 그냥 그대로 베란다 화분들 틈새에 자리를 잡아 주었다. 남편은 마음에 들어서인지 언제 나 모르게 햇볕이 잘 드는 바깥쪽으로 자리를 옮겨 주었음을 알았지만 모른 척 하고 지내는 동안 꽃이 시들어 떨어졌다. 잎의 모습은 푸르고 싱싱했지만 다시는 꽃을 피우지 않는 모습에 나는 그것 보라고, 어디 제 구실을 하겠느냐며 의기양양했었다. 꽃기린은 일 년 사시사철 꽃이 피고지고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며칠 전, 한 두 송이 꽃을 피우더니 며칠 사이에 꽃을 우르르 피워 내는 것이다. 그제야 관심을 가지고 바라보노라니 꽃모습이 꽃기린 보다 클 뿐만 아니라 꽃빛도 더욱 진한 빛인 것이다. 날마다 바라보고 스쳐 지나는 베란다에서 내 눈에 들어오지 않던 모습이 문득 새롭게 보이고 있으니, 우리는 서로 같은 공간에 살면서 친근한 듯 낯선 모습으로 동거하고 있었나 보다.


꽃을 바라보고 이 화분을 다시 바라보게 되었지만 어찌 꽃 혼자만의 결과라고 할 수 있을까. 뿌리가 있고 줄기가 있고 가지가 있고 잎이 있음으로 꽃이 피어나고 있을 것이니 내 눈을 현혹하는 꽃에 가려진 이면을 볼 수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서로 다른 성질의 식물이 서로 다른 것을 나누어 더 좋은 모습으로 거듭나기를 약속했다면 접목시킨 인위적인 모습이 조금은 부드럽게 다가올 것이다. 이제 예쁜 화분으로 집을 옮겨 주고 싶다.


접목은 사실 우리 주위에 흔한 일이다.

오늘날 장미라고 부르는 장미의 종류 거의가 야생종과의 자연 교잡과 개량종으로 재배 되고 있다. 또한 우리가 즐겨먹는 감 역시도 고욤나무와 감나무를 접목하여 생산되는 것을 감안하면 접목, 교잡 등의 식물 번식을 인위적이라는 시선으로만 바라보기에는 억지스러움이 있다. 꽃을 바라보고서야 접목의 아픈 희생을 이해할 수 있었으니 나도 참, 모든 것에 결과만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턱없는 마음인가 보다. 그들이 살아온 철학을 언제나 배울 수 있을지 모르겠는데 꽃은 그저 웃고만 있다.

 







▲ 선인장과 꽃기린의 접목부분

나는 이 부분에 거부감이 들었다.





▲ 근 30년을 우리와 함께하는 꽃기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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