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석에 앉아 시동 걸기 전 습관적으로 백미러를 펼치는데
무언가가 백미러 밑에 달려있다.
무어지? 아니!
웬 사마귀 한 마리가 미러 밑쪽으로 거꾸로 붙어 있는 것이다.
어디서 왔을까
밤 새 무슨 일을 한 것인가
간 밤 비로 물방울이 맺혀있는 거울을 닦기라도 한 것인가?
어쩌지 못하고 그냥 운전을 하는데
속도가 늘수록 사마귀는 제 몸의 날개를 펴대며 안간힘을 쓰고 있다.
무서움을 느끼는 것처럼 떨어지지 않으려고 어찌할 바를 모르는 것이다.
이대로 가면 안 되겠다 싶어
차를 세우고 볼펜 끝을 대니 얼른 볼펜으로 올라온다.
그대로 들고 나가 풀숲에 떨어 뜨려 주고 나니
내 마음이 적이 안심이 된다.
얼마나 무서웠을까.
아니면 위태로운 상태에서 긴장감을 즐기기라도 했을까?
사마귀가 간밤에 백미러의 물방울을 닦았다는 생각 뒤로
높은 고층빌딩에 매달려 청소하는 사람들 모습이 문득 떠 오른 것이다.
살아가노라면 때로는 긴장감이 필요한 시간이 있을 것이다.
사마귀가 달리는 속도에 맞서 온 몸으로 방어를 하듯
높은 곳에서의 긴장감과 흔들림을
온 몸으로 받아내며 그 어려운 일을 하고 있을 것이란 생각이다.
바람 불면 부는 대로 내 몸을 맡겨야만 하는 시간들~~
내 안의 바람에
나는 얼마만큼 흔들리며
그 흔들림에 내 존재를 맡겨야하는 불안함으로 살아가지 않고
흔들리는 존재의 불안함을 과연 즐길 수 있을까.
사마귀도 어쩌면 그 긴장감을 즐기고 있었을지도 모르는데
그를 내려주고서는
잘했다며 혼자 만족하는 넓은 오지랖에
그냥 마음 한구석 찜찜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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