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닭의장풀
태풍 링링이 지나간
일요일 이른 아침의 뒷산 오솔길 풍경은 난장판 같았다.
생 나뭇잎이 무수히 떨어지고
나뭇가지들이 사정없이 부러져서 오솔길을 막고 있는가하면
덜 익은 열매들이 오솔길위에 널브러져 있으니
어디에 발을 디뎌야할지 내 발이 가끔 허공을 맴돌곤 하였다.
그 난리 속에서도
키 작은 초목들과 작은 열매들은 바람에 쓸리지 않고
오롯한 모습으로 제자리를 지키고 있었으니
어쩌면 큰 나무들이 온 몸으로 바람을 맞으며
키 작은 초목들을 보호해 주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조금 어둑한 날씨의 어수선한 풍경 속에서
파란빛이 더욱 선명해 보이는
닭의장풀 꽃이 유난히 눈에 들어온다.
지독한 닭똥 냄새가 나는 닭장 곁에서도 잘 자란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처럼
강인함으로 강한 바람을 이겨냈나 보다.
두 장의 파랑색 꽃잎의 색이 정말 고우니
옛날에는 이 꽃잎으로 비단 염색을 했었다고 한다.
닭의장풀꽃은 언뜻 나비의 날개 같은 파란색 두 장의 꽃잎처럼 보이지만
밑으로 보일락 말락 하얗게 늘어진 꽃잎이 하나 더 있다.
또한 이 꽃은 하나의 꽃에 수술이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 꽃가루가 있는 기다란 수술,
또 하나는 노란 꽃모양을 하고 있는 가짜수술, 헛수술인데
헛수술은 예쁜 모습으로 벌 나비를 끌어 모으는 역할을 한다.
헛수술의 이런 노력에도 활짝 핀 꽃이 수정을 하지 못하면
기다란 진짜 수술은 스스로 구부려져 자가 수정하여 개체 번식의 임무를 다한다.
또한 꽃잎은 꽃이 질 때,
다른 꽃처럼 땅에 떨어지지 않고
스스로 꽃잎을 녹아내리면서 포 안으로 들어간다고 하니
작으면서도 참으로 신비한 개성을 지니고 살아가는 흔하디 흔한 꽃이다.
닭의장풀의 꽃말은 '짧았던 즐거움' 이다.
꽃이 피고 하루면 시들어 버리는 꽃이어서 ‘짧았던 즐거움’ 일까
이 꽃에 관심을 보였던,
짧은 생을 마치고 간 내 동생을 해마다 생각나게 하는 꽃이다
▲ 연보라빛 꽃도 있다.
▼ 태풍의 흔적
▲ 차에서 내리는 순간
머리가 뽑힐 듯, 윗옷을 벗겨 버릴 듯싶은
순간적인 돌풍으로 앞으로 걸어가지 못하고 있는
내 모습을 울 아들이 운전석에서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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