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월 25일의 아왜나무 열매
저녁식사를 마치고 설거지도 끝내고 산책길에 나서는 마음은 한가롭고 여유롭기 그지없다. 더구나 아침저녁으로 서늘해진 날씨의 기운은 절로 심호흡을 하게 하니 낮 동안의 온갖 시름이 내뱉는 호흡 따라 내 안에서 사라지는 것이다. 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풍경을 바라보며 조금이라도 낯선 새로움을 발견하려고 이리저리 눈을 돌리는데 빨간 열매를 주렁주렁 달고 있는 나무가 보인다.
아! ‘아왜나무’ 였다.
슈퍼라도 가는 때이면 가끔 만나곤 하니 시시때때로 변하는 모습을 바라보긴 했지만 빨간 열매의 유혹적인 모습에 절로 감탄이 나오는 것이다.
작은 열매들이 모여 커다란 열매숭어리를 이루면서 그 무게로 축 늘어져 달려 있는 모습이 마치 하트 모양 같기도
하고 심장을 연상케 하기도 하니, 아무튼 열정을 가득 품은 나무라고 하여도 될 것이다. 실제로 이 나무는 추운 지방에서는 살지 못한다 하니 이는 뜨거운 열정 때문이 아닐까?
그런데 이 나무의 또 다른 특성은 의외로 열정과 반대인 찬 성질을 갖고 있기도 하다. 두꺼우며 번지르르한 윤기가 있는 잎에 수분을 많이 함유하고 있단다. 하니 불에 견디는 힘이 강하기 때문에 방화수(防火樹)로 이용한다고 하니 진정 심장은 뜨겁지만 몸은 차가우니 열정과 냉정을 함께 지니고 살아가는 나무인 것이다. 나무에 불을 붙이면 잎이 부글부글 거품을 내며 불이 번지는 것을 방어한다고 하니 열정이 냉정으로 급 변화하는 것이라고 하면 내 억지일까?
우리가 살아가면서 나만의 열정을 지니고 살아가는 것은 참 중요하다. 하지만 열정이 넘쳐 필요 이상의 일을 곁가지 쳐 나가노라면 처음 의도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이럴 때면 얼른 냉정을 되찾아 무리함을 거둬내며 제자리를 찾아가는 것도 매우 중요하지 않을까?
열정적으로 일에 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냉정을 찾아 일의 결과가 좋도록 하는 것이 더 큰 목표임이 분명할 것이다. 하니 아왜나무처럼 빨간 열매의 열정도, 두터운 잎에 품은 수분의 냉정도 두루 지니고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에 머문다.
▲ 8월 8일의 아왜나무 열매 ▼
참 나도 웃긴다.
나의 어쭙잖은 생각의 열정으로 괜한 아왜나무를 끌어 왔으니 말이다. 얼른 엉터리 나의 냉정을 찾아 나무의 이름 유래가 일본어에서 비롯 되었다고 말하려 하니 아왜나무가 갑자기 “아, 왜!” 하면서 거부를 한다.
그래, 요즈음 그 나라 말만 들어도 화가 나지?
그냥 이름을 이름으로만 불러줘야겠다. ”아왜나무야~~”
▲ 6월 23일의 아왜나무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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