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지바른 담벼락을 뚫고 꽃피운 광대나물
봄은 언제나
깜짝 찾아와서는
어느새 거짓말처럼 떠나버리는 얄미운 사람 같다.
몸도 마음도 봄을 바라볼 수조차 없이 지나고 나니
서럽도록 고운 빛으로
내 마음을 선하게 해주던 진달래꽃들도 시들해 졌고
화려하고 도도한 모습으로 하늘을 꾸몄던 목련꽃들은 떨어져버렸다.
늦은 봄을 알리는 사무실의 철쭉꽃들이 하나 둘 피어나는 봄날
도로가에 줄지어 서서
나무 전체를 구름처럼 휘감고 피어나는 벚꽃 그늘 아래를 찾아들었다
잎 하나 없이 꽃만을 피어내는 벚나무는
꽃만을 피어내는 열정의 힘을 소모한 탓에
수명이 다른 나무보다 길지 못하다고 했던가.
제 몸의 수명이 줄어들지언정
한 순간 최선의 힘으로, 최고의 아름다움을 뽐내는 벚꽃들을 바라보고 돌아오는 길
한 아파트 담벼락을 뚫고 나와서 꽃을 피운 광대나물꽃을 만났다
세상에나!!
어찌 저리도 발랄하고 싱그러운 모습일까
저희들끼리 박자에 맞춰 춤이라도 추는 양
일정한 간격과 균형을 이룬 모습이 참으로 예쁘다
회칠한 벽에 마치 꽃꽂이를 해 놓은 듯 저 의기양양한 표정은
척박한 벽을 뚫고 나온 자랑스러움일까
저 연약한 몸으로 벽마저 금가게 한 힘의 원천은 무엇일까.
문득 연약함이란 참으로 굳센 것이라고 말하고 있음을 느꼈다.
최고의 아름다움을 보여주기 위해 구름처럼 피어난 벚꽃도
담벼락을 뚫고 나온 어려움도 잊은 채
춤을 추듯 피어 있는 광대나물 꽃도
모두가 이 봄을 맞이하며 살아가는 생명체 들이다.
나의 일상의 주변에서 나와 같이 살아가면서
내가 미처 볼 수 없었던 모습을 새롭게 바라보도록 하는 事物들의 존재는
나의 존재를 의미 있게 해주는 思物이 되어 내 마음을 봄처럼 화들짝 피어나게 해준다.
봄날의 사물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들을 이제부터라도 들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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