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굴 구이
작은아이의 연휴는 토, 일요일까지 이어졌다.
팀원 간의 의견조율로 반 팀씩
설과 추석 연휴의 어중간한 날까지 쉬기로 했다는 것이다.
하여 이번 설은 울 아들이 길게 쉰 것이다.
아들이 다시 떠나는 토요일 날 점심에 남편과 셋이서 보령 천북의 굴단지를 찾아갔다.
서해안 고속도로를 타고 근 한 시간을 달려가는 곳~~
비록 자동차로 달리지만 오랜만의 나들이에 마음이 가벼워진다.
금강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달리노라니
강가 메마른 갈대숲에서 왜가리들이 푸드득 날아오른다.
스쳐 지나는 텅 빈 산등성에는 간신히 뿌리를 내리고 있는 잡초들이
겨울답지 않은 햇빛을 받으며 봄을 준비하고 있다. 참 푸근하다.
▲ 굴 찜
석화라고도 불리는 굴은 겨울철에 한창이니 겨울 꽃이기도 한 것이다.
꽃 없는 시절에 꽃을 찾아 도착한 이곳 천북은 3년여 만에 찾아왔다.
그동안 생것을 먹지 말라는 엄명을 받은 나를 위해
식구들 모두 같이 조절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바다를 바라보는 이곳 굴단지는 그동안 아주 깔끔해졌다.
예전에는 가건물 안에서 연탄화덕에 굴을 구워먹곤 했었는데
단지 조성을 새롭게 한 듯싶어 굴을 먹으며
주인에게 물어보니 보령군에서 재개발하여 분양을 했다고 한다.
우리는 3만원하는 한 망을 굽고, 찌고 하여 먹고
돌솥영양굴밥 하나를 추가 추문하여 먹었다
굽고 찌고 하니 생것은 물론 아닌데도 동안 조심하느라 먹지 못해서인지
첫맛은 비릿하며 조금 비위에 맞지 않는 듯싶었으나
두툼한 장갑을 끼고 굴을 파서 끝까지 먹었다
거친 껍질 안에 어찌 그리도 보드라운 속살을 품고 있었을까
아마도 바위에 붙어살기 위해 껍질을 그렇게 거칠게 만들었을까
이에도 모정이라는 표현을 한다면 지나침일까?
일찍이 흑산도에서 유배생활을 하던 정약전은
그의 자산어보에
“길이가 한 자 남짓하고 두 쪽을 합하면 조개와 같다.
생김새는 일정하지 않고 껍데기는 두꺼워 종이를 겹겹이 발라 놓은 것 같다.
바깥쪽은 거칠고 안쪽은 미끄럽다“ 고 자세히 기록해 놓았다.
또한 속담에
“배 타는 어부 딸은 얼굴이 검어도, 굴 따는 어부 딸은 얼굴이 하얗다”는 말처럼
굴은 영양가가 높은 해산물임에는 틀림없다.
오랜만에 마음껏 먹어서인지 저녁식사를 하지 않아도 든든했으니
자고나면 내 피부가 하얗게 되었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