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께 다녀와야 하는데
자동차 기름이 모자랄 것 같기도 하고 괜찮을 것 같기도 하니
주유소에 들릴까 말까 망설이며 천천히 달리는데
도로변 한 주유소의 타이어 화분에 눈이 쏠렸다.
어쩜, 수선화가 길게 목을 내밀고
나를 향해 고개 짓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급히 핸들을 꺾어 주유소에 들어가 주유를 하는 내내 수선화를 바라보았다.
수선화는 가당치 않은 바람에 제 몸을 맡겨놓고도
환한 웃음을 잃지 않으며
봄을 느끼지 못하는 내 마음의 벽을 허물어뜨리고 있잖은가.
말간 웃음을 머금고
휙휙 지나치며 길 가는 누구에게도 봄을 선물해주고 싶은 마음이었을까
사는 곳 누추하지만
외로움에 참으로 추웠겠지만
깊게 뿌리내려 꽃을 피웠다.
‘사느라 애썼다' 고 나도 몰래 말을 건네고 돌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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