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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맘의 글방

한 계절의 끝은 또 다른 계절과 맞닿아 있다

물소리~~^ 2018. 12. 3. 00:49





▲ 구봉산의 명물 구름다리


▲ 구봉산 봉우리



   형체 없는 이별과 만남이라는 단어 앞에서 우리 사람들은 결코 자유롭지 못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가을의 끝에서 겨울의 처음을 만나고 싶은 가느다란 마음으로 며칠간 무기력해졌던 내 자신을 다스리고 싶었다. 문득 이 계절을 보내는 산의 모습을 만나고 싶은 생각에 토요일 이른 아침 진안 구봉산을 향해 달렸다.


일찍이 국립공원 산 22곳 모두의 정상을 오르고 나서 이제는 우리지역, 호남의 명산을 찾아보고자 계획을 세우고 겨우 3곳을 다녀오고서는 건강상 이유로 중단 했었다. 이제 다시 찬찬히 예전의 계획을 들썩이며 하나씩 다녀보고픈 새로운 마음을 다짐할 수 있으니 정말 감사한 일이잖은가!


진안은 해발 300m에 위치하는 곳으로 진안고원이라고 한다. 북에는 개마고원이 있고 남쪽에는 진안고원이 있다는 말로 진안지역이 깊은 골임을 알려준다. 또한 엄청나게 많은 것을 뜻하는 말로 흔히 무진장이라는 말을 사용하는데 이곳 서로 이웃한 무주, 진안, 장수를 일컬어 무진장 깊은 산골이라는 말을 곧잘 사용했었다. 그만큼 깊은 골임을 뜻하는 말인데 실제로 진안과 장수에는 섬진강과 금강의 발원지가 있으니 옛날에는 얼마나 깊은 산중이었을지 짐작 할 수 있다. 중생대시기의 지각변동으로 형성된 곳이라는 말을 입증이라도 하듯 구봉산은 그렇게 바위로 된 봉우리로 형성되어 있으니 오늘 행여 공룡 발자국이라도 만나지 않을까


해발 1,002m의 구봉산은 수려한 산세에 9개의 봉우리를 오르내려야하는 스릴을 느낄 수 있는 산임에도 같은 지맥의 운장산과, 같은 지역의 마이산의 명성에 가려 빛을 발하지 못한 산이었는데 2015년에 4봉과 5봉에 이르는 구름다리를 설치한 후로 새롭게 각광을 받기 시작한 산이다.




▲ 주차장에서 보이는 1봉


아침 820분에 구봉산주차장에 도착하니 승용차는 서너 대 일뿐인데 산악회의 관광버스는 벌써 2대가 주차하고 있었다. 주차장 주변 빈 들의 길섶 마른 잡풀들에는 어느새 하얗게 서리가 내려 앉아 있다. 840분부터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서너 걸음 걸었을 뿐인데 손과 얼굴이 시리다. 얼른 마스크와 장갑으로 무장하고 발걸음을 떼기 시작하였다.








▲ 빈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봉우리


1봉까지의 길은 처음부터 오르막의 힘듦이었다. 숲을 이루었던 나무들은 나뭇잎을 모두 떨어트리고 맨몸으로 서서 겨울을 맞이하고 있었다. 나무들은 가지 끝 하나까지도 세세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면서도 당당할 수 있음은 제 발밑으로 떨어진 나뭇잎들의 푹신함이 전해주는 온기가 있어서일 것이다. 산등성 수북이 쌓인 나뭇잎들은 마치 나무들에게 솜털 옷을 입혀주고 있는 듯싶으니 내 마음이 푹 가라앉는다.


숲길은 흙길, 돌계단, 나무계단, 테크 계단, 갖가지 모습으로 내 발걸음의 하중을 받아 내고 있다. 잠깐 숨을 고르며 먼 능선을 바라보면 마치 옅은 물감을 풀어 놓은 듯 부드러움의 몽환적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으니 이 시기의 산이 갖는 또 다른 매력이다. 전해오는 저 부드러움에 내 마음도 그만 뭉실뭉실 녹아내리는 듯싶으니 오늘 산에 오기를 정말 잘 한 것 같다.

 



▲ 엄마와 아들이 산을 오르고 있다.


산악회 사람들을 모조리 앞세워 보내고 천천히 풍경을 감상하며 오르는데 오르막 계단을 오르는 엄마와 아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계단에 서서 아들의 사진을 계속 찍어주는 엄마의 모습이 참 예쁘다. 아이는 8살이란다. 앞니가 모두 빠진 개구쟁이 모습인데도 사진 찍을 때는 멋진 폼을 잡아주니 참 귀엽다. 1봉에서는 서로 사진을 찍어 주곤 했는데 엄마와 아들은 나보다 훨씬 빠른 걸음으로 산을 오르고 내려가는 것이다.


▲ 암석의 거친 질감


▲ 1봉이 보이네~~


▲ 주차장의 내 차가 보인다.


▲ 1봉과 2봉의 갈림길


안부에 올라 1봉 정상을 오른 후 부터는 각 봉우리를 오르기 위해 오르고 내려야 하는 걸음을 반복해야 했다. 구봉산 정산 까지는 2.4km라 이정표는 말해주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직선거리의 표시일 뿐이니 보통 산길은 이정표 거리에 3배를 해야 하는 거리를 걷는 길이라 했다. 하지만 오늘 구봉산은 아마도 4배의 거리를 걸어야 할 뿐 아니라 기복이 심한 구간이니 체력 소모가 엄청 많은 길인 것이다.


▲ 1봉과 소나무


▲ 아이 엄마가 찍어주었다.


▲ 날씨가 약간 흐려서 조망이 썩 좋지 않았다.


▲ 이 산의 소나무들 자태에 귀품이 어려 있다



▲ 2봉과 소나무


▲ 2봉에서 바라 본 1봉



▲ 3봉 소나무


▲ 3봉에서 바라 본 4봉의 정자




▲ 4봉 소나무




▲ 4봉에서 5봉으로 이어지는 구름다리

숭숭 뚫린 구멍으로 아래 풍경이 다 보였지만

흔들리지 않아 무섭지 않았다.




▲ 구름다리를 건너면 바로 5봉




▲ 5봉에서 바라본 4봉, 그리고 구름다리




▲ 6봉과 7봉을 오르 내리는 계단길


▲ 6봉 오르는 계단길


▲ 5봉에서 내려오는 계단길



▲ 6봉 소나무


▲ 6봉에서 바라 본 5봉


▲ 6봉에서 7봉 오르는 계단길


▲ 7봉 암석에서 자라는 소나무




▲ 7봉 소나무



▲ 7봉에서 바라본 6봉




▲ 8봉으로 가는 작은 구름다리 


▲ 8봉 오르는 계단길


▲ 뒤돌아 본 7봉 


▲ 8봉의 소나무


▲ 8봉에 오르니 9봉. 정상이 눈앞에 보이는데....


지자체의 노력으로 곳곳의 바위 봉우리에는 안전 계단시설이 잘 되어 있었다. 한 봉우리를 오를 때마다 흙길이 아닌 설치된 계단 길을 걸을 때면 나도 모르게 셈을 하고 있었으니한 봉우리마다 평균 100계단을 내렸다가 다시 150계단을 올라야만 봉우리들을 만날 수 있었다. 이런 힘듦은 가끔 숨을 고르면서 바라보는 거칠 것 없는 다채로운 풍경들에 씻어 버릴 수 있었다.


높이 치솟은 바위들은 그냥 서 있는 것이 아니었다. 제 모습을 고스란히 보여주며 우리로 하여금 상상력을 심어주며 의연하게 서 있었다. 신기하게도 이곳 각 봉우리들은 멋진 자태의 소나무 한 그루씩을 보듬고 있었다.



▲ 9봉을 오르다 뒤돌아 본 8봉




▲ 돈내미재에 도착

굴참나무가 실하게 자라고 있었다.


▲ 이곳에서 산죽길을 따라가지 않고

주차장 방향으로 내려가는 사람들이 많았다

9봉까지 오르는 힘듦을 피하려는 사람들인데

잠시 갈등하다 그냥 산죽길을 걸어 정상, 9봉으로 향했다.


밧줄에 그어진 낭떠러지 길도, 흙길도, 그냥 그대로 풍경을 이루는 길을 따라 8봉까지 오르고 그곳에서 다시 50m을 깊숙이 내려와서 다시 정상인 9봉을 올라야 하는데 구봉산의 가장 힘든 코스였다. 300m를 그대로 차고 올라야 하는 흙길로 이어지고 있으니 어지간한 산 하나를 다시 오르는 코스였다.


8봉에서 바라본 9봉 오르는 길의 아스라함이 괜한 아련함을 불러일으킨다. 안부에 내려서면 그곳에서 그냥 주차장으로 빠지는 길이 있긴 하지만 나는 정상으로 도전 했다. 이럴 때의 나의 마음가짐은 내가 언제 다시 이곳에 올까?’ 하는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면 나도 모르게 힘든 구간을 선택하여 걷고 있으니 오늘도 마찬가지였다. 다행이 이 길은 계단이 아니어서 나로서는 그나마 쉬운 길이었다.



▲ 빈 가지의 나무들이 참 아름답다.


▲ 거의 수직에 가까운계단


▲ 나무뿌리 길


▲ 휴!! 드디어 정상에 도착

여기까지 3시간 30분을 걸었다.


빨리 오르려하지 않고 그냥 천천히 숨 가쁠 때마다 쉬면서 겨울을 맞이하는 산을 바라보며 쉬기를 반복하였다. 멀리 펼쳐지는 산의 능선들이 용담댐을 에워싸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5번째로 큰 댐으로 모든 물을 상수원으로 사용하고 있단다. 전망 좋은 전망대를 산악회 회원들이 가득 차지하고 앉아서 점심을 먹고 있으니 이는 민폐다. 지나다 전망대에 서고 싶어 얼쩡거리니 그들은 나보고 점심 먹고 가란다. 자리를 비켜 주어야 하는데도 요란스럽게 자리 차지하고 있으니 나는 기분이 별로다.


그냥 걸었다. 그렇게 40여 분을 올라 드디어 정상에 닿았다. ! 이 편안함이라니

한참을 구경하고 양지쪽에 앉아 간단한 점심을 먹고 일어났다.

이곳에서 운장산으로 넘어가는 등산객들도 많이 있었다.

100대 명산을 찾아다니며 인증 샷을 하는 사람들인지 이곳에서도 인증 샷을 하고 있다.



▲ 천황사 방향으로 하산


이제 나는 주차장으로 내려가는 길을 택해야 한다. 편안한 소나무 길이다. 간간히 나타나는 소나무들의 위용이 참 멋지다. 볼 것이 많은 산~~ 저 빈 가지들에 내 모습을 걸어두면 어떨까. 한참을 걸어오는 데 문득 확 트인 곳에서 멈춰서 바라볼 수밖에 없는 풍경을 만났다

내가 지나온 1봉에서 9봉까지 모두 보이는 풍경이었다.

, 이 산은 이렇게 나로 하여금 오늘을 정리해 주고 있으니


새 계절을 맞이한 산은 이제 나에게 무엇을 보여줄까. 과연 나는 나무들을 품은 산처럼 살아갈 수 있을까. 이는 오로지 산만이 알고 있을 것이다. 시간을 재촉하며 살아가는 마음들을 위해 나무들은 자신들이 겪은 모습을 세세히 보여줄 것이라며 나와의 이별이 아닌 새로운 만남의 희망을 안겨주고 있었다그래 우리 또 만나자.





▲ 이 길에 들어서니 내가 지나온 봉우리들이 모두 보였다.


▲ 각 봉우리마다 번호를 부여해 보았다.





▲ 잠시 편안한 길을 이어주더니.....


▲ 이제 주차장 방향으로 내려가는데


▲ 처음부터 끝까지 내리막 경사!!

주차장까지 다시 2시간을 걸었다.




▲ 마을에 도착하여 바라 본 구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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