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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맘의 글방

신발 한짝으로 삶을 돌아보다.

물소리~~^ 2018. 4. 19. 20:41

 

 

 

 

▲ 겹벚나무

 

 

   아침 출근길 엘리베이터가 8층에서 멈추더니 평소 반갑게 인사 나누는 집 안주인을 태운다. 가볍게 인사를 하고 밖으로 나오니 먼저 나간 그이가 방향을 틀어 왼쪽으로 돌아간다. 그 길은 아파트 화단을 끼고 도는 길이어서 내가 주로 이용하는 길인데 오늘 나는 경비실에 볼일이 있어 오른쪽으로 돌아 나섰다. 우리 을 돌아 그렇게 주차장에 이르는 길에서 그이와 다시 마주쳤다. 그이 하는 말, 이렇게 돌아오면 화단의 꽃도 보고 참 좋다고 한다. 어쩜 나와 같은 생각이네~~ 오늘은 내가 놓쳤구나~ 왠지 모를 서운함이 앞섰다. 좋음을 내 것으로 하지 못한 그런 욕심일까

 

아깝게 놓친 좋음을 조금이나마 챙겨보고 싶어 산등성을 끼고 도는 길로 차를 몰았다. 그 길은 산 가까이 지날 수 있어 나무들, 잡목들, 초목들을 두루 바라볼 수 있는 길이면서도 한가로워 천천히 달릴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이제 마악 내밀기 시작하는 나무들의 연둣빛 잎이 참으로 곱다. 조금 있으면 이곳에 찔레꽃들이 무리지어 피어날 것이고 한 여름이 지나면 고마리들이 군락을 이루며 피어날 것이니 그냥 마음이 풍요로워진다.

 

 

 

▲ 애기똥풀

 

 

그렇게 천천히 산등성 곁을 지나는데 앞면 도로에 무언가가 놓여있다. 비켜갈 심산으로 무어지? 하며 가까이 가보니 운동화 한 짝이 떨어져 있었다. 왜 여기에 한 짝만의 운동화가 떨어져 있을까. 저 신발을 가지고 주인을 찾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이르니 이야기들이 따라 나선다. 그리스 신화가 있는가 하면 우리의 동화에도 한 짝 신발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 내 시선을 붙든 신발 한 짝

 

옛날 그리스의 '이올코스' 라는 나라에 왕인 아버지의 뒤를 이어 왕이 될 운명을 지고 태어난 이아손이 있었다. 요즈음 말로 하면 늦둥이로 태어난 이아손은 아버지가 왕위에서 물러났지만 어리다는 이유로 왕에 오르지 못하고 삼촌인 펠리아스가 왕의 자리에 앉았다. 펠리아스는 이아손이 성인이 되면 왕위를 물려주겠다는 약속을 했지만 권력의 맛을 보면 그렇게 쉽게 지켜질 약속이 아니었다.

 

이아손의 가까운 친척들은 이아손을 몰래 산으로 빼돌렸고 15년 동안 이아손은 온갖 기술과 체력을 키우며 지냈다. 15년 후, 이아손은 왕의 자리를 찾기 위해 산을 내려왔다. 왕이 된 펠리아스는 이런 사실을 전혀 눈치 채지 못하고 있었는데 그 즈음에 그 나라에는 이상한 소문이 노래되어 나돌기 시작했다.  ‘모노산달로스가 내려와 이올코스 왕이 돤다네하는 노래였다.

 

 

 

▲ 자주광대나물

 

 

산에서 내려온 이아손이 나라로 들어가려면 강을 건너야 했다. 강가에 이르니 한 할머니가 센 물살에 강을 건너지 못하고 도움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아손은 그 할머니를 업고 강을 건너기 시작 했지만 할머니의 무게가 무거워 여간 힘이 드는 게 아니었다. 한 순간 발을 헛디뎌 한쪽 신발이 벗겨져 버렸지만 산처럼 무거운 할머니 때문에 찾을 엄두가 나지 않아 그냥 강을 건넜다. 할머니를 내려놓고 보았지만 할머니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꿈인가 하고 돌아보았지만 없어진 한쪽 신발이 현실임을 알려주고 있었다. 이아손은 어쩔 수 없이 한 짝만 신은 채 나라에 들어서니 아이들이 이아손을 보고 소문난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모노산달로스가 된 이아손은 그 뒤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한참 세월이 흐른 뒤 왕위를 되찾았다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이야기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인용)

 

 

 

▲ 당매자나무

 

 

 

 

모노산달로스(Monosandalos)의 이름을 파자하면 (모노 + 산달로스)다.

모노(mono)하나라는 뜻이고, 산달로스(sandalos)sms 가죽신이라는 뜻으로 오늘날 우리가 슬리퍼라고 부르기도 하는 샌들(sandle)이라는 신발의 어원이라고 한다. 하니 모노산달로스는 한 짝 신발을 신은 사람을 의미하고 이에 이아손이 우연찮게 한 짝 신발을 신게 되어 왕이 되었으니 운명은 비켜갈 수 없는 것인가 보다.

 

이와 비슷한 맥락으로 유럽의 동화 신데렐라 역시 벗겨진 유리 구두 한 짝으로 인해 신분상승이 되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또한 우리의 전래동화 콩쥐팥쥐에서의 콩쥐도 잃어버린 꽃신 한 짝으로 역시 원님의 부인이 되는 귀한 몸이 된다는 이야기가 전해오고 있다.

 

 

 

▲ 무스카리

 

 

신화나 동화는 우리가 알 수 없는 아득한 먼 시대의 이야기다. 그럼에도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어떤 행운을 믿게끔 하는 이야기의 진실과 힘은 무엇일까. 희망을 안겨주는 메시지가 아닌가 싶다. 우리는 그렇게 행운의 희망을 기대하며 알게 모르게 잃어버린 신발 한 짝을 찾으며 살아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신발은 대지(땅)와 내 몸을 이어주듯 먼 옛날과 오늘을 이어주며 잃어버린 신화나 동화의 참 뜻을 이어주는 매개체라고 믿고 싶다.

 

잃어버렸던 신발 한 짝으로 그 무엇을 얻고자 하기 전에, 나에게 주어진 신발(운명)을 제대로 신고 있는지부터 살펴보면서 살아감이 현명한 일일 것이라고 문득 생각해 본 봄 날 아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