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터키 히포드럼광장의 '뱀의기둥'
세 개의 뱀의 머리중
두개는 십자군 전쟁시 파괴되었고
또 하나의 머리는 고고학 박물관에 보관되어 있다
어제 끝난 의학드라마를 첫 회부터 재밌게 봤다
여타의 드라마보다도 유독 의학드라마를 관심을 가지고 보게 되는데 이는 아마도 생명을 다루는 긴박함과 사명감을 지니고 생명을 지키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의사들의 진지한 모습이 나에게는 퍽 감동적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의사의 직분을 가지고도 개인적인 사유로 비리를 일삼는 의사들도 등장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정의롭게 임무를 수행하는 의사들의 모습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역할처럼 느껴진다.
이번 드라마를 보면서 나의 눈길을 끌어가는 것 중 하나는 의사들이 걸치다시피 입고 다니는 하얀색의 가운이었다. 가운 중에서도 왼쪽 가슴의 로고는 아마도 의사협회의 휘장으로 알고 있다. 한 단체의 휘장은 그 집단의 정체성의 상징이다. 그런데 의사협회 휘장을 자세히 보면 뱀이 그려져 있는 것이다. 아니 생명을 다루는 신성한 집단에서 뱀을 휘장으로?? 궁금증이 증폭되면서 이는 그리스 신화에서부터 기인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제우스는 신들의 왕으로 군림해서인지 바람기가 지독히도 많았다. 부인인 헤라는 또 다른 여자(레토)가 제우스와의 관계에서 임신을 하자 그녀에게서 낳은 아이들이 더 위대해 질 것이라는 것을 알고 출산을 방해 했다. 하니 레토는 만삭의 몸으로 방해를 피해 다니느라 9일 동안의 긴 산고를 겪어야 했지만 레토는 아이를 낳고 그 아이는 올림푸스 신이 되었으니 바로 태양의 신 아폴론인 것이다.
제우스는 아폴론을 델포이로 보냈고, 아폴론은 그곳에서 자신의 어머니인 레토의 임신기간 내내 괴롭혔던(입덧) 거대한 뱀(피톤)을 활로 쏘아 죽인다. 그 뱀의 크기는 산등성 하나를 덮을 만큼 큰 뱀이어서 뱀을 죽이는데 화살통의 화살을 모조리 사용했다고 한다. 그 뱀은 대지의 여신 가이아의 성소인 델포이를 지키고 있었는데 이젠 아폴론이 델포이의 주인이 된 것이다.
아폴론은 그 기념으로 델포이에 청동으로 거대한 뱀을 빚어 세우는데 그 조각상이 바로 터키의 히포드럼 광장에 있는 뱀의 거대한 청동상이었던 것이다. 아폴론은 태양의 神일뿐만 아니라 이성과 예언, 의술, 시 음악 등 다양한 것들을 관장하는 신이기도 한데 그에게 ‘아스클레피오스’ 라고 하는 아들이 있었다.
▲ 아스클레피오스
사진출처 / 인터넷검색
아폴론은 이 아들을 당시의 지혜롭고 용한 의사인 키이론으로 부터 의술을 배우게 한다. 아스클레피오스는 훌륭한 의사가 되어 요즈음의 의과대학교 겸 부속병원을 세우고 의술을 가르치는 한편 환자들을 치료했다. 그의 의술이 어찌나 빠르고 용한지 죽은 사람도 살려 낸다는 소문까지 돌았다고 한다.
아스클레피오스의 의술학교는 뒷날 수많은 명의를 배출하게 되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사람이 오늘날 醫聖으로 불리는 히포크라테스다. 의대생들이 의사가 될 때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하는데 이는 ‘히포크라테스를 본받자’ 라는 뜻이라고 한다.
신화에 등장하는 아스클레피오스의 신전은 아스클레피오스가 의술을 행했던 古代의 의과대학 및 그 부속병원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 신전의 신관은 이곳에서 흙빛 뱀을 기른 것으로 전해지는데 이 흙빛 뱀은 독이 없는 뱀으로 아스클레피오스의 使者로 여겼다하니 뱀을 예언의 매개체로 바라보지 않았을까.
이러한 연유로
의사들의 가운에 새겨진 의술을 상징하는 휘장에 새겨진 지팡이와 뱀은
아스클레피오스의 지팡이, 뱀은 그의 使者인 흙빛 뱀인 것으로
오늘날까지 의술의 상징으로 전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 의술단체들의 로고
사진출처 / 인터넷검색
신화에 따르면 훗날 아스클레피오스는 죽은 자를 살려내었다가 제우스 신으로 부터 이승과 저승의 이치를 분간하지 못한다는 미움을 받아 제우스가 던진 불벼락에 맞아 죽는다고 하니 이는 할아버지가 손자를 죽인 셈인데... 지금 생각해보면 죽음이라는 섭리를 거스를 수 없다는 또 다른 교훈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한다.
우연히 의학드라마를 보면서 휘장이 눈에 들어왔고 그에 뱀의 형상을 바라보며 터키의 히포드럼광장의 뱀청동상을 생각하며 나의 궁금증을 연계해 보았다.
▲ 아스클레피오스와 그의 딸 휘게니아
사진출처 / 인터넷검색
아스클레피오스에게는 두 아들과 네 딸이 있었다
두 아들은 트로이 전쟁에 나가 싸웠으며
딸들은 아버지를 도와 간호사노릇을 했는데
첫째 딸 이름 ‘이아소’는 ‘의료’ 라는 뜻이고
둘째 딸 이름 ‘펜아케아’는 ‘만변통치’
셋째 딸 이름 ‘아이글레’는 ‘광명’
넷째 딸 이름 ‘휘게이아’는 ‘위생’ 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지금도 의과대학에서 쓰이는 하이진(위생학) 이라는 말의 어원은
넷째 딸의 이름 휘게이아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참고 /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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