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최고치를 갱신하며 나날이 더 농밀해지는 무더위 속에 들려오는 뜻있는 사람들의 사망 소식에 마음이 무너진다. 한국문학의 거목이신 소설가 최인훈 선생님이 지난 23일 작고 하셨고 오늘 영결식을 치렀다. 정부는 선생께 금관문화훈장을 추서 하면서 선생의 공을 기렸지만 나로서는 왠지 쓸쓸함이 느껴지는 것이다. 같은 날에 같은 영면이지만 한쪽은 격하게 관심을 받고 있는가 하면 또 다른 한 쪽은 조용히 잊히는 듯싶으니 슬프고도 참 안타깝다.
일찍이 선생의 소설 ,광장, 을 읽었다.
이 소설은 픽션으로 구성된 이야기가 아니었다. 그 시대를 살았던 생생한 역사적 사실이었던 것이다. 이야기를 펼쳐가면서 우리가 살아가며 풀어야 할 문제의식을 표현해 준 소설이라고 생각했었다. 오늘 문득 그 책을 들춰보며 노란색 포스트잇으로 곳곳을 붙여 놓은 페이지와, 간혹 밑줄로 그어 놓은 곳을 다시 읽어보니 문장의 수려함을 기억해 두고 싶었던 것 같았다.
왜 그랬을까. 나는 광장이라는 제목을 생각 하면 회색빛 구름이 짙게 드리운 하늘 아래의 넓은 한 장소에 사람들이 모여 있는 장면을 상상하곤 하는 것이다. 남과 북 어디에도 마음 내리지 못하고 제3의 중립국을 선택한 후, 배를 타고 가다가 바다에 투신하는 명준의 삶은 그냥 소설 속 주인공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가 직면했던 현실이었던 것이다. 소설 속 주인공의 이야기로 읽을 수 있지만 우리 모두의 현실적 풀리지 않는 문제라는 의식에 깊이 갇히면서 깊은 감동으로, 우리의 역사적 현실로 읽었던 것이다.
얼마 전 최인호 작가님도 세상을 뜨셨다. 평소에 이 두 분을 잠깐 잠깐 혼돈하며 구입해 놓은 책, 화두도 책꽂이 어딘가에 꽂혀있을 것이다. 어쩌면 선생은 내 책꽂이에서 읽지 않은 책들을 통해 가끔 내 의식을 깨워 주시는 역할을 계속 하고 계실 것이다.
작가님의 명복을 빕니다.
오늘 아침 이 책을 찾아 들추다보니 이런 사진이 나왔다.
이 책을 읽은 시기가 6년 전 쯤 인데…
이 사진을 비닐에 넣어둔 채
페이지를 표시하는 보람줄 대신 사용했나본데 기억이 없다.
최인훈 선생님께서 내 과거 어느 날을 불러 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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