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충일 휴일이다
아침 일찍 조기를 게양하고 나니 오늘 특별한 날 무어라도 의미 있는 날을 보내고 싶다. 주중 휴일인지라 아이들도 오지 않았다. 남편이 곡성과 구례를 다녀오자고 한다. 5월 어느 하루 다녀오려고 했지만 시간이 여의치 않아 몇번이나 무산되었던 것이다. 이곳을 택한 이유는 오래 전, 한 신문의 땅의 역사라는 기획연재에서 곡성이야기를 읽고 꼭 한 번 가보자 했던 것이다.
어딘가에 목적을 가지고 찾아가는 일은 순전한 내 상식만으로는 어림도 없다. 이처럼 소개를 받거나 소개 글을 읽고서야 아는 만큼 바라볼 수 있는 안목을 지닐 수 있는 편리함을 취할 수 있는 것이다. 간단한 차림을 하고 현관문을 열고나오니 앞집 아저씨가 계신다. 우리더러 어디 가느냐고 물으시니 남편 왈 ‘역사탐방’ 간다고 천연덕스럽게 대답한다. 그 말에 어찌나 웃음이 나오던지~~ 못 말리는 남편이다. 일단 오늘의 계획은 곡성의 도림사. 장미공원, 태안사 그리고 구례의 곡전재와 쌍산재의 한옥 탐방이니 역사탐방이 맞긴 맞나보다.
2시간 넘게 달려 곡성에 도착했다. 곡성의 지명은 소리 나게 운다는 곡성(哭聲)이 아니라 섬진강과 보성강골짜기가 만든 성, 곡성(谷城)이다. 곡성에는 곡자 이름을 지닌 곳이 많다. 오늘만 해도 우리는 오곡을 지나고 석곡에 가서 점심을 먹었다. 목적지를 찾아 오가노라니 곡성이라는 곳이 이렇게 산 높고 골 깊은 곳이 많음에 새삼 놀라웠다.
곡성에 들어서서 처음 향한 곳이 도림사였다. 원효가 세우고 도선국사, 서산대사, 사명대사가 공부했던 절 이름은 '깨친 자가 숲을 이룬' 절이라는 뜻으로 도림사(道林寺)라고 하였다..
도림사에 이르는 오솔길은 참으로 청정한 기운이 가득하였다. 그에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이 끊임없이 이어져 있으니 청류계곡이란다. 청류계곡 너럭바위들에는 글자들이 새겨져 있었다. 내 어찌 그 뜻을 헤아릴 수 있겠느냐마는, 지면의 글을 인용해 보면 이 계곡에는 독립운동가들이 많이 찾았던 곳이라고 한다. 도림사를 찾아와 계곡의 바위에서 우국지사들의 마음까지도 볼 수 있었으니 오늘 현충일은 조금 뜻 깊게 보냈다고 할 수 있을까.
이렇게 도림사 이르는 오솔길의 계곡에서 역사와 이야기와 문화를 만났으며, 산사의 건축과 오래된 문화재에서 우리의 정신을 느낄 수 있었으니 산사를 찾아가는 일은 단순한 종교적 의식을 갖추기 위함만은 아닐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도림사 오르는 계단이 참 단정하다. 어느 절이든 고요함이 깃든 곳이기에 더없이 정숙해지는 마음이니 언제와도 마음을 씻을 수 있고, 내 바램을 웅얼거릴 수 있고, 내 안의 나쁜 마음을 토해낼 수 있는 공간인 것이다. 여기 저기 사진을 찍으면서 나는 문득 산사의 고요함도 찍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 도림사 이르는 길의 청류계곡
▲ 계곡 너럭바위에 새겨진 글씨
▲ 계곡에서 자라는 나도밤나무
곡성을 지나는 산기슭에는 온통 밤나무 꽃으로 뒤덮여 있었다 차창을 닫고 달리니 향기는 별반 느끼지 못했지만 치렁치렁 늘어진 꽃들을 보며 올 가을 밤이 풍성 하겠다 여겼는데 도림사가는 계곡에서 나도밤나무를 만났다. 꽃도 열매도 어디 하나 밤나무를 닮은 데를 찾아 볼 수 없는 나무가 나도밤나무라 하며 자라고 있으니 잎이 닮았다고 한다.
나도밤나무는 호남지방에서부터 섬 지방으로 이어지는 따뜻한 지방에서 만날 수 있으며 숲속의 다른 나무들에 섞여 사는 평범한 나무로, 나무로서는 장작불로 쓰이는 최하위 등급인 화목(火木)으로 분류 된다고 한다, 나도밤나무는 장작불을 땔 때 절단면에서 보글보글 거품이 잘 난다하여 일본에서는 ‘거품나무(泡吹)’라고 한다.
또한 울릉도에서만 자라는 ‘너도밤나무’가 있다. 나도, 너도 지닌 이름에는 이야기들이 전해지고 있으니 이래저래 나무의 이름에서 우리 조상님들의 흔적을 찾아보는 재미가 크다.
▲ 목조아미타삼존불상(보물)
#. 오늘 다녀온 곳을 장소별로 구분하여 차례대로 올려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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