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주어진 모든 것을 사랑으로!!

마음따라 발길따라

백양사, 백암산의 봄

물소리~~^ 2018. 3. 25. 22:05

 

 

 

 

▲ 쌍계루와 백학봉

가을 단풍철의 풍경이 최고라고...

 

 

 

▲ 주차장에서 바라본 백학봉

 

 

백학봉을 오르라는 고불매의 권유에 마음이 흔들렸다.

절에서의 고불(古佛)의 의미는 부처님이기도 하지만 많은 고승을 상징하는 말이라고 들었다.

하니 고불총림 백양사라는 간판의 뜻은 유명한 선사들이 이곳에서 많이 나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백양사의 고불매는 고승이기도 하고 부처이기도 하니 순전히 나 혼자 느낀,

그 꽃이 내게 건네 준 백학봉을 오르라는 암시는 그냥 그렇게 내 마음을 움직인 것이다.

 

나는 무신론자이다.

하지만 어느 절이든 경내에 들어서면 착한 마음이 되고 싶어 절로 조심스러워지는 것은 사실이다.

곳곳의 명승지들이 관광지화 되고 있는 요즈음이지만 그래도 산사나 암자가 자리한 곳만큼은 청정지역이 아닐까~~

 

 

▲ 백양사

 

 

 

▲ 사천왕문을 통과

 

 

 

▲ 범종각

 

 

 

▲ 보리수 나무

 

 

 

▲ 대웅전

 

대웅전에는 무슨 법회가 있는지 문은 닫혀있고 문 아래에는 신발들이 엄청 많이 있었다.

부처님께 인사하는 것을 포기하고

대웅전 뒤 석가모니 진신사리 3과가 안치 된 팔층탑을 참배하고 경내를 벗어났다.

 

 

 

 

▲ 극락보전

백양사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400년)

 

 

▲ 고불매

꽃망울을 금방이라도 터트릴 듯.....

 

 

 

▲ 한 벽면을 장식한 그림 소품들

 

 

 

 

 

▲ 팔층탑

석가모니 진신사리 3과 안치

 

 

 

 

 

 

 

▲ 약사암을 향하여~~

 

심호흡을 크게 하고 백학봉 오르는 길의 안내판을 주시했다.

내장산국립공원에 속하는 지역이라서 이정표는 잘 되어 있어 안심이었지만

약사암, 백학봉 오르는 길이 만만치 않은 길임을 안내판의 등산로 짙은 색이 일러준다.

험난한 길일수록 짙은 색으로 표시해 두기 때문이다.

사실 고불매를 만나고 오리라는 생각만 했을 뿐,

산을 오를 계획은 아니었기에 준비가 부족했다. 지금 내가 지닌 것은 물밖에 없었다.

일단 약사암까지만 다녀오는 계획으로 오르기 시작했다. 오전 1140분이다.

 

 

▲ 비자나무 숲

 

경내를 벗어나니 곧바로 우람한 비자나무들이 나를 반긴다.

이곳 비자나무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는 곳으로 비자나무의 북방한계선으로 알고 있다.

급할 것 없는 마음으로 행여 꽃들을 만날까 두리번거리며 천천히 걸었다

마음이 평온해진다.

 

 

 

 

▲ 천연기념물153호 비자나무는 고려때 각진국사가심었다고 함.

 

 

 

 

갈림길에서 약사암 오르는 길로 접어들었다.

, 백양사를 호위하고 있는 거대한 암석 중간 한 곳에 자리한 약사암 오르는 길은 가파른 경사 길이었다.

얼마나 가파른지 오르막 초입에 만난 나무에 걸어둔 말을 위안 삼아 천천히 올랐다.

빨리 가면 30, 천천히 가면 10분이라는 말의 뜻은? 그렇다!

힘들다는 생각을 버리고 내 마음을 찾는 생각을 하며 걸으라는 의미일 것이다.

그래 생각을 해야 한다. 내가 오늘 이곳에 왜 왔을까. 그나마 길은 갈之 字로 이어지며 숨을 골라준다.

   

 

 

 

 

▲ 생각하는 길에서 제비꽃을 만나다

햇살 가득히 받는 산등성에 눈이 자주 간다. 드디어 눈이 마주쳤다.

남산제비꽃! 조금 더 올라 호제비꽃을 만났다.

그들과 눈 맞춤 하느라 나는 절로 걸음을 멈추며 쉬는 시간이 되었던 것이다.

드디어 전망대까지 올랐다. 20분이 소요 되었다.

그렇다면 나는 힘들다는 생각과 그렇지 않은 생각을 반반씩 하고 왔나보다. 기쁘다.

 

 

 

 

 

 

 

 

▲ 거대한 바위 아래의 약사암 ▼

 

움푹 패인 바위 앞에 자리한 약사암에서 바라본 풍경이 그만이다.

미세먼지 때문일까?

시야가 조금 흐릿했지만 그래서 더욱 운치 있는 풍경이 아닐까.

저 아래 내가 올라왔던 백양사의 모습이 아련하다.

 

 

▲ 약사암에서 보이는 백양사

 

 

▲ 약사암 장독대

 

거대한 흰 빛을 띠고 있는 바위 절벽 중간쯤 위치한 약사암은

예로부터 영험한 약사여래의 기운이 있다고 해서 병을 낫게 해달라는 기도가 끊이질 않았다고 한다.

조용헌 박사의 말에 의하면 병을 고치는 영험이 있는 터는,

기운이 강해야 하면서 바위, , 도인스님의 세 가지 조건을 갖추어야한다고 하는데

이곳 약사암은 모두의 조건을 완벽하게 갖추고 있는 곳이라고 말 한 적이 있다.

 

 

 

▲ 영천암

영천굴을 보호하기 위해 세웠다고 함.

 

 

 

 

 

 

▲ 영천굴 약수(석간수)

 

그렇다면 영천굴에 올라가서 물 한 번 마시고 와야겠다.

내 몸의 나쁜 기운을 덜어 낼 수 있을까? 약사암에서 깊게 내려와 다시 차고 올라 영천굴에 이르렀다.

샘물만 있던 곳을 누각을 세워 보존하고 있었다.

청정한 기운이 훅 끼쳐오면서 정신을 들게 한다.

물 한 바가지를 떠서 천천히 마셔보았다. 기운이 난다.

 

 

▲ 백학봉을 향하여~

나를 응원하는 제비꽃

 

 

영천굴에서 내려와 이정표를 만났다.

백학봉까지 0.8km라고 한다. 백학봉이면 이 영험한 바위 가장 높은 곳이다.

순간 갈등이 생긴다. 여기까지 왔으니 한 번 올라볼까? 가파른 길인데?

한참을 서서 속을 헤아리는데 하얀 제비꽃이 계단 아래서 환하게 웃고 있다. 힘 내요!!

 

 

▲ 현호색

 

영험한 물까지 마셨는데~~ 그래 올라보자 하며 또다시 시작하는 가파른 길을 따라 올랐다.

아주 천천히 한 발 딛고 다리를 쭉 펴고, 또 한 발 내딛고 쭉 펴고 하면서 오르는데

아니!! 등산로 옆 산등성에 현호색들이 놀고 있지 않은가!

어쩜! 벌써?? 하는 의아심과 함께 햇살 가득한 양지임을 깨닫고 보니 당연한 것 같았다. 신난다.

오늘 어렵게 결정한 선택의 순간에 대한 보답을 받고 있는 것 같았다.

한참을 현호색들과 놀다 다시 걸음을 재촉하였다 길은 계속 가팔랐다.

중간 조망대에 앉아 물 한 모금 마시고 계단을 아주 천천히 올랐다.

 

 

▲ 등산로를 지키는 거대한 나무 뿌리

 

 

 

▲ 길마가지나무? 괴불나무?

내 왼쪽으로 거대한 바위가 계속 따라오며 나를 지켜본다.

계단 중간에서 나뭇가지에 핀 꽃을 만났다. 길마가지? 아님 괴불나무? 서로 간에 비슷하여 구분이 어려웠지만

그들 역시 나에게 쉴 시간을 갖게 하였다. 워낙 자잘한 꽃이 렌즈에 잘 잡히지 않아 서운 했다.

그렇게 한 참을 올라 잠시 능선인가 싶었는데 또 다시 거대한 계단과 맞닥뜨렸다.

계단 아래에서는 현호색들이 잔잔히 물결치고 있었지만 까마득 아래여서 눈 맞춤을 하지 못했다.

 

 

 

 

▲ 백학봉을 0.5km 남겨놓은 지점에서 만난 어마무시한 계단

 

바위 틈새로 보이는 백양사는 더 작아 보이니 꽤나 올라온 것 같았다.

저 계단을 어떻게 오르지? , 계단 수를 세며 올라야겠다고 다짐하면서 하나 둘, 소리 내며 오르기 시작했다.

숨을 깊이 내쉬어야하는 힘듦이기에 미세먼지가 있다하여 준비해 온 마스크를 착용했다.

내 중얼거리는 소리에 비켜 지나 내려가는 사람들이 미소를 지어 보인다.

그 사람들은 반대편에서 올라 이곳으로 내려가는 중~~

그렇게 계단 수 459를 마치고 조금 더 오르니 백학봉에 닿았다.

세지 않은 계단 수까지 합치면 천개의 계단을 밟았을 것이니~~휴!

 

 

▲ 백양사는점점 작아지고 있다.

 

 

 

 

 

 

▲ 드디어 백학봉!

 

사람들이 모두 지나갈 때까지 한참을 앉아 쉬었다.

어느 사람은 이곳에서 다시 되돌아 내려간다. 아니 그 험한 길을? 나는 되돌아 가는 길에 엄두를 내지 못했다.

지도상의 표시는 앞으로 가는 등산로의 색이 옅어져 있으니 좀 수월하다는 의미이다.

배낭을 세워놓고 인증 샷을 하고 전진했다. 이 백암산의 정상 상왕봉을 거쳐 내려갈 것이다.

이제 더 이상 선택의 기회는 없다.

지금 시간 오후 18~~ 앞으로 2시간 정도를 더 걸어야하는데

올라온 사람들의 경험에 의하면 내려가는 길이라 수월하단다. 마음이 놓인다.

 

 

 

▲ 예쁜 산자고

 

 

 

▲ 넘 멋진 소나무

 

 

 

 

그렇게 능선 따라 이어진 순한 길을 한 시간여를 걸었다.

도중에 어여쁜 산자고 꽃을 만났다. 청정지역에서 살아서인지 우리 뒷산의 꽃보다 훨씬 예쁘다.

길이 편하니 생각도 많아지고 해찰도 많아진다.

나는 지극한 마음으로 귀의한다는 至心歸命禮(지심귀명례)를 정말이지 너무 잘 지키며 살아가는 것 같다.

나에게 닥친 불행의 마음도 다 잊기를 잘하고, 손해 보는 마음도 자주 감수하는 마음들을 잘 잊고 지내기 때문이다.

 

 

▲ 백암산 최고봉인 상왕봉

 

이 산길에서도 난 그렇게 조금 전의 힘듦을 잊고 이제 즐겨하는 마음이 된 것이니

이런 마음은 어쩌면 더 힘들게 살아가라는 마음의 선물인지도 모르겠다.

명심해야겠다. 이 산의 최고봉인 상왕봉에 도착했다.

상왕봉이라는 이름은 예전에 오대산에서도 만났는데

사람도 같은 이름들이 있듯 산에서도 그러한가 보다.

 

 

▲ 굴거리나무

 

썩 좋지 않은 조망을 뒤로하고 상왕봉을 내려오기 시작, 이제 다시 백양사를 향해 가는 길이다.

내 체력에 조금 자신감이 생긴다. 맑은 물소리를 내는 백양계곡을 끼고 내려오는 길,

운문암 오르는 길 갈림길에서 얼레지 잎을 보았다.

, 조금 있으면 얼레지들도 피어나겠구나했는데

조금 더 지나니 얼레지들이 군락을 이루며 피어 있었다. ! 대박이다.

 

 

 

 

▲ 이렇게 좋을 수가~~ 얼레지군락지를 만나다니!!

 

4월에나 피는 꽃들이 어찌 이렇게 일찍 피었을까!!

너무 좋아 이리 저리 자리 옮기며 어쩔 줄 몰라 하는데

문득 백양사의 고불매가 백학봉이나 오르라고 암시한 말이 스친다.

자신은 비록 꽃을 피우지 못했지만 산을 올라 예쁜 꽃들을 만나라고 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나에게 아주 귀한 선물이었음을 이제야 깨닫는다. 기뻤다.

 

 

 

 

 

▲ 버드나무가 봄을 실어오고 있다.

충만한 마음을 가득안고 다시 백양사에 이르니 오후 330분이다.

정확한 시간 내의 등산이었다. 참 기쁘다.

쌍계루를 지나 주차장으로 향하는 길~~

물가의 버드나무가 봄이 왔음을 알려주며 혼자 좋아하고 있으니 내가 친구가 되어주고 싶다.

 

 

▲ 또 만난 현호색

 

 

 

▲ 갈참나무

 

 

 

 

주차장까지 이르는 길가의 걱실걱실한 갈참나무들, 우람한 자태들의 듬직함이 더욱 멋져 보인다.

 

 

▲ 갈참나무 사이로 보이는 백학봉을 다시 한 번 바라보면서....

 

 

 

고불매의 꽃은 만나지 못했지만 많은 꽃들과 눈 맞춤을 했으니 정말 행복하다.

백양사 백암산은 봄이 가득했으니 참으로 감사한 하루였다.

이제 배가 고프다. 물 한 병을 더 사들고 운전을 시작했다.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한 끼 식사를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