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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따라 발길따라

세 자매는 바래봉 철쭉길을 걸었다.

물소리~~^ 2018. 5. 14. 23:31




▲ 팔랑마을의 주차장


해마다 철쭉꽃이 피는 4월 말에서 5월 중순이 되면 곳곳의 명산에서는 철쭉축제가 열린다. 유명한 지리산 바래봉의 철쭉축제가 열리고 있는 지난 토요일에 언니, , 동생 이렇게 세 자매가 다녀오기로 약속을 했고 어렵사리 시간을 맞추어 놓았는데 그만 비가 내리고 말았다.


비로 인하여 하마터면 계획이 무산 될 뻔 했는데 일정을 하루 미루어 일요일에 다녀오기로 했다. 일요일에는 비가 개이면서, 온도가 높이 오르면서, 청명한 날씨라는 예보를 해주니 얼마나 다행한 일인지


전주 언니 집에서 오전 7시에 만나 출발했다. 참으로 오랜만에 한 차에 셋이 앉아 이야기하며 가는 재미가 꽃보다 더 좋다. 2시간여를 달려 지리산 깊은 골짜기에 위치한 팔랑마을에 도착했다.




이곳은 신선둘레길이라 명한 지리산둘레길의 1코스로 장항마을~원천마을~팔랑마을~바래봉까지 이어지는 8거리인데 우리는 팔랑 마을에서 시작하여 바래봉까지 3.7km를 왕복하는 코스를 선택했다. 지리산 신선들이 하늘에서 내려와 수려한 비경을 즐기며 바둑을 두면서 놀다 돌아갔다는 전설을 살려 지리산신선둘레길이라고 명명했다고 한다.


그동안 2년 연속 철쭉축제기간에 이곳을 찾아왔지만 바래봉정상을 오르지 못하고 되돌아서곤 했는데 오늘은 오르기에 조금 가까운 곳인 팔랑마을서부터 시작했으니 3번째 찾아온 이번만큼은 꼭 정상에 이르는 쾌거를 이룰 것이다.


▲ 붓꽃




 

주차장 위로 설치한 화장실을 지나 마을에 들어서니 가장 먼저 지리산 억새집이 눈에 들어온다. 이 집의 주인이신 김채옥 할머니는 작년 인간극장에서 방영한 주인공으로 많은 사람들에 회자되며 유명세를 타고 있었는데 우리가 지날 적에는 문이 굳게 잠겨 있었다. 할머니께서는 산나물이나 고사리를 채취하러 가셨을까? 어수선하게 널려있는 세간이 더 정겨운 까닭은 아마도 우리의 옛 정서를 그대로 보여주는 정겨움이 있기 때문 일 것이다.


▲ 억새집 뒤꼍에서 만난 금낭화



▲ 고사리 경작지



마을을 돌아드니 산 중간 곳곳이 나무 없이 밭처럼 정리되어 있었는데 고사리 경작지라고.. 앞선 산객들의 이야기가 들려온다. 시멘트 길이 끝나고 팔랑치에 오르는 초입에 이르러 나와 동생은 천천히 걸어야하는 언니와 떨어져 앞서 걷기 시작했다. 걸음이 빠른 우리는 바래봉 정상까지 다녀와 다시 팔랑치 정상에서 언니를 만나 점심을 함께 먹기로 한다.




▲ 연초록의 향연


▲ 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고추나무, 벌깨덩굴, 개감수, 연리갈퀴



오르는 길은 편안했다.

국립공원답지 않은 탐방로에는 계단 하나 없이 오로지 흙길을 따라 걸을 뿐 아니라 하늘을 향해 치솟은 나무 그늘이 정말 좋았다. 어제 늦게까지 내린 비로 길은 다소 질척하고 미끄러웠지만 물기 머금은 연초록 나뭇잎들의 싱싱함이 참으로 마음을 상쾌하게 해준다. 모처럼 산에 오르는 동생의 입에서는 좋다는 감탄사가 연속 나오니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다. 오르는 길목에서 만나는 잔잔한 들꽃들도 어쩜 그리도 청초하고 예쁜지놀며 쉬며 근 1시간여를 걸으니 저만치 능선이 보이면서 붉은 꽃의 자태가 보이기 시작한다.



▲ 작년 이맘 때의 팔랑치

위 사진은 올 해



팔랑치(989m)에 오르니 확 트인 풍경이 우리를 맞이한다. 활짝 개인 하늘이 청명하기도 하지만 미처 걷히지 못한 비구름들이 낮게 드리워져 있는 하늘 풍경을 철쭉꽃 사이로 바라보노라니 마음이 확 밝아온다. 정말 좋다. 풍경에 취해 이리저리 사진을 찍으며 놀고 있는데 뒤따라 오는 언니가 전화를 한다. 언니도 팔랑치까지 겨우 100m를 남겨 놓고 있단다. 이런~~ 우리는 바래봉까지 다녀와야 하는데! 큰일 났다 하며 걸음을 서둘렀지만 꽃들이 자꾸만 걸음을 막아서고 있으니...



지리산 주능선을 배경으로

지리산 주능선 전체가 파노라마처럼 굽이치며 이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존재는 이처럼 연결되어 있다고 알려주는 듯싶다





▲ 하늘, 구름, 마을의 조화로움



'철쭉'은 한자어 '척촉(躑躅)'에서 나온 말이라 한다.

'척촉'의 중국 발음은 '쩌쭈'라고 하는데 우리의 철쭉과 아주 비슷한 발음인걸 보면 한자어에서 파생된 이름이 맞지만 철쭉의 또 다른 이름으로는, 진달래가 진후에 연달아 피어난다고 해서 '연달래'라고도 하는데, 이쁜 이름 연달래라고 불렀으면 좋겠다는 내 생각이다.


'척촉'이란 뜻이 원래는 '주저하다' 인데 가던 길을 더 걸어가지 못하고 머뭇거리게 할 정도로 아름답다는 뜻에서 나온 이름이라고도 하고, 철쭉꽃은 독이 있기 때문에 먹지는 못하고 주저하며 머뭇거린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도 한다는데 어느 설이 맞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 철쭉축제장인 용산마을에서 올라오는 사람들과 합류하는 바래봉 삼거리




부지런히 걸어 바래봉 삼거리에 도착하니! 아휴 사람들이 장난이 아니다 이곳은 용산마을 축제장에서 올라오는 사람들과 합류되는 곳이기에 엄청난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더구나 어제 내린 비로 많은 사람들이 오늘 찾았을 것이니 오르는 길은 정체가 심했다.


▲ 바래봉을 오르는 사람들

계단이 주 탐방로인데 비탐방로까지 길이나 있다.




▲ 바래봉에서 내려다 보이는 팔랑마을의 주차장



겨우겨우 정상을 올랐지만 바래봉 정상석을 바라볼 수조차 없었다. 인증 샷을 남기기 위한 사람들의 행렬이 끝이 없었다. 우리는 할 수 없이 전망대 밖에서 우리와 같은 사정을 겪고 있는 한 사람에게 서로 부탁해서 그냥 아무렇게나 한 장 찍어달라고 했는데 그 분이 용케도 바래봉이라는 글자가 보일 때 얼른 찍어 주었던 것이다. 행운이라고 고마움을 전해 드리고 우리는 서둘러 다시 팔랑치를 향해 내려왔다.


▲ 바래봉정상석(빌려온 사진)




철쭉은 화려하지 않았고 시든 꽃들이 더 많았지만 연분홍 철쭉들은 이제 한창 피고 있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었지만 지난 4월 갑자기 찾아온 늦추위로 꽃들이 냉해 피해를 입었다고 한다. 그래서 다른 해 같으면 한창 무르익었을 무렵인데도 반 절 이상이 시들은 모습이었던 것이다.



한 시인이 오를 때 보지 못한 꽃을 내려올 때 보았다고 했는데 우리가 그러했다. 다시 철쭉꽃 사이를 걸으며 온갖 해찰을 하면서 걸었으니 저 팔랑치 고개에서 우리를 기다리는 언니는 추울 것이라는 걱정을 하면서도 자꾸 손짓하는 꽃들을 뿌리칠 수 없었다. 즐거웠다.




3년만에 바래봉 정상을 오르는 소원을 풀었다. 꽃들이 자리를 펴주고 바람이 맛을 더해주는 곳에서 언니와 동생과 함께 앉아 맛있게 점심을 먹고 하산하기 시작했다. 꽃을 만나기 위해 높은 산을 오르며 함께할 수 있는 가족, 자매라는 이름이 더 없이 정겨웠던 하루, 오랜만의 마음 꽃이 철쭉보다 더 곱게 피어난 하루였으니 꽃 마음으로 살아가라는 꽃들의 기원을 원 없이 받아본 하루였다.

   













▲ 구상나무 군락지



▲ 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으름꽃, 백당나무, 졸방제비꽃, 족도리풀



▲ 천남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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