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주어진 모든 것을 사랑으로!!

단상(短想)

5월을 누비며~~(2)

물소리~~^ 2018. 5. 20. 13:32

 

 

 

 

 

▲ 공원 산에서의 조망

 

토요일 아침 일찍 일어나 작은아들의 방문을 살그머니 열어보니 아이는 깊은 잠에 빠져 있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새벽 1시 넘어서 왔을 텐데 나는 그것도 모르고 늘 잠을 자고 있는 것이다.

방문 앞에는 빨래가 가득 들어있는 커다란 빨래바구니가 놓여 있었다.

살짝 들어내고 문을 닫았다. 대부분 빨래를 해 놓고 오는데 바쁜 일정이 많으면 오늘처럼 빨래를 가져오는 것이다.

지난주에는 인천, 창원 등으로 출장을 다녔다고 하더니만 빨래가 밀렸나 보다.

세탁물을 수건과 얇은 옷, 양말, 조금 두꺼운 옷 등으로 분류해 놓고

양말은 따로 빨래판에 올려놓고 손으로 빡빡 치댄 다음 세탁기에 돌리려니 오전 내내 세탁기를 돌려야 할 것 같다.

 

 

 

▲ 공원 산 가는 길목

 

 

▲ 분홍낮달맞이꽃

 

 

 

 

▲ 조뱅이

 

남편은 아침 일찍 지인을 만나러 나갔고 아이는 자고 있으니 나는 세탁기를 돌려놓고 밑반찬을 만들기 시작했다.

며칠 전에 사서 냉장고에 넣어 둔 마늘쫑을 꺼내 조림을 하고, 멸치를 볶음조림하고, 황태 두 마리를 찜해 놓았다.

양배추를 쪄 놓고, 꽃게와 새우를 넣고 찌개를 끓였다.

햇양파를 둥글게 썰어 부침을 만들고 부침가루가 남아 두부 반 모도 부침으로 만들었다.

냉장고를 뒤져 밀려있는 재료들로 이것저것 해 놓고 나니 오전 10시가 조금 넘었다.

세탁기는 아직도 제 일을 다 못하고 있다.

 

괜히 부자가 된 것 같고 며칠은 반찬 걱정을 안 해도 될 것 같은 뿌듯함이 밀려오면서

큰 아이한테 점심 함께 먹자고 전화를 하니 삼겹살이 있느냐고 묻는다.

에구~또 어린양 한다. 없다고 하니 있으면 좋겠다고 한다.

얼른 마트 안 정육점에 가서 삼겹살 10,000원 값어치만 달라고 하니

한 무더기를 꺼내 전자저울에 척 올려놓으니 11,200원이란다.

주인이 덜어낼까요? 하면서도 내가 그냥 그만큼을 다 가져가면 좋겠다는 표정이다. 그냥 다 달라고 하였다

 

 

 

 

▲ 피라칸타(피라칸사스)

 

 

 

 

▲ 멍석딸기

 

집에 와서 약한 식초 물에 주물럭주물럭 씻고 양념으로 버무린 다음 굽기 시작하니 큰 아이가 들어온다.

오랜 만에 만난 두 아이들은 뭐가 그리 신나는지 말 한 마디하고 웃고 또 웃고 떠든다.

에구 저것들이 장가를 가야하는데 도통 생각들이 없나보다.

둘을 불러놓고 친가나 외가 친척들이 이제 우리 집에서 잔치를 치러야 한다는 압박이 심하다고 말 하니

아이들은 뭐 별로~ 하면서 시큰둥한 표정이다. 큰 아이가 더 심하다.

작은 아이는 입사동기가 소개해준 여자를 얼마동안 만나더니 헤어진 후,

생각은 있는 것 같은데 여건이 맞지 않아하는 눈치다.

이래저래 나는 걱정이 많은데 즈그들은 걱정 하나 없는 밝음이다.

 

 

 

 

▲ 노란씀바귀

 

 

 

 

▲ 흰씀바귀

 

 

 

 

▲ 노린재나무

열매를 태우면 노린내가 난다하여 붙여진 이름

 

 

 

 

 

 

▲ 골무꽃

골무꽃은 어느새 열매를 맺고있다

열매 모양이 골무를 닮았다해서 붙여진 이름

 

 

그 모습들에 나도 한 순간 시름이 덜어지면서 기분 좋게 점심식사를 마쳤다.

큰 아이는 설거지를 말끔히 해주고 작은 아이는 몸단장하더니 커다란 골프백을 메고 나선다.

둘이 한꺼번에 썰물처럼 빠져 나가니 집안은 또 적막강산이다.

잡인 정리를 대충하고 공원 산이라도 다녀오고 싶다.

이상하게 쉬는 날 집안일이라도 하지 않는 시간이 닥치면 나는 어찌할 바를 모르고 서성인다.

허전해진다.

집에서 지내는 시간이 거의 없어서인지 누워있지도 못하고 앉아서 tv 보는 일에도 익숙치 않다. 나의 병통이다.

 

 

 

 

 

 

 

▲ 때죽나무

가지를 꺾어 짓이긴 후 시냇물에 띄우면

독성으로 물고기들이 떼로 죽는다하여 붙여진 이름

 

 

▲ 땅비싸리

 

 

▲ 아까시나무

 

공원주차장까지 차를 몰고 나가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작은 아이가 사준 작은 쌕에 물과 손수건, 차 키를 넣고 어깨에 크로스로 메었다.

쌕이 여러 개 있는데도 아이는 환하고 예쁜 색을 가지고 다니라며 사 준 것이다.

날씨가 정말 좋다.

오늘은 여유로운 마음으로 산을 길게 돌면서 5월의 좋음을 마음껏 취하면서

스스로 몸을 키우며 살아가는 모든 것을 세세히 만나보고 싶다.

 

 

 

 

▲ 돌가시나무

 

 

 

 

▲ 엉겅퀴

 

 

 

 

▲ 국수나무

 

산길은 햇볕이 쨍하게 들어오는 곳도 있지만 나무 그늘이 더 많은 길이니 참으로 좋다.

오늘 따라 유난히 몸이 가볍다. 기분이 좋아진다. 이대로만 지낸다면 무슨 걱정이 있을까.

지난 번 진료 시, 의사는 나에게 식욕이 좋은지, 입맛이 없는지를 질문하셨다.

나는 많이 먹지는 못하지만 먹는 순간에는 입맛이 좋다고 대답하니 의사는 그러면 됐다고 한다.

만약 입맛이 없어 체중이라도 줄어들게 되면 만약의 경우에 대비할 체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항상 염두에 두면서 지금처럼 몸 관리 잘하라고 하셨다.

 

 

 

 

▲ 자주달개비

 

 

 

 

▲ 노랑꽃창포

 

 

 

 

 

 

▲ 분홍장구채

다리밑에 피어 있어 겨우 찍었음

 

 

▲ 무늬둥굴레

 

 

▲ 측백나무꽃

열매가 아닌 꽃이다

초등시절 붓글씨 쓰는 시간에 무슨 이유에서인지

이 측백나무와 함께 먹을 갈았던 기억이 있다

먹물이 더 진하고 끈끈했던 기억이 있는데.....

 

 

 

 

▲ 좀가지풀

실물로는 오늘 처음 만난 꽃이다.

 

 

▲ 일본목련 묘목

잎이 어찌나 큰지 가을에 산에 오르면 큼지막한 낙엽에 눈길이 자주 가곤 한다.

 

 

▲ 전망대에 서면 멀리 장항제련소의 굴뚝도 보인다.

옛날에는 교과서에도 나온 유명한 굴뚝인데 이제 연기는 나오지 않고

그저 장식용으로 지켜오는 듯싶다.

 

 

몸이 가벼우니 산길을 걷는 게 조금도 힘이 들지 않는다.

괜히 노래가 흥얼거려진다.

새롭게 만나는 꽃들에 눈 맞춤하며 몸도 가볍게 산을 오르락내리락 하다 주차장에 도착하니 오후 545분이 되었다.

2시간 20분을 걸었다. 그냥 뜻 모르게 기분 좋은 토요일 오후, 오월을 다시 한 번 누비고 다닌 시간 이였다.

 

 

▲ 울 아들이 사준 분홍 가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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