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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에 홀린 아침

물소리~~^ 2018. 2. 8. 13:54








 

   아침 시간은 언제나 부산하다. 출근 준비를 하며 이제 막 옷을 갈아 입으려하는데 누군가가 현관문을 두드린다. 벨을 누르지 않고 문을 두드리며 주인을 부르고 있으니 아마도 요즈음 생겨난 예의 중 하나일까? 옷을 다 입지도 못하고 문 가까이 가서 누구세요?’ 하니 가스레인지 점검 나왔다고 한다. 가스레인지 점검? 가스 점검을 잘못 말했겠지 싶어 잠깐 기다리시라고 하고서는 얼른 옷을 주워 입고 문을 열어 주었다. 낮 동안은 집을 비워두기 때문에 일제 점검을 할 때면 으레 시간 외에 점검을 받곤 하는 우리 집이기에 그러려니 생각했던 것이다.


내 목 근처에 닿는 작은 키의 한 아주머니가 배낭을 메고서는 성큼 들어서서 주방으로 향한다. 그러더니 렌지후드를 가리키며 점검 좀 하겠다하여 오래 되어 깨끗하지 않다고 하니 그래서 해야 된다며 후드를 작동하더니 후드를 교체하라고 한다. 아하~ 후드 판매하는 분이셨구나! 나는 얼른 알아차리고 지금 출근해야 해서 시간이 없어 다음에 하겠다고 하니 1분밖에 안 걸린다고 한다. 내 마음의 동요가 일기 시작했다.


집 리모델링하면서 바꾸었으니 얼추 10년이 다 되긴 하였다. 동안 필터만 교체 하면서, 닦으면서 사용했기에 한 번 갈아야 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기에 순간 마음이 흔들린 것이다. 하여 오후에 다시 오라하니 지금 1분만 할애하면 된다고 빠른 말로 설명을 하면서 손은 어느새 후드를 분리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 분은 이미 내 마음을 알아차린 듯싶었다. 어쩔 수 없이 승낙을 하니 어딘가로 전화를 하더니 빨리 가지고 올라오라고 한다. 남자 분이 후드를 가지고 올라 오셨다. 아마도 부부? 재빠르게 낡은 후드를 빼내고 새 것으로 갈아 끼운다. 주방용품이야 표준 규격이니 어느 것이든 딱 맞게 마련이니 쉽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니 그리 놀라진 않았다. 그 와중에 아주머니는 집 분위기가 좋고, 음악방송의 음악이 좋고, 내 목에 걸린 목걸이도 참 예쁘단다.


그러면서 아주머니가 벽면 한 곳의 얼룩진 기름때를 무언가를 뿌리면서 깨끗이 닦아 준다. 나는 그게 또 신기했다. 어쩜 저렇게 쉽게 깨끗이 닦아진담? 그 세제가 무엇이냐고 물으니 그 아주머니는 신나게 약 효능을 말해 주더니 한 박스 12개에 얼마라고 일러준다. 나는 그것 다 필요 없고 하나만 있으면 된다고 하니 효능이 좋아 금방 다 소진할 것이라며 한 박스를 자꾸 구매하기를 권한다. 그럼 6개만 달라고 하며 흥정을 하니 후드 13만원, 세제 7만원 하여 20만원 이라고 한다. 내가 어떻게 하겠다는 말도 미처 하지 않았는데 세제를 가지고 오겠다면서 나가더니 가지고 올라 왔다. 말도 빠르고 작은 키 답게 행동도 빨랐다.


세제 6개와 함께 웬 네모반듯한 포장지를 함께 가지고 왔다. 그러더니 그 포장지를 열더니 후드 필터라고 하지 않는가! 10장이란다. 4만원인데 38천원에 주겠단다. 시간은 어느새 30분이 지나가고 있었다. 마음은 급한데아주머니 넘 서두르시는 것 같다고 하니 내가 출근해야 하니 자기도 바쁜 마음이어서 그런단다. 현금으로 주면 좋겠단다. 현금영수증 해 주실 거냐고 물으니 민망한지 카드기를 꺼내면서 235,00원으로 해 주겠단다. 참말로 무엇에 홀린 기분이다.


이 분은 우리 아파트를 단골로 하는, 관리사무소에 등록을 하였기에 as는 물론이지만 또 다른 허술한 것은 전혀 할 수 없으니 안심하라고 한다. 시간은 자꾸 가고 나는 급한 마음으로 얼른 결제를 해 주었다. 그 분이 나가고 나 역시 서둘러 정리하고 나와 운전을 하노라니 참말로 도깨비에 홀린 것 같았다. 내 바쁜 시간과 후드를 교체해야겠다는 마음이 아주머니의 능란한 영업수완에 빠지고 말았던 것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아주머니에게서 생기발랄함을 느꼈다. 나에게는 없는 그런 다부짐과 억척스러움이 신선하게 다가오는 것이었다. 자꾸 나오는 웃음을 속으로 삼키며 기분 좋은 마음으로 속도를 조금 더 내었다. 회전 로타리를 돌면서 급하게 브레이크를 밟았나보다. 지면 위 눈의 미끄럼에 차가 한번 휘청 거리며 미끄러진다. 얼른 바로 잡았지만 아마도 오늘 아침 내 행동에 차도 그만 웃음이 나왔나 보다.




▼ 저녁에서야 사진을 찍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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