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주어진 모든 것을 사랑으로!!

단상(短想)

회양목을 바라보며

물소리~~^ 2018. 3. 28. 17:20







▲ 회양목



세무서를 다녀왔다.

세무서 뜰에는 봄이 가득하니

업무는 후다닥 처리하고

뜨락의 봄볕에 이것저것 참견하며 느긋하게 놀다가

화려하게 활짝 꽃 피운 목련나무아래의 회양목을 만났다.

 

! 그렇지! 지금 회양목도 꽃을 피울 시기구나!

 

사람들은 대부분 이 나무의 꽃을 눈치 채지 못할 정도의

작고 소박한 꽃이지만 향기는 아주 진한 꽃이다.

 

작은 나무만큼이나 야무진 꽃,

언제나 고만 고만 자라는 습성으로 정원의 담장용으로 식재하기도 하고

키가 잘 자라지 않는 대신 목질이 단단해

예로부터 최고급 도장을 만드는 나무로 쓰여 '도장나무'라고도 했다.

 

도장~~ 갑자기 한 생각이 떠오른다.

사무실에 돌아와 서랍 깊숙 뒤적거리니

, 있었다. 빨간색 도장이다.

 

그러니까 이 도장은 30년이 넘는 세월을 지나고 있으니

서울에서 공무원 하던 시절

출근부 찍고 서류 날인하는 용으로 새겼던 것이다.

 

그 시절까지만 해도 목도장을 많이 사용했는데

뿔도장이라 하여 새롭게 선보이는 도장들이 어찌나 예쁘던지

멋지게 책상위에 꽂아두고 사용하고 싶어 새긴 도장이다.

내가 도장집을 찾아 간 것이 아니라

도장 새기는 분이 총무부의 허락을 받고

사무실에까지 올라와 설명하며 보여준 도장이 좋아 보여

새겼던 기억이 새록새록 난다.

 

내 이름자 한자는 단순하여 새기기 쉬웠기 때문에

한자로 새겨 달라고 주문하면서 글씨체도 고르면서 한껏 멋을 부렸던 것이다.

 

가느다란 쪽에는 을 새기고 굵은 부분에는 이름을 새겼다.

출근하여 저 도장을 들고 출근부 날인하려 내려갈 때의 나풀거리던 느낌이 슬몃 차오른다.

 

그 시절이 아마도 내 생의 전성기가 아니었을까.

일 열심히 하고, 잘 한다는 칭찬도 많이 듣고

장관표창까지 받게 되어 동료들의 시샘도 함께 받았었다.

 

우연히 제 분수만큼 살아가는 야무진 회양목을 바라보며

봄날 같았던 내 호시절을 다시 새겨 보았다. 


▲ 마모인 (결재도장)

뒤늦게 생각났다.

우리는 이 도장을 마모인이라고 칭 했던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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