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 뒷산 생강나무
그냥 마음이 답답했다.
지난 밤 내내 머리가 아파 잠을 잘 이루지 못했다.
이렇게 누워도, 저렇게 누워도 불편하더니
기어이 머리가 지끈지끈 아프기 시작한 것이다.
겁이 더럭 난다. 내 몸이 지금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행여 재발이라도 된 것일까.
아이들한테는 아직 내가 필요하고 또 해 줘야 할 일들이 많은데…
오만가지 생각들에 풍덩 빠져 허우적거리다 날을 샜고
그래도 일요일 일상을 차근히 천천히 해야 하기에 두통약 하나를 먹었다.
기분이 멍해진다.
일들을 마무리하고 뒷산을 올랐다.
산에 다녀오면 머리가 좀 개운해질까 싶어서다.
금방이라도 비가 내릴 듯싶었지만 차분함이 좋았다.
그새 뒷산은 다시 시작한 소나무 재선충 벌목 작업으로 많이 휑해졌다.
도대체 언제 끝날 일인지…
얼마나 더 산을 벗겨 놓아야 살아남을 것인지… 아쉬움이 가득하다.
아무 생각 없이 걷고 있는데
아니!! 노랑, 나의 봄빛 연둣빛노랑의 생강나무꽃이 피었다.
아! 마음이 화들짝 밝아진다.
그래~~ 너희들이 있다는 걸 깜박 잊어버렸구나!!
나도 모르게 폰을 꺼내 들었다.
아, 그런데 내 폰이 5년 지나도록 사용해서인지
요즈음 모든 기능이 떨어지고 있는데 사진이 제대로 찍힐까?
아무 생각 없이 나오느라 카메라를 챙기지 않았는데…
카메라 역시 요즈음 말을 잘 듣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그래도 폰을 자꾸 누르면서 걷다 개암나무를 만났다.
아, 개암나무도 꽃을 피웠는데… 혹시나 하면서 사진을 찍고
집에 와서 컴에 연결해서 보니 사진들이 엉망이다.
실망이다. 시간상 산에 다시 오를 수도 없고…
남쪽에서는 매화 축제가 열렸다는데, 나만의 봄꽃 축제도 못할 것 같아 서운하다.
다행이 울 아들과 남편의 합작으로
카메라 기능이 월등하다는 새 폰을 예약해 주어서
며칠 후면 개통하긴 하는데 꽃들이 기다려줄지 모르겠다.
내일 점심시간에 다시 만나러 가야겠다.
꽃이 필 때면 모든 것이 그립고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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