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른쪽 뾰족한 전망대가 있는 곳이 대각산
토요일 날씨가 정말 좋다. 이제 진정 봄이 오려는지…
따뜻한 날씨따라 산자고도 노루귀도 피어나는 춘삼월로 무르익을 것이니
종종거리며 집안 일 하면서도 눈길은 자꾸만 창밖으로 향한다.
부지런히 청소하고 식구들 점심 준비를 거의 다했는데
모두 갑자기 약속이 생겼다며 황급히 나간다.
그래? 내 생각이 꿈틀거리기 시작한다.
준비해 놓은 음식들은 저녁으로 패스하면 오후는 넉넉한 시간이 될 것이다.
물 한 병과 커다란 귤 하나를 까서 용기에 담아 챙기는 것으로 산행준비를 했다.
언제부터 벼르고 있던 신시도 대각산에 다녀와야겠다.
신시도는 원래 고군산열도에 속하는 섬이었지만
세계에서 가장 길다는 새만금방조제를 건설하면서 육지가 된 섬이다.
하니 집에서 나와 자동차전용도로를 타고 가다 곧바로 이어지는
시원스레 뚫린 새만금방조제를 달려 신시도 주차장까지 가면 되는 것이다.
▲ 가운데 움푹한 곳이 월영재
이곳에서 오른쪽으로 오른다.
약 25km의 거리를 25분 달려 1시에 주차장에 도착,
주차장(새만금광장) ⇒ 월영재 ⇒ 월영봉 ⇒ 몽돌해수욕장 ⇒ 대각산 ⇒
신시도마을 ⇒ 저수지 ⇒ 제방 ⇒ 월영재 ⇒ 주차장 도착 코스로
3 시간 동안 계획하고 있는데
체력이 잘 따라 주기를 바라면서 1시 10분부터 산행을 시작했다.
▲ 월영재
이 등산로는 나로서는 두 번째이다. 이 곳도 많은 사람들이 즐겨 찾는 곳이었는데
얼마 전 신시도에서 무녀도를 잇는 새로운 다리가 놓이면서
신선들이 노닐었다는 선유도도 이제 배가 아닌 차로 들어갈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인지 이 등산로와 주차장은 매우 한가로웠다.
나는 이 한가로움이 좋았다.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몇 발자국 떼지 않았는데도 땀이 송글거렸지만 겉옷을 벗거나 하지는 않았다.
나는 아직 체온 조절이 자유롭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서해바람을 만만하게 여겨서는 아니 될 일이다.
금세 월영재에 올랐다.
이곳에서 좌측 199봉으로 올라도 되지만 나는 우측 월영봉으로 올랐다.
월영봉은 198m의 높이로 정상일뿐더러
그곳에는 최치원의 이야기가 있는 곳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 등산로는 조금 특이한 바위들로 되있다.
마치 무등산의 주상절리?라고 하기엔 비약하지만
그런대로 한 城을 이루며 갖은 모습으로 위용을 자랑하니 심심하지 않는 길이다.
몽돌해변에서 다시 차고 오르는 대각산까지의 길은 온통 이런 바위들로 가득하다.
▲ 소나무의 멋진 자태
▲ 어느 섬이든 높이는 낮지만 조금만 올라도 조망이 확 트이기 때문에 참 좋다.
월영봉을 오르다가 주차장 쪽을 바라보니 작은 차들이 성냥갑처럼 보이고, 내 차도 보인다.
신시도 배수갑문이 보이고 갑문을 지나
쭉 뻗은 새만금방조제는 부안까지 이어지는 길로 바로 변산반도와 이어지는 길이다.
▲ 20여 분 만에 월영봉에 도착했다.
이곳을 달리 월영대라고도 하는데 이에는 역사적 이야기가 서려있기 때문이다.
월영대는 최치원이 단을 쌓고 글을 읽고 악기를 연주했는데
그 소리가 중국까지 들렸다는 전설이 있는 유적지라고 하였다.
이곳은 최치원과 관련된 곳이 많이 있다. 옥구향교에도 남아 있고.
내가 오늘 목표로 하는 대각산(大覺山)은
최치원이 크게 깨달음을 얻었다는 것에서 비롯한 이름이라고 한다.
▲ 앞산 뒤 신시도 마을
신시도는 고군산열도에 흩어진 60여 개의 섬들 중 가장 큰 섬이라고 했다.
그동안은 이 산을 오르지 않는 경우라면 1시간 반 동안 배를 타고 선유도에 들어가곤 했는데,
저 산의 절개면의 아픔을 감수하고 길을 내 준 덕택에 다리가 놓이면서
이젠 고군산열도 대부분이 육지화가 되었으니
좋아해야할지 무언가를 잃은 듯싶은 서운함으로 보여야할지 잘 모르겠다.
새만금방조제로 인하여 많은 갯벌이 사라졌다고 아우성이면서도
쉽게 이동할 수 있는 편함을 뿌리칠 수도 없는 노릇이니
세상사 모든 일에는 이처럼 양면으로 날이 서 있는 것일 것이다.
▲ 월영봉에서 내가 오늘 오르고자하는 대각산을 바라본다.
우측 봉우리 전망대가 있는 곳이다.
왼쪽 뒤쪽으로 선유도도, 무녀도도, 망주봉도 보이니 반갑기 그지없다.
멀리 희미하게 무녀도와 이어지는 선유대교가 보인다.
대각산 왼쪽 선으로 타고 내려와
저수지를 따라 앞산을 끼고 도는 길을 걸어 다시 월영재로 넘어 올 것이다.
▲ 얼른 깨달음을 받은 산을 향해 걸어야겠다.
▲노간주나무 열매다.
▲ 양식장 풍경이 한 폭의 그림이다.
삶의 풍경인 저 모습을 최치원이 바라보았다면 어떻게 표현했을까.
군더더기 없었을 그 당시의 풍경을 상상해 보는데
문득 신도로를 내기 위해 절개한 산의 단면이 눈에 거슬린다.
▲ 지난해에 맺은 청미래덩굴의 열매 자태가 멋지다
이제는 추운 겨울을 보내고 새 봄을 만나야하는 아련함이 스며있는 듯싶으니
하나가 시작한다는 것은 또 다른 하나는 소멸하는 시간이 되기도 한다는 것,
세상 이치가 그러하지 아니 한가. 어둠이 차츰 소멸 되어야 밝음이 찾아오듯
밝음과 어둠이 같은 공간에서, 처음과 끝이 만나는 시간이 되기도 한다.
지금 한 계절의 처음과 끝남이 공존하는 시간의 길 위에서
나를 시작해 보기도 하고 끝내 보기도 하며
청미래덩굴의 예쁜 자태에 나를 올려보며 위안 삼아본다.
나, 멋지다! 고 여기면서 발걸음을 재촉하였다.
▲ 아, 저 다리를 건너야 한다.
예전에는 산으로 이어졌기 때문에 저런 다리가 없었는데…
다리를 건너 저 아래 몽돌해변까지 내려가서 다시 치고 올라야 대각산이다.
이렇듯 섬 산행은 아무리 높이가 낮다 한들 안부까지 푹 내려갔다
다시 한 번 오르는 산행이기에 산 높이의 배에 해당하는 높이를 오르는 셈이다.
▲ 몽돌해변에 내려섰다
▲ 아, 내 발로 지그시 누를 때마다 자락자락 소리 나는 자갈들이 정말 좋다.
편안함이 물씬 느껴진다.
모래해변보다 몽돌해변을 더 좋아하는 나로서는
바닷물이 밀려왔다 내려갈 때 자갈들이 내는 소리가 어찌나 좋은지 모른다.
깔깔 거리는 것 같기도 하고, 바닷물을 움켜 쥐어보려고 아우성치는 소리 같기도 하고,
뜻 모를 악보를 연주하는 소리 같기도 하다.
▲ 몽돌해변
뒤는 야미도 인데 이 또한 방조제 건설시 육지화 된 섬이다.
몽돌해변에서 조금 쉬고 대각산으로 오르기 시작,
조금 거칠어진 숨소리를 푸른 바다가 품어 버린다.
가끔은 쉬어가라며 바람에게 심부름을 시킨다. 그냥 좋다.
굳이 거창하게 힐링이라고 말하고 싶지 않다. 그냥 좋은 것일 뿐이다.
▲ 날이 정말 좋다.
오름길의 유난히 단정한 노간주 나무가 수문장처럼 우뚝하다.
내 눈으로 보이는 모습만으로 단정히 자라는 나무라고 하지만
어디 나무들이 자신의 그 무엇을, 단정함을 목표로 정하고 살아가고 있던가.
그들은 그저 자신이 서 있는 위치에서 자신에게 다가온 일들에 최선을 다하며 살아갈 뿐이다.
나무는 잎을 피우고 꽃 우고 열매를 맺기 위해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날마다, 날마다 최선을 다하고 살다보니
그렇게 단정한 모습으로 꽃도 피고 열매도 맺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 대각산을 오르다 지나온 월영재를 뒤돌아 보았다.
▲ 도토리가 빠져나간 받침이 넘 귀여워 사진을 찍다
돌들에 발이 미끄러졌는데.. 사진이 흔들렸구나!
▲ 온통 바위투성이 등산로이지만 골라딛는 편안함이 있어 좋았다.
▲ 굴피나무다
조금 늦은 봄의 꽃도 예사로운 모습은 아닌데 열매도 특이하다
속껍질은 어망을 만들 때 사용하기도 한다는데 그래서 바닷가 산에서 자라고 있을까?
우리 뒷산에도 있으니 장소 불문하고 좋음을 자랑하는 나무인가 보다.
▲ 꼭 대나무를 잘라 세워 놓은 듯싶은 바위,
자연의 어떤 현상들로 이루어낸 작품일까. 신기하다
힘든 구간이지만 이 등산로의 매력이라고 나는 말하고 싶다.
▼ 정으로 콕콕 조아 놓은 듯싶은 바위~~
간혹 내려가는 사람 한 둘을 만났을 뿐 한가한 등산로~~이지만
바다가 있고 나무가 있고 하늘이 있으니 심심하지 않다.
▲대각산의 전망대가 코앞이지만
저 암릉 따라 줄을 잡고 몇 구비를 돌아야 한다. 힘 내자!
▲ 바위손
겨울철에는 성장활동을 거의 하지 않아 꼭 얼어 죽은 듯 보인다.
고혈압에 좋다고 해서인지 산행하다보면 채취하는 사람들을 더러 만나기도 한다.
▲ 그 흔한 정상석이 없는 표지판이 높이를 알려주고 있다.
잠깐! 1,872m가 아니다. 187.2m의 높이의 산이지만
난 월영봉 198m을 올랐다 내려와 다시 187m 를 올랐으니
385m 높이의 산을 올랐다. 대견하지 않은가.
그에 시간도 아주 표준시간을 지켰다.
▲ 아래 오른쪽 산 밑 해변을 따라 테크길을 조성해 놓았다고 한다.
그 길이 신시도 주차장까지 이어지는 해변도로이니
언제 저 길도 걸어봐야겠다고 생각하니 그저 좋아진다.
▲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섬들이 나더러 대견하다며 환영한다.
▲ 이제 신시도마을로 내려가 저 제방을 지나 다시 월영재를 넘어야 한다.
▲ 나무 두 그루가 멋진 모습으로 나를 배웅한다.
▲ 가까이 보이는 신시도마을
▲ 사스레피나무와 열매
조금 있으면 올망졸망 꽃을 피울 텐데 향기치고는 좀 고약한 냄새와
바닷가에서 주로 자라는 이 나무와는 무슨 상관관계가 있을 법도 한데
무지한 나로서는 그저 냄새와 열매, 이렇게만 바라보는 것이다.
▲ 내려와서 바라본 대각산
▲ 양지에 피어난 봄까치꽃(큰개불알풀꽃)
▲ 계요등 열매
저수지 물을 먹고 살아서인지 열매가 말갛다.
▲ 월영재를 향하여~~
▲ 졸졸 흐르는 맑은 물줄기가 봄을 싣고 있다.
▲ 음지에는 아직도 얼음이..
얼음 밑으로 물방울이 떨어지고 있으니 갑자기 목이 마르네~~
▲ 아, 무슨 식물일까.
최고로 멋을 부린 꽃 진 자리가 넘 예쁘다
▲ 참마 열매
▲ 월영재에 올라서서 바라본 대각산
▲ 언제 다시 기회가 되면 199봉을 올라서 다녀오고 싶은 마음을 다짐하며
오늘 산행을 마친다.
▼ 고군산열도(군도) 참고사진
▲ 우측 굵은 검은선이 새만금방조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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