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주어진 모든 것을 사랑으로!!

꽃과 나무

개암나무

물소리~~^ 2018. 3. 19. 22:02

 

 

 

이 맘 때쯤이면,

남쪽에서 매화가 피고 산수유가 환하게 피어날 때쯤이면,

우리 뒷산의 개암나무가 꽃을 피울 즈음인 것이다.

개암나무는 한 나무에서 암꽃과 수꽃을 같이 피우는 나무다.

하지만 벌레처럼 생긴 수꽃은 자주 보았지만

아주 작은 암꽃은 좀처럼 만나지 못하고 시기를 놓치곤 했다.

 

봄이면 어김없이 피어나는 새 꽃들에 대한 호기심은 무궁하지만

가끔 그 시기를 놓치면서

그들 나름대로 최고의 화려함을 뽐내는 모습을 만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하니 늘 다니던 새로울 것 없는 익숙한 길에서 문득 특별함을 만나는 일은

내 몸의 온 세포가 함께 환호하는 일이다.

어제 오후 시간에

아무 생각 없이 뒷산을 올랐다가 그렇게 개암나무 꽃을 만났다.


수꽃이 치렁치렁 매달린 줄기를 따라

아주 작은 진한 붉은색 가녀린 암꽃이

곱슬머리처럼 오글거리며 피어나고 있었던 것이다.


▲ 개암나무 수꽃


사진을 찍었지만 워낙 작은 암꽃의 모습이 나타나지 않아

오늘 오후 업무 차 우체국에 다녀오는 시간을 두 배를 잡아

양해를 구하고 살짝 다녀왔다

여전히 우중충하고 바람이 불고 있어 양질의 사진을 얻지 못했다.


개암나무는 우리나라 전국에서 볼 수 있는 나무이다.

개암이라는 이름은 열매에서 유래했다.

열매의 맛과 모양이 밤과 비슷하나 아주 작은 열매라서 개밤이라고 불렀는데

이 말이 변형되어 개암이라고 불렸다고 한다.


키도 작고 꽃도 작고 열매도 작은 이 나무는

열매에 대한 이야기가 있는가 하면 암꽃에 대한 이야기도 있다.




▲ 개암나무 암꽃과 수꽃이 같이 피어있는 모습


개암열매 깨무는 소리에 무서워

도깨비들이 도망하면서 도깨비방망이를 두고 갔는데

그 도깨비방망이를 주운 농부는 부자가 되었다는

우리 전래동화에 열매이야기가 나오는가하면,


서양에서는 암꽃에 대한 그리스신화가 있다.

아름다운 공주의 얼굴을 훔쳐 본 죄로 사형을 당한 시녀의 선혈(鮮血)

공주 얼굴에 튀어 생긴 붉은 반점 때문에 공주가 죽었는데

그 무덤에서 자란 나무가 개암나무라 한다.

꽃이 붉은 이유는 시녀의 피가 선명한 붉은색으로 피어나기 때문이라 한다.


▲ 개암나무 암꽃


이처럼 개암나무는 우리 사람들과 아주 친근하다.

더욱이나 우리의 기호 식품인 커피와 떼려야 뗄 수 없는 나무이다.

개암나무를 영어로 (hazel), 열매를(nut)이라하니

개암나무 열매는 헤이즐넛(hazelnut)이라 하는데

이는 우리가 즐겨 마시는 헤이즐넛커피의 향을 내는 원료라 한다.

이런 나무와의 사연은 모른 채 그냥 이름만을 듣고

헤이즐넛커피는 해질녘에 마셔야좋다는 농담을 하며 즐겨 마셨다.

 

벌레를 닮은 수꽃의 생김새만으로 가까이 바라보기를 꺼려했는데

아주 작은 암꽃을 만나고서는 거칠 것 없이 다가가 한참을 바라보았다.

오늘만큼은 개암나무는 도깨비방망이가 되어

나에게 많은 기쁨을 안겨주며 마음부자를 만들어 주었다.

아주 작은 꽃, 작은 열매일망정

무엇 하나 허투루 하지 않고

제 몫을 잘 해내고 있는 그들이 있어 이 숲은 진정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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