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을밤의 구절초
비가 한 두 방울 떨어지는 가을 초저녁
에어로빅은 취소되었다.
어차피 나온 길, 예전대로 호숫가를 따라 걸었다.
가을을 살아가기 위한 초목들도
낮 동안의 수고로움을 잠재우기 위해 잦아들고 있으니
은은히 전해오는 서늘한 향기들이 감미롭다.
호수는 가로등 불빛을 끌어와
마치 제 것인 냥 뽐내고 있는데
호수아래의 물고기 한 마리가 첨벙하며 고요를 깨트리는 가을저녁
낮은 산등성의 구절초 무리들이 내일을 위해 가만가만 향을 간직하고
풀숲의 풀벌레들도
구절초의 휴식을 방해할까 낮은 소리로 짝을 부르고 있으니
이들 서로 간을 가을 밤(夜)의 예술이라 부르며
내 마음을 향기롭고 넉넉함으로 가득 채우고 말았다.
'단상(短想)'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음을 살찌우는 나눔 (0) | 2017.11.30 |
---|---|
낙엽 쌓인 오솔길을 걷노라니… (0) | 2017.11.07 |
위를 보고 걷자 ♬ (0) | 2017.10.13 |
특별한 추석맞이 (0) | 2017.10.05 |
생량머리 들판에 서서 (0) | 2017.09.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