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주어진 모든 것을 사랑으로!!

단상(短想)

낙엽 쌓인 오솔길을 걷노라니…

물소리~~^ 2017. 11. 7. 16:39







일요일의 일상은 종종걸음으로 시작해 종종걸음으로 끝난다.

종종걸음 끝에 따라오는 정갈함은 나를 기분 좋게 한다.

집안을 조용히 남겨두고 개운하고도 여유로운 마음으로 뒷산을 올랐다.

오후에 들어서는 오솔길에 들어서니

높은 나무줄기에 매달린 딱따구리가 나무를 쪼며 내는 산울림소리로 나를 반기는데

나무 사이로 길게 비집고 들어오는 볕뉘는 나에게 악수를 청하는 듯싶으니

소리에서도 햇살에서도 묻어나오는 가을 향기에 그냥 내 마음이 스르르 녹아내린다.


먼 산, 높은 산에는 단풍 잔치가 한창이라는데

울 뒷산은 단풍나무가 아닌 잡목인 옻나무가 이제 겨우 치장을 하고 있을 뿐

나뭇잎들은 아직 설익은 자태로 숙살 의식을 치루고 있었다.


오솔길위에는 그나마 먼저 떨어진 낙엽들이

바스락거리며 건네주는 가을 정취를 들여 마시며

생각의 탑을 쌓기도 하고, 허물기도 하면서 막연히 길 따라 걷고 있는데

오르막길 나무 계단을 쓸고 계시는 한 아저씨의 모습이 보인다.


누구지? 하는 의문은 금세 사라지고 산불감시초소를 지키시는 분이심을 알았다.

인적 뜸한 곳에서의 시간이 무료하셨을까?

그 분은 그렇게 무심하고 순수하고 꾸밈없는 모습으로

초소 중심으로 나 있는 오솔길의 낙엽을 쓸고 계신 것이었다.


오랜만의 정감어린 정취에 눈을 떼지 못하고

흙먼지가 일어남에 천천히 걸음을 옮기노라니

내 인기척을 느끼고 비질을 잠깐 멈추신다.

그냥 수고하십니다라고 인사를 건네니

쑥스러운 듯 ~’ 간단한 대답만을 하실 뿐이다.


그 분은 왜 낙엽을 쓸고 계실까.

뒤돌아서면 금세 떨어져 쌓일 요즈음의 나뭇잎들이 아닌가.

가만히 살펴보니 빗자루도 근처 싸리나무 몇 가지를 잘라 만드신 것 같았다.

오솔길의 낙엽을 그대로 놓아두면 더 좋을 텐데하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그 분의 속내를 알 수 없으니 조심스럽게 지나칠 수밖에 없었다.


괜히 마음이 찡해 온다.

나는 그저 낙엽을 밟으며 내 좋음만을 생각했는데

저 아저씨께서는 조금이나마 단정한 오솔길을 해 놓고 싶으셨는지도 모를 일이다.

아니 섣불리 단정 지을 일은 아니다.

나무조차 아저씨의 속내를 모르고 아저씨 등 뒤로 금방 금방 나뭇잎을 떨어트리는데

하물며 그 무엇도 모르는 내가 감히 무어라 참견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저 지금 순간 내게 전해오는 계절의 모든 것을 마음 가득 담아 안으며 될 것이다.


이렇게

이 가을을 이루는 모든 아름다운 것들에 나의 몸과 마음을 살찌우고 있었다.  













▲ 옻나무



▲ 붉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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