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주어진 모든 것을 사랑으로!!

감상문

대동여지도

물소리~~^ 2017. 10. 12. 08:32

 

 

 

 

 

 

 

   길고 긴 추석연휴를 무언가로 보람되게 보내고 싶다는 어쭙잖은 내 마음은 책을 골라잡게 하였다. 이재운 작가의 대동여지도와 또 다른 책 한 권을 골라들었다. 책 읽기에 게으름을 피운 탓으로 이제야 대동여지도의 읽기를 마쳤다.

 

7년 전에 박범신 작가의 고산자를 읽은 여운이 남아 있는데 다시 이 책을 쉽게 선택할 수 있었음은 작가 이재운의 기대가 컸기 때문이다. 일찍이 작가의 토정비결, 연암 박지원 등을 읽으면서 역사적 이야기에 굉장한 몰입을 해서인지 또 한 번, 역사의 감동을 느끼고 싶었던 것이다. 박범신 작가의 고산자를 원작으로 한 영화도 제작되었지만 내가 느끼기에는 영화 초반에 김정호의 행동이 조금 가볍게 묘사되고 있음에 끝까지 관람하지 않았다.

 

산과 들을 찾아다니고, 축제장을 쫓아다닐 때의 필수는 지도, 아니 내비지만 이 역시 지도가 있어 가능한 일이다. 솔직히 말하면 이 책은 작가의 다른 책보다는 감동이 덜 하였다. 먼저 또 다른 작가의 책과 영화를 접했기에 역사적 사실이 아닌 픽션부분에서 다소 차이가 있어서라고 말하고 싶지만 한 개인의 집념과 그 집념을 실천해 나가는 과정의 피나는 노력은 길이 기억하고 새겨두어야 할 일이다.

 

우리나라 지역의 세세함을 적어 모든 이들에게 이롭게 하고자 지도를 만든 김정호는 중인태생으로 생몰연대조차 확실하지 않다. 그럼에도 당시의 시대적 상황을 배경으로 지도 제작에 대한 과정을 풀어나갈 수 있음은, 미미하게나마 남겨진 모든 자료들을 섭렵한 후 그 기록에 바탕을 두고 작가들의 상상력으로 꾸며진 역사적 사실이야기를 접하노라니 작가들의 노고도 참으로 대단하다 아니할 수 없다. 내가 김정호를 지도를 만든 이로만 알고 있듯, 김정호의 삶은 전혀 알려지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알려지지 않은 부분이 너무 크기에 어쩌면 작가들의 상상력도 더욱 풍부해 질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책을 읽으며 여태 몰랐던 청구도의 역사적 사실도 알게 되는 기쁨을 챙기면서 김정호의 성장과정과 지도를 만들겠다는 신념을 가지게 된 연유와 시대적 어려움을 이겨내기 위해 가정을 돌보지 못하지만 그를 위해 희생하는 가족들의 이야기에서는 가슴을 졸여야 했다. 또한 김정호에게 많은 도움을 주는 최한기, 신헌, 최성환, 김병언 등의 든든한 우정 등을 잔잔하게 풀어나가는 이야기에는 그만 마음 훈훈해지곤 하였다.

 

탈 것 하나 없이 오직 두 발로 걸어 전국의 곳곳을 세세히 그려나갔다는 사실은, 하나에서 열까지 편리함을 추구하는 요즈음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는 도저히 이해 불가한 일처럼 생각되는데 정말 있을 수 있는 일일까. 그 모든 것은 어쩌면 김정호의 타고난 천재성이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스스로의 집념이 없었으면 이룩해 낼 수 없었을 것이다.

 

대동여지도의 초안을 만들고 그것을 다시 인쇄할 수 있도록 목판에 새기는 일을 모두 마친 것은 <청구도>를 만든 지 27년이 지난 철종 12년인 1861년의 일이다.  p380

 

“지난번에는 우리나라를 청구라고 했지만 이번에는 대동이라고 하고 싶네. ‘여’는 수레 혹은 지구, 대지 등의 뜻을 가졌으니 <대동여지도> 좋은 듯한데 혜강 자네 생각은 어떤가?‘  p367

지도를 완성한 후 지도 이름을 결정하기 위해 최한기에게 의논하는 말이다.

 

김정호는 대동여지도를 완성한  2년 후, 한 장짜리 지도인 해좌전도를 만들기도 했고 이 해좌전도에 독도가 우리 땅으로 그려져 있다니 그 얼마나 소중한 자료인지… 김정호는 지도 외에도 직접 전국을 누비면서 직접 보고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동국여지승람을 만들었고 또다시 그를 보완하여 전문지리지인 대동지지를 편찬했다하니 중인계급이라 하여 벼슬도 하지 못한 그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후손인 나로서는 정말 미안하고 감사하기 그지없다.

 

그가 청구도를 만든 시기와 대동여지도를 완성 한 후, 제작한 지리지 등의 시기를 합치면 그는 온 생애를 지도에 바친 삶을 살았던 것이다. 그에 가족들의 고생은 말 할 수 없는 핍박함이었을 텐데… 일생을 바쳐 잘 만든 지도 때문에 외세의 침입을 받았다며 김정호를 옥살이 시키며 고문을 한 정치적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그저 내가 살아가고 있는 나라에 대한 나의 태생적 운명이라 치부해 버릴 것인가.

 

누가 알아주든 말든 그저 묵묵히 어려움을 이겨내고 지도를 그린 사람 김정호. 가족의 사랑을 배우고, 변함없는 우정이 무엇인지를 깨닫기도 하며 긴 연휴 동안의 시간 채우기로 선택한 내 독서 계획에 자찬을 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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