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일찍 창밖을 바라보니 아! 온통 하얀세상이 되었다.
자욱한 안개가 짙게 내려앉아 온갖 사물을 다 가려놓고서
내 앞에 하얀 도화지를 펼쳐 놓은 듯싶었다.
나보고 무엇을 그리라는 것인가.
그림에 영 소질이 없는 나로서는 참 난감하기만 했지만
펼쳐진 세상이 못내 신기하기조차 하니
나는 얼른 숲속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이 하얀 도화지를 채워야겠다.
오솔길은 내 코앞의 길만 보여주었다.
서너 걸음 건너 풍경이 보이지 않았고
금방 지나온, 분명 보였던 내 뒤의 풍경이 보이지 않았다.
안개는 나를 꼭 가두어두고 조용히 일러준다.
산다는 것은
몸을 끊임없이 움직이는 것이며
또한 움직임의 흔적들을 지우는 일이라는 것을....
안개는 자신의 내부를 드러내 보이지 않으면서
정적에 순응하며 키워온 자신감으로
세상을 하얗게 색칠하고서 자신의 그림이라고 보여주었나 보다
▲ 안개 자욱한 길 낮은 곳에서 안개를 가르며 피어난 이삭여뀌
▲ 잘 생긴? 모과는 안개속 혼미한 틈을 타고 발을 헛 디뎠을까?
땅에 떨어져 있는 것을 얼른 주워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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